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과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남자대표팀 유재학 감독은 “계속 같은 훈련을 반복한다”라고 했다. 대표팀 키워드는 강력한 압박과 조직적 움직임을 강조하는 수비. 5월 말부터 약 2개월간 진천선수촌서 숙련도를 끌어올렸다. 대표팀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과는 달리 브리검영대학, 일본과의 진천 평가전에 이어 지난 12일부터는 뉴질랜드 전지훈련과 현지 평가전을 통해 전술 완성도를 체크 중이다. 유의미한 경험이다.
대표팀은 15일 뉴질랜드와의 첫 평가전서 33점차 대패했다. 무려 102점을 내줬다. 수비에 방점을 찍은 컨셉이 무색할 정도. 하지만, 현 시점서 결과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 유 감독도 수 차례 “평가전은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평가전을 통해 전술 숙련도의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내고, 업그레이드 가능성을 찾아내면 된다. 그 결과에 따라 나아가는 방향을 수정 및 보완하면 된다. 그리고 현 시점서 치르는 평가전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다.
▲ 습관을 바꾸는 과정
대표팀 선수들은 당연히 KBL 최고 선수들. 그러나 이들이 KBL서 해왔던 농구는 국가대표팀이 지향하는 것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KBL 심판들의 파울 콜과 FIBA 심판들의 파울 콜 차이로 인한 혼란. 몸싸움이 사실상 허락되지 않는 KBL과 위크사이드에서의 몸싸움은 어지간하면 허용되는 FIBA는 확실히 다르다.
문제는 이 차이점을 다 알고 있음에도 막상 경기를 치러보면 KBL서의 습관이 나온다는 점이다. 파울 콜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데 익숙해진 대표팀 선수들의 습관이 가뜩이나 체격과 신장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국제무대의 약점과 결합해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 대표팀은 첫 경기 리바운드서 21-44로 크게 밀렸다. 유 감독은 “습관의 문제”라고 간단하게 정의한 바있다. 몸싸움에서 위축되면 리바운드 위치선정서 불리해진다. 공 소유시간이 줄어들면 실점확률은 높아진다.
또 하나는 빅맨들의 외곽수비. 프로농구서는 빅맨들이 굳이 부지런하게 외곽수비를 할 필요는 없다. 빅맨들이 외곽서 적극적으로 수비할 상황 자체가 많지 않다. 그러나 국제무대는 다르다. 힘 좋고 신장이 큰 포워드들이 즐비하다. 정밀한 스위치 디펜스가 필수. 지난 2개월간 부지런히 끌어올린 숙련도가 이 부분. 하지만, 아직 실전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이 역시 습관이 굳어지지 못한 부분이 크다. 어쨌든 유 감독이 흔들리지 않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 최적조합을 찾아가는 과정
결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또 다른 이유. 현재 유 감독은 경기 상황과 상대 대응에 따른 최적의 멤버조합, 최적의 전술을 체크하고 있다. 진천서 훈련만 해선 이 부분은 절대 확인할 수 없다. 스파링파트너를 통해서만 테스트할 수 있다. 당연히 브리검영대학, 일본전에 이어 뉴질랜드전을 통해서도 계속 이 작업을 해야 한다. 선수들의 과제와는 별개로 유 감독과 코치들의 숙제.
경기 도중 이 조합, 저 조합을 맞춰갈 수밖에 없다. 유 감독은 스코어에 관계없이 전 선수를 고루 활용했다. 전반전서 크게 밀렸던 한국은 후반 들어 그나마 대등한 게임을 했는데, 베테랑 김주성의 아우라카 확실히 컸다. 수비 조율과 노련한 제공권 장악이 돋보였다. 유 감독이 경기 상황별로 최적 조합에 대한 감만 잡는다면 평가전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의 체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에 필요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평가전만한 것도 없다. 특히 이번엔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치르는 평가전이다. 뉴질랜드 입국 나흘만에 치른 첫 경기.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애당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엔 어려운 환경이었다. 대표팀은 17일과 19일 뉴질랜드와 다시 맞붙는다.
이런 상황에선 유 감독이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대표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 부분에선 걱정할 게 없다. 모비스 수장 유 감독은 다음 시즌서 부메랑을 맞을 수 있음에도 대표팀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 성장과 한국농구의 국제적 역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요한 건 지금 평가전 결과에 신경을 쓸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유 감독의 방향제시와 역량을 감안하면 대표팀은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선수들이 각종 딜레마를 극복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느냐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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