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기가 곧 찬스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조직에 해당하는 격언. 당연히 야구에서도 널리 통용된다. 위기를 넘기면 찬스가 찾아올 때가 많다. 하지만,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할 때 더 큰 절망이 찾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건 위기가 닥치기 전에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 그리고 위기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그런 점에서 삼성은 위기관리능력이 매우 좋은 조직이다. 전반기를 시즌 첫 4연패로 마치면서 넥센과 NC에 맹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후반기 6연승으로 다시 선두독주를 공고히 했다. 삼성은 28일 현재 2위 넥센에 6.5경기, 3위 NC에 8경기 앞섰다. 올스타브레이크 직후 전반기 막판 위기를 완벽하게 떨쳐냈다.
▲ 통합 3연패 저력?
삼성 저력은 확실히 남다르다. 연패를 많이 당하지 않는다. 전반기 막판 4연패도 올 시즌 처음이었다. 3연패도 시즌 초반 1번이었고 2연패만 6번. 시즌 반환점을 돈 상황서 연패를 이 정도만 기록한 건 대단하다. 선발, 중간, 타선, 기동력, 수비력, 백업멤버 등 타 팀에 비해 뒤처지는 파트가 없다. 포지션 별 슈퍼스타는 많지 않지만, 전력 밸런스가 9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이다.
때문에 연패를 당할 확률이 낮다. 특정 파트서 부진하거나 구멍이 생길 경우 다른 파트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힘을 낸다. 혹자들은 2011년 류중일 감독 부임 이후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험이 쌓인 결과라고 한다. 삼성은 지난 3년간 다른 팀이 겪어보지 못한 극한의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 과정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의미가 매우 컸다.
하지만, 단순히 삼성이 유의미한 경험이 많았다고 해서 위기를 잘 극복하는 건 아니다. 삼성도 시즌을 거듭하면서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의 기용이 늘어나고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그만큼 기본적인 선수 육성시스템이 탄탄하고 대체 자원을 철저하게 준비한다”라고 했다. 삼성은 9개구단 최초로 3군 육성시스템 B.B. 아크를 설립해 유망주들을 착실하게 키워나가고 있다. 9개구단 중 코치도 가장 많이 보유했다. 특정 선수가 부상 혹은 부진에 빠진다고 해서 흔들리는 시스템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류 감독이 이 많은 자원을 착실하게 관리한다. 위기서 강한 힘을 발휘하는 배경이다. 류 감독은 시즌 초반 릭 밴덴헐크, 안지만, 임창용을 1군서 제외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런데 이들은 거짓말처럼 1군에 돌아온 뒤 승승장구했다. 카도쿠라 켄 3군코치와 밸런스 조정 이후 에이스로 거듭난 밴덴헐크, 경미한 통증을 치유한 안지만, 피로가 쌓인 임창용 모두 1군에 돌아온 뒤 좋은 페이스다. 그 사이 기존 선수들과 뉴 페이스들이 가능성을 드러냈고, 기존 선수들과 경합하는 선순환 구조다. 최근 최형우의 1군 제외 이후에도 김헌곤, 우동균 등이 좋은 모습이다.
▲ 계속되는 시험대
시험대에는 계속 오르게 될 것이다. 류 감독은 시즌 중 ”시즌을 거듭할수록 부상자가 많아진다”라고 한 적이 있다. 최강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가장 많은 경기를 치러왔다. 피로가 쌓이는 건 당연하다. 완벽에 가까운 선수 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는 삼성이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부상자가 쏟아져나오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현재 최형우가 빠진 중심타선은 박석민, 채태인, 이승엽이 돌아가면서 맹활약 중이지만, 박석민이나 채태인이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하면 급격한 화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불펜도 안지만이나 임창용이 장기 이탈하면 분명히 타격이 생긴다. 때문에 삼성은 평상시 트레이닝 파트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 적지 않은 지도자들이 “앞으로는 유망주 관리, 트레이닝 파트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은 28일 현재 2위 넥센과 6.5게임 차다. 분명 큰 격차다. 그러나 방심해도 될 정도는 아니다. 뒤집히지 말라는 법은 없다. 넥센과 NC 전력은 삼성과 종이 한 장 차이다. 류 감독도 “항상 감독은 최악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그 위기의식이 위기관리의 밑바탕이다. 그리고 위기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철저하게 움직이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후반기 6연승 질주. 잘 나간다 싶은 지금, 삼성은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한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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