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박찬호가 마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했다.
2012년 한화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친 박찬호가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구를 맡았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 전 간단하게 은퇴식을 가졌는데, 그 절정이 바로 시구였다. 박찬호가 지난 20년간 팬들에게 환호를 줬던 마운드에서 팬들과 진짜 이별을 고했다.
올스타전서 특정 선수가 은퇴식을 갖는 건 처음이다. 9개구단 주장들이 올 시즌 초반부터 뜻을 모아 KBO에 정중하게 요청했다. 두산 홍성흔은 “레전드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은퇴하고 시간이 좀 지났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라고 했다. 박찬호도 후배들의 예우를 받아들여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박찬호는 미리 준비된 차량을 타고 KIA 챔피언스필드에 입장했다. 차량에서 내린 박찬호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글러브도 준비했다. 박찬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판보다 약간 앞쪽에 선 박찬호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와인드업을 한 뒤 포수 김경문 NC 감독에게 힘차게 공을 뿌렸다. 투구는 바깥쪽으로 향했지만, 여전히 힘이 있었다.
은퇴를 선언한지 2년이 다 됐지만, 박찬호는 마운드에선 한 없이 진지했다. 박찬호는 이후 김 감독과 인사를 한 뒤 마운드에서 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후배들은 박찬호를 헹가래치며 레전드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이후 KBO 구본능 총재에게 공로패를 받았고, 한화 후배 김태균과 이태양이 박찬호 캐리커처와 기념 액자를 직접 대선배에게 전달했다.
박찬호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감사하다. 영광스럽고 특별한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12년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 후 20개월동안 끊임없이 마윤드에 다시 오르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찬호는 “야구장은 내 인생에 학교였고, 한 과목이었다. 야구를 통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삶의 열정과 애정, 꿈과 도전, 철학까지 배웠다. 이 자리를 통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준 구본능 총재, KBO 관계자들, 각 구단 임원들에게 감사하다. 나에게 동료애와 선후배의 애정과 사랑을 깊이 느끼게 해준 선수협의회, 선수 후배들에게 감사하다. 태어난 뒤 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저에게 겸손을 통해서 삶의 목표와 의식의 질을 높여준 아내에게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게 해준 지인 여러분, 야구 팬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공을 던지면서 꿈에 도전할 수 없다. 하지만, 야구인으로서 더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 대한민국 야구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그렇게 박찬호가 떠났다.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도 기립해 박찬호를 뜨겁게 외쳤다. 올스타전이기전에, 박찬호를 위한, 박찬호에 의한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박찬호. 사진 = 광주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광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