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김남길, 딜레마를 딛고 다시 날아오르다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김남길이 자신을 짓누르던 짐들을 덜어냈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속 그는 그래서인지 더 자유로워 보인다. 본인 스스로도 그리고 그를 지켜본 사람들도 실제 그의 모습과 영화 속 그가 연기한 장사정의 모습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김남길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산적단 두목 장사정 역을 맡았다. 장사정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결정하자 날선 모습으로 반기를 드는 인물. 하지만 고려 무사의 신분을 버리고 산적이 됐을 때는 허당기 어리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유쾌함을 안긴다.

영화 속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김남길에게 코미디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촬영 초반 자신이 경직돼 있다는 사실에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연기에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꿈이 배우라서 연기를 아등바등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남길은 "'상어' 때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오랜만에 하다 보니 옛날처럼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없었다. 자꾸 힘이 들어갔다. 억지로 표현하려다 보니 강압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았나 생각도 됐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실패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 때문에 딜레마가 오기 시작했다. '해적'에서 본연의 내 모습을 찾아갔다. 연기에 힘을 빼기도 했다. 연기를 하며 고민될 때 감독님,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줬다. 내가 현장 인복이 참 많은 것 같다. 딜레마에 빠지면 그런 것들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나. 하지만 돌파구를 찾아주시기도 하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김남길은 코미디 장르에 진정성을 담아 웃음을 안기는 법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관객들이 웃는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와 또 다른 종류의 보람을 느꼈다고.

김남길은 "장사정은 편안하고 가벼운 역이었고 나와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다. 편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패착이었다. 형들이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장르가 있지 않나. 코미디도 장르 중 하나일 뿐이지 코미디라고 해서 가볍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사실 우리 영화가 정통 코미디는 아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코미디인데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장에서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연기적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코미디를 해보니 재밌기도 하지만 '편안하게 웃었다'는 말들을 들었을 때 뿌듯하더라.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하며 연기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웃어서 보람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관객들이 나로 인해, 내가 한 작품으로 인해서 그리고 선배님들과 함께 함을 보여줌으로써 웃고 나갈 수 있어 좋을 수 있구나 싶었다. 코미디에 이런 매력이 있구나 생각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그에게 '해적:바다로 간 산적'은 남다른 영화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영화가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 자신이 고민했던 것들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든든한 형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연기에 힘을 빼는 방법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고,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해 김남길 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김남길은 "힘든 것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힘든 일들이 있으면 그게 또 좋기도 하더라.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경험이 많기도 하지만, 많이 겪으면 겪을수록 여유도 생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대처 방법도 많이 알 수 있다. 현장의 일들이 다 행복할 수만은 없다. 힘들게 일을 하다보면 나중에 다른 일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남길은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 전했다. 장사정 같은 모습들을 보여줘 왔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새로운 변신이라 느꼈던 것.

김남길은 "실질적으로 작품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대중과의 소통이 없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소통을 하는 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래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통쾌한 대격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드라마 '추노', 영화 '7급 공무원' 등을 선보인 천성일 작가와 '두 얼굴의 여친', '댄싱퀸' 등의 메가폰을 잡은 이석훈 감독이 의기투합했으며 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이경영, 오달수, 김태우,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조달환, 조희봉, 정성화, 설리, 이이경 등이 출연했다. 내달 6일 개봉.

[배우 김남길.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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