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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성병숙(59)이 막내가 됐다. 다른 곳에서는 대선배인 그녀도 연극 '황금연못'에서는 이순재, 신구, 나문희와 함께 하며 여전히 배우고 깨닫는다. 이순재 전화 한통에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을 정도로 존경하는 선배들과의 작업은 항상 즐겁고 의미 있다.
물론 '황금연못'에는 젊은 배우들도 출연하지만 노부부가 주가 되는 연극인 만큼 상대역 이순재, 신구, 같은 역을 맡은 나문희 사이에서 성병숙은 완전 막내가 된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성병숙을 만났다.
성병숙이 출연하는 연극 '황금연못'은 꿈같은 청춘이 어느새 지나가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 노만, 심리적 갈등을 느끼는 노만의 독설을 묵묵히 받아주며 그를 지탱해 주는 아내 에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오랫동안 따로 살아온 고집쟁이 외동딸 첼시의 이야기를 그린다. 각기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물들의 갈등과 해학 넘치는 대사를 통해 인생철학과 가족의 사랑을 말한다.
연극 '황금연못'에서 에셀 역을 맡은 성병숙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이가 거의 10살 위의 분들이다. 내가 제일 부러워 하는 게 노부부가 팔짱 끼고 편안하게 서있는 모습이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여기 '황금연못'에 나오는 에셀처럼 살았다면 참 어려운 길을 걷지 않고 끝까지 살았을텐데 현실에선 못하니까 '황금연못'에서라도 해보려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에셀처럼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고, 남편에게 제일 아름다운 여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무대에서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기쁘게 하고 있다"며 "출연 하게 된건 어느날 이순재 선생님이 '황금연못' 하는데 하자고 전화가 왔다. 그 자리에서 스케줄이니 뭐니 안 보고 '네' 했다"고 고백했다.
성병숙은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때 나를 130번 업어준 분이다. 2년간 같이 공연을 하면서 삶의 자세나, 선배로서나 멘토시고 언제나 샘플이시다. '이렇게 나이 먹어야지' 했다. '선생님이 하자는데 그럼요. 당연하죠. 네' 하고 무조건 하게 됐다"며 "그렇게 참여하게 됐는데 이 시대에 내 딸이 결혼해서도 꼭 봐야 되는 연극이다. 가정이 어떤건지, 그 가정이 따뜻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이 가정에 진하게 녹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인생이 살만한지, 어떻게 즐겁게 인생을 누리고 살아야 되는지 비결이 녹아 있다. 그 비결의 핵심에는 엄마 에셀이 있다"며 "그래서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이 시대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황금연못' 속 가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성병숙은 "이 연극의 포인트는 디테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말 감정의 미묘한 부분, 어떻게 변하는지가 중요하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버지의 칭찬이 얼마나 큰 힘을 주게 되는지, 아버지는 그걸 어떻게 알게 되는지 이런 것들이 이 연극 보면서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황금연못'이 성병숙에게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막내로 있으며 선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기 때문이다. 그는 "막내가 참 편하다. 왜냐하면 조금 봐주시는 게 있다. 많이 알고 실수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하는 거니까 천둥벌거숭이 같은 게 있다"며 웃었다. 이에 함께 자리한 나문희는 "제일 좋은 나이니까 우리한테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한창 자유스러운 나이다. 힘도 좋고 연기도 좋고 모든 것이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남편 역 두 분이 워낙 성격이 다르다. 하루는 신구 선생님하고 가는데 맛이 다르다. 그래서 연습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연극 막이 올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달 동안 배우로서 겪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연습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 보는 것도 재미다. 진짜 의외로 막내인 내가 빌빌하다. 이순재, 신구, 나문희 선생님 모두 체력적으로 정말 강하다. 몇년 후 내가 선배님 정도의 나이가 됐을 때 저정도를 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해야 할텐데 이런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성병숙은 꾸준히 연극을 놓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저는 나문희 선배님이 연극을 계속 해주시는게 좋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대선배님들이 와주시니까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받고 주목도 받고 큼지막한 작품들이 연극에 기억되는 발자취가 돼서 너무 좋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연극하는 이유는 가장 아날로그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휴대폰도 발달하고 위성도 발달하고 했지만 그래도 친구가 보고 싶으면 '야 만나자' 이렇게 되는데 연극은 바로 그렇게 만나는 거다. 그래서 만질 수가 있고 보고 싶으면 눈을 마주치고 만지고 밥 먹고 하는게 가능한게 연극이다. 연극만이 가진 장점이기 때문에 절대 안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한편 연극 '황금연못'은 오는 9월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성병숙.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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