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1597년의 이순신 장군이 2014년 스크린에서 부활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단 12척으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전투인 명량대첩을 스크린에 담아낸 '명량'은 정통 사극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줄 만한 영화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을 영웅으로만 그려내지 않았다. 이순신을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는 김한민 감독은 오롯이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순신은 임금을 향한 충성을 목숨처럼 여기고, 적에게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지만, 바다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두려움에 떠는 탈영병을 직접 베는 단호함을 지녔다.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순신 장군이 돼 스크린에 등장한다. 대체불가한 배우인 그는 전작들에서 선보였던 강렬함도, 비열함도 지워낸 채 인간적 고뇌와 진솔함, 묵직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순신 장군을 연기해 낸다.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을 최근 예능 단어가 돼버린 "의리" 때문이라고 답함에도 웃을 수 없는 건 그 어떤 다른 배우도 아닌 최민식이 이순신으로 분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크게 한 사람의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반부와 해상전투신이 담긴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고뇌들이 피부로 전해지고, 배우 최민식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이라기보다 한 명의 인간이었던 이순신의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이는 과정을 거친다. 그 탓에 이순신의 고뇌가 그려진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내용들이긴 하지만 일부 관객에게 자칫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반면 후반부 61분의 해상전투신은 해전의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안긴다. "이 영화는 61분의 해전이 관객과 공감하지 못하면 실패할 영화라고 생각했다"는 김한민 감독은 앞서 쌓아 온 드라마를 해상전투신에서 폭발시킨다. 이순신 장군이 올라 있는 대장선이 살아 있음에 함께 안도하고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는 버릴 것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순신 장군과 왜군들의 대결 외에도 왜군 장수들로 분한 류승룡과 조진웅의 기싸움도 하나의 볼거리. 여기에 김명곤, 진구, 이정현, 권율, 박보검, 오타니 료헤이, 노민우, 김태훈 그리고 대사 없이 단 몇 컷 만으로도 존재감을 발산한 고경표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다.
한편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오는 30일 개봉.
[영화 '명량'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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