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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일반적으로 '0'으로 시작하거나 세자릿수 등번호는 퓨처스리그에서 주로 뛰는 선수들의 몫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번호를 달고 뛰는 순간을 학수고대한다. 한화 이글스 유격수 강경학도 의미 있는 새 번호를 받아들었다.
지난 6일 청주 삼성전만 해도 07번을 달고 뛰던 강경학. 전날(8일) 따끈따끈한 새 번호 14번을 받아들었다. 9일 잠실 LG전부터는 14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김민재 현 kt wiz 코치와 이대수(SK)까지. 한화의 주전 유격수들이 달았던 번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강경학은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유망주. 하지만 2011년 단 2경기에 나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2012년부터 2년간 군 복무를 마친 뒤 팀에 복귀해 1군 무대를 밟기도 했으나 또다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5월 15일 대구 삼성전서 2루 슬라이딩 도중 발목을 다쳤다. 2달간 재활에 매달린 끝에 1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재진입에 성공했다.
올라오자마자 경기에 나서 잊지 못할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냈다. 6-6으로 맞선 8회말 1사 1, 2루 상황서 두산 정재훈을 상대로 결승 스리런 홈런을 뽑아낸 것. 올 시즌 첫 타석에서 데뷔 첫 홈런과 안타, 타점, 득점을 단번에 만들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당분간 강경학을 주전 유격수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운 수비에 값진 홈런까지 보여줬으니 눈도장을 받을 만했다. 6일 삼성전서는 기막힌 중계플레이로 한 점을 막아내기도 했다.
새 번호를 받아든 건 당당한 1군 선수로 거듭났다는 얘기다.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퓨처스리그서 뛰고 있는 선수 대부분은 팬들에게 다소 생소한 세자릿수 번호나 0으로 시작되는 번호 대신 제대로 된 번호를 다는 게 하나의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강경학에게 새 번호를 받아든 소감을 물었다. 그는 "이대수(SK), 김민재 선배(현 두산 코치)님이 달았던 한화 유격수를 대표하는 번호다"며 "나도 앞으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대수는 두산 소속이던 2010년 조규수-김창훈과의 1대2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2009년을 끝으로 은퇴한 김민재가 달았던 14번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1년 생애 첫 3할 타율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민재와 이대수의 14번 계보를 강경학이 잇는다. 이대수가 지난 6월 조인성과의 트레이드로 SK로 떠난 뒤 주인을 찾지 못하던 14번 유니폼은 강경학의 차지가 됐다.
단기간에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강경학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등번호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앞으로도 하나씩 배워 나간다는 생각으로 계속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하는 강경학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강경학(오른쪽).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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