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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신선하고 풋풋하다. 신인인 만큼 다소 어설픈 부분이 있어도 배우로서 풍기는 느낌이 좋으니 뭔가 다르다.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눈꽃사슴 역으로 데뷔한 데 이어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커버로 투입된 배우 정휘는 이제 막 떨리는 첫걸음을 뗐다.
정휘가 출연중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에 얽힌 네 남매와 사건 이후 사라진 유모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추리 스릴러 뮤지컬이다.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앓는 막내 요나스 역을 맡은 정휘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한 번 무대에 서고 있는데 그날 그날 집중하고 쫀쫀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하고 특히 첫공 하고나서는 한달 정도 쉬어서 요나스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매번 대본을 새로 본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분장실에서 (박)한근 형이 대본 좀 그만 보라고 한다. 근데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집중이 안돼서 패닉이었던 때도 있다. 요나스를 너무 생각하지 않고 살았나 하는 마음에 더 빠져 보려 했다"며 "사실 요나스를 일주일동안 안고 있기엔 생활 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공연이 없을 때는 어느 정도 놓고 있고 공연 전 새로 대본을 보면서 스스로 하려고 한다. 할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게 들어온다"고 밝혔다.
▲ "무대 설지 안 설지는 나 하기에 달렸다"
정휘의 합류는 신선했다. 초, 재연에서 큰 인기를 모은 '블랙메리포핀스'이기에 삼연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어찌 보면 더 큰 짐을 짊어져야 했다. 또 극 자체가 쉽지 않다 보니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함께 해야 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얼굴 정휘가 합류하니 관객들은 그를 더 궁금해했다.
정휘는 "오디션을 본 뒤 합격을 했지만 연출님은 '네가 무대에 설지 안 설지는 너 하기에 달려 있다'고 하셨다. 오디션을 강의실에서 봤는데 계속 학생들이 들어와 여기 저기 옮기면서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에 '블랙메리포핀스' 영상을 짧게 보여주셨는데 멘붕신이었다. '할 수 있겠냐'고 하셔서 무작정 해보겠다고 했다. 시키는대로 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람 죽이는 연기를 해볼 수 있겠냐고 하셔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해본다고 했다. 헤르만이 칼로 찌르는 장면을 연기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나중에 연출님이 '너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때 흘린 눈물의 진정성을 보고 뽑았다'고 하셨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지만 뭣 모르고 들어서서 뭔가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 자체가 담고 있는 것도 많고 내면적으로도 철학적인 부분이 있어 많이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연습 하면서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형들에 비해서는 초반에 순조롭게 따라가기 버거웠다. 그래서 형들이 하는걸 많이 봤고 연출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그러다 첫공을 올렸고 다행히 그 때부터 공연도 생겼다"며 "초, 재연을 보진 못했는데 재연 때 전역 후 대학로를 오가며 포스터가 눈에 띄어 기억한다. 처음엔 몰랐다가 같이 하게 되고 함께 하는 형, 누나들을 알게 되면서 내가 진짜 대단한 작품에 참여하게 됐구나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영상도 그랬고 '심각해는 보이는데 뭐지?' 이런 느낌이었다면 대본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어 놨을 때는 '와~' 이런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이끌어나가기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다행히 같이 요나스 역을 하는 윤나무, 김경수 형이 워낙 베테랑이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처음엔 따라하면서 했는데 아무래도 내게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따라한다고 형들의 그게 나오진 않는다. 우선 첫번째 목표가 무사히 첫공을 올리는 거였다. 이후엔 좀 더 내 것을 찾게 됐다."
▲ "좋은 인연, 마음껏 하라는 말에…"
'블랙메리포핀스' 속 모든 역할이 그렇지만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요나스 역은 정휘에게 특히 더 어려웠다. 그래서 12년 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요나스를 표현하기가 더 어려웠고 지금도 계속 찾아가는 중이다. '두려운 새처럼' 부분이 제일 어렵지만 그 내면의 것을 찾아가는 중이다.
