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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프리실라', 무대 위 행복이 가득하니 관객까지 물든다.
뮤지컬 '프리실라'는 여장남자 '드랙퀸(Drag Queen)'의 이야기를 80~90년대의 히트팝 뮤직을 배경으로 신나는 무대로 선보인다. 톱스타들의 신나는 변신과 360도 회전을 하는 8.5톤의 대형 LED 버스 세트가 선사하는 눈부신 볼거리로 눈과 마음을 휘젓는 작품. 호주를 시작으로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 등 전세계 도시에서 연속 흥행했다.
한국 초연에서는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이 버나뎃,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이 틱, 2AM 조권, 김호영, 유승엽이 아담 역을 맡았다. 캐스팅 및 포스터 공개 당시 화려한 화장을 한 이들의 모습부터 화제를 모은 '프리실라'는 뚜껑이 열리자 더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프리실라'는 그 어떤 뮤지컬보다도 화려하다. 무대 위 드랙퀸들의 꿈 만큼이나 화려하고 깜찍하다. 무대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그건 '프리실라' 이야기다. 배우들이 전하는 에너지 외에도 다양한 무대 장치가 흥미를 더한다.
500여벌의 화려한 의상과 컬러풀한 스케일을 통해 눈과 귀가 즐겁다. 8.5톤의 컬러풀한 대형 LED 버스를 타고 함께 떠나는 버나뎃, 틱, 아담 3명의 일행은 물론 적재적소 등장해 화려함을 극에 달하게 하는 앙상블의 의상 및 퍼포먼스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무대 위를 플라잉 하며 주인공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는 디바 3명의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다. 전세계 차트를 석권한 히트 팝으로 이뤄진 28곡의 넘버는 관객들까지 춤추게 한다. 디바들의 시원한 가창력은 관객들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려함만 있다면 단순한 쇼뮤지컬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프리실라'는 메시지마저 똑부러지게 전한다. 과한 감정 팔이를 하거나 정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 게이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해서 관객들에게 '편견을 깨라'는 주입식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리실라'는 게이가 아닌 사람 그 자체를 다룬다. 이들이 성소수자고, 편견에 시달리고 애환을 겪는 것은 그들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든 원치 않는 편견에 시달리고 인생에 있어 애환을 겪지 않나. 이는 모든 이들이 결국엔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프리실라'는 참 행복하다. 각각의 아픔을 이겨내고 화합해 가는 과정에서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과정이 돋보인다. 결국엔 그렇게 '프리실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관객들이 이 행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무대 위 배우들의 행복한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의 표정이 가식이 아니라는 것쯤이야 함께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모두 알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믿음, 또 이들에 대한 공감이 있기에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성하, 조권의 변신이 아름답다. 무대 위 이들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행복 그 자체다. 여장, 게이, 트렌스젠더 등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과감한 도전을 했고, 이는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캐릭터 폭을 넓히는 것은 1차적인 도전이다. 이들의 도전이 더 극찬 받는 이유는 도전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들을 두려워 하지 않고 맞선다는 것이다. 이를 못 들은 체 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니 신뢰도를 더욱 높인다.
묵직한 연기를 주로 해오던 조성하는 첫 뮤지컬로 '프리실라'를 택했다. 브라운관 및 스크린에 익숙한 배우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도 도전이었을텐데 역할까지도 새로우니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조성하는 이같은 걱정을 한방에 날렸다. 무대 위 그는 잔망스럽고 사랑스러운 한 여인이자 사람이다. 그에게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면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려지니 거부감은 커녕 오히려 그녀의 표정, 몸짓, 대사 하나 하나에 관객들은 열광한다.
두번 째 뮤지컬 도전인 조권 역시 주위의 일방적인 편견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똑소리 난다. 조권은 아담 그 자체고, 그간 선보였던 끼가 '깝'이 아니라 '능력'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비주얼은 물론 요염한 그의 태가 단숨에 관객들을 홀린다. 이쯤 되면 그의 깝은 이제 '예술'로 봐도 무방하다.
무대 위 배우들이 이토록 행복해 보이니 관객들 역시 행복할 수밖에 없다. 무대 뿐만 아니라 관객석 역시 타 뮤지컬보다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가 되는 것도 이 때문. '프리실라'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함께 즐기고 그들의 행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메시지는 슬며시 전해지며 관객들의 마음도 슬며시 행복해진다.
한편 뮤지컬 '프리실라'는 오는 9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프리실라' 공연 이미지 및 포스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설앤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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