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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7살에 데뷔해 벌써 29년차 배우다. 1986년 드라마 '토지'를 시작으로 활발한 아역 활동을 펼친 이재은(34)은 이후 사극, 현대극, 영화 뿐만 아니라 창극까지 소화해내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어린 시절 끼는 그녀가 성장할 수록 더 옹골차졌고 이후 과감한 행보는 계속돼 가수 활동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분야에만 그녀를 묶어두기엔 그 재능과 열정이 남다르다. 그런 그녀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것은 무대다. '이재은 모노드라마 첼로의 여자', '선녀씨 이야기', '샤먼아이'에 차례로 출연한 그녀는 최근 종이인형극 '스토리시어터'를 통해 또 다른 분야에 재능을 펼치고 있다.
종이인형극 '스토리시어터'는 유럽의 종이인형극을 모티브로 한 공연 예술로 '토이시어터'라고 불리는 유럽의 전통 종이 인형극을 한국예술문화에 맞게 개발한 아동 문화 콘텐츠로 이재은이 남편인 안무가 이경수와 함께 제작했다.
이재은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기 경력이 오래 되다 보니까 이점이 있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뭘 하든 더 맛깔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요즘들어 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공연 하며 만난 분들과 '스토리시어터'를 시작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건드릴 수 있다"
이재은은 지난 18일 진행된 종이인형극 '스토리시어터' 제작발표회에서 맛깔나는 구연 동화를 선보였다. 변사 역할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내고 노래까지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 들을 거리를 제공했다.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부분 역시 이재은을 통해 더 세련되고 매끄럽게 변했다. '스토리시어터'는 이재은의 목소리를 녹음해 인형극 팀이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은은 "사실 '스토리시어터'는 5~6년 정도 준비한 결과물이다. 내가 합류한 건 불과 1년 정도밖에 안됐다. 조언 좀 해달라고 해서 보다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도 할까요?'라고 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어렸을 때 구연동화 테이프를 들은게 아직도 기억 난다. 내가 합류한 뒤 포맷이 만들어졌다. 한국형 뮤지컬처럼 만들고자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처음엔 재밌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하면서 배우는게 많고 느끼는게 많다. 유치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접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막상 접해보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엄마와 아이 간의 유대 관계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성서나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들도 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처음은 아이들을 겨냥한 동화일까. 이재은은 "일단 아이들이 가장 순수하게 제일 잘 받아들여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요즘엔 기술이 워낙 좋아 안 보이는 것 없이 다 보여주지 않나"라며 "아무래도 2D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3D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2D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엄마, 아빠가 가졌던 감성들을 보면서 같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로 타깃이 잡혔다"며 "근데 엄마들도 좋아할 수 있을 만한 공연이다. 엄마들도 보면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만들었다. 종이 인형극이니까 약간의 향수 자극도 된다"고 설명했다.
▲ "예술에서 만족이라는 건 없다"
이재은이 이토록 새로운 일에 푹 빠질 수 있는 것은 남편의 도움이 크다. 이재은의 남편 안무가 이경수는 이재은을 비롯 '스토리시어터'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각 분야의 최고인 사람들이 모였지만 모두 예술가들이라 다소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을 이경수가 도맡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은은 "남편이 악역을 맡았다. 채찍질 해주고 체계적으로 다져준다. 남편은 노래 전문가는 아니지만 무용으로 다작을 했기 때문에 음악이나 전반적인 연출에 관해서는 예술 감독 못지 않다"며 "우리 작품은 각 분야의 최고가 모였다. 그림 잘 그리고, 아이디어 좋고, 조율 잘 하고, 지휘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말했다.
"나 같은 경우 내 분야에서는 그래도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내 나이 또래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노래하고 여러가지 목소리 내가면서 할 만한 사람이 없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뽀미 언니를 보고 자랐는데 그 윗세대는 그런 감성을 잘 모르지 않나. 어쨌든 각 분야의 독보적인 사람들이 뭉쳐서 만들어 마이너스 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그는 "예술에서 만족이라는 건 없다. 어떤 예술가든 그렇다. 배우의 연기도 예술이다. 조명과 그림 등 또한 다 예술이다. 그러다 보니까 서로가 자기 작품에 만족을 해야 하는데 만족하는 예술가란 없으니 그런 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또 "'이 정도면 됐어' 하면서 욕심을 버려야 하는게 가장 어려웠다. 만족 못하고 다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자기 만족도들이 다 퀄리티로 나오는 것 같다"며 "기준점들이 높다 보니까 조율 하는게 어려웠다. 그래도 그 안에서 발전이 있어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 "주춧돌이 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29년차 배우인 만큼 이재은에게는 책임감도 뒤따른다. 하지만 이재은은 여전히 "책임감이라기 보다 나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스토리시어터' 안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나 혼자이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배우 활동은 이런 이재은의 고민을 덜어주기도 한다. 그는 "어릴 때 활동이 많이 도움 된다. 내가 갖고 있는 표현력에 있어 한 10년만 연기 생활을 덜 했어도 이렇게 못했을 것 같다. 내 경력이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활동에 후회 같은 건 없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이 자리에서 이걸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후회라기 보다는 앞으로는 조금 그런 애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긴 하다"며 "사실 나는 뭣 모르고 했다. 근데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뭘 하는지를 알고 성인 연기자 못지 않게 프로페셔널해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나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가 돼서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이 일을 과연 좋아하나' 정도의 생각을 했다"며 "중학교 들어가서야 내가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이 생겼다. 뭣 모르고 할 땐 별로 무서운게 없었는데 그 후엔 공포도 생기고 잘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 털어놨다.
"공연 같은 경우 딱 해야겠다는 계기는 없었는데 사람 일이라는게 그런 것 같다. 한 쪽으로 괜찮은 것 같으면 그 쪽으로 계속 파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 모노드라마를 한 적이 있다. 내 스스로에게 건 모험이었다. 그 때 작품을 통해 공연을 더 하게 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고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그런 예술가로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그 분야의 주춧돌이 되고 싶다."
[배우 이재은.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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