정휘는 "처음엔 공황장애에만 빠져서 나 혼자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어린 시절과 12년 후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요나스가 좀 더 편하다"며 "어려서 나오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진짜 어리기 때문에 별거 안해도 귀엽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하는 것 같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뵌 분들에겐 시크해 보일 수 있는데 친해지면 애교가 좀 많은 편이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만을 보고 요나스를 표현할 수는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이 따르는 요나스 역이기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는 "(윤)나무 형이 초연 때 되게 힘들었다고 내게도 조심하라고 했다. 진짜 그런 게 있더라. 매일 모니터 하고 연습하니 나무 형이 겪었던 것처럼 밤에 심장이 빨리 뛰기도 하고 연습실 들어갈 때 숨이 가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근데 첫공 올린 뒤 쉬기도 하고 고향도 갔다 오고 예비군 훈련도 다녀오니 안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엔 형들이 해주는 말들도 이해가 잘 안됐다. 그러다 보니 생각만 많아졌다. 하면서 어려우니까 어떻게 할까 생각만 많아지고 표현을 못 하는 거다. 근데 초반에 (김)수용 형이 어려울 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한 말이 도움이 됐다"며 "단순하게 생각하며 가장 큰 목표를 따라 가려고 하니 도움이 됐다. 그 다음부터는 나무 형, 경수 형이 해주는 말들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말들이 그래서 그랬다는 것을 이해하며 그 때부터 조금씩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어리다 보니까 형, 누나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첫공 때도 마음껏 하라고 했다. 나머진 다 알아서 하고 맞춰 줄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셔서 감사했다. 나도 모르게 믿음이 생겼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힘들어 하는 것도 많이 도와주셨다. 처음에 무대에 섰을때 거짓말 안하고 손을 덜덜 떨었다. 근데 (박)한근한스 형이랑 같이 하다 보니 의지를 많이 한다. 뭔가 손을 더 꽉 잡고 꽉 안게 된다. 막내 역할이고 실제로도 막내다 보니 기본적으로 해야될 것들을 찾고 있다. 오히려 형들이 편하게 해주시니 좋은 인연을 잘 만난 것 같다."
▲ "좀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한 관문"
갓 데뷔한 정휘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래봬도 군필자다. 제대 후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현장으로 나오게 됐다. 학교로 가면 막내 소리를 듣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막내가 된 것. 그렇게 막내가 되니 좋은 선배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앞서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지방 공연을 통해 첫 무대에 올랐던 정휘는 이제 조금씩 배우라는 직업에 적응하려 한다. 처음엔 자신을 기다려준 팬도 적응이 안됐다. 아직도 낯설긴 마찬가지, 팬들의 반응이 어리둥절 하고 어색하지만 조금씩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하려 한다.
정휘는 "예술고등학교를 가면서 연기를 처음 접했다. 원래 배우보다 가수가 꿈이었다. 사실 어릴 때 진짜 아이돌이 하고 싶었다. 경북 경산 촌에서 와서 기회가 별로 없었다. 고등학교 때 오디션도 봤는데 잘 안됐다. 근데 중학교 때 방송춤도 배우고 동아리도 만들어서 춤 추고 그랬다"며 "그러다 고등학교 입학 후 연기를 접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근데 노래를 정말 좋아하고 한가지만 하는 게 아쉬워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배우를 꿈꾸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군대를 일찍 갔다와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에 일찍 갔다 왔는데 마음이 편하다. 또 현장에서 어리니까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어리니까 더 열심히 배울 수 있는 것 같다"며 "운좋게 현장에 일찍 나올 수 있었는데 현장에서 좀 더 선배들과 좀 더 좋은 것들을 배우면서 배우 생활 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블랙메리포핀스' 역시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여기서 했던 감정들과 분석했던 디테일 등 모든 것이 내가 몰랐던 것들이다. 나도 이런걸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데뷔를 하면서 만났던 형이 있는데 내게 '뭔가 눈빛이 달라졌다'고 했다. 스스로 살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까 뭔가 풍겨져 나오는 기운이 달라져다고 하더라. 나는 못 느끼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니까 뭐든 발전하고 싶다. 요즘엔 노래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다. 내게 '블랙메리포핀스'란 좀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거쳐 가는 하나의 관문 같은 작품이다. 앞으로 많은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나라는 배우를 좀 더 성장시키고 싶다. 아직은 좀 성숙하지 못하고 미완성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흔히들 말하는 '믿고보는 배우'가 되고싶다."
한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8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정휘,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공연 이미지컷.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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