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도 내 스타일을 모르나?”
삼성 류중일 감독이 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7월 13일 대구 SK전서 수비 도중 늑골을 다친 최형우의 1군 컴백 배경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 류 감독의 핵심은 선수다. 기본적 원칙은 확고하다. 그러나 그 범위 내에선 코치와 선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굽힌다. 자신의 감각과 데이터를 무시하진 않지만, 확실히 류 감독은 선수 중심이다.
삼성은 잘 나간다. 지난 3년에 비해 훨씬 수월한 레이스를 펼친다. 류 감독은 방심하지 않으면서도 철저하게 시즌을 운영한다. 핵심은 유능한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유능한 자원들을 만드는 건 선수와 코치의 몫이다. 류 감독은 그 자원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이 과정서 철저히 선수 중심의 운영을 펼친다. 부상을 입은 선수를 무리시키지 않는 건 단순한 접근이다.
▲ 최형우 복귀와 박석민 휴식
최형우는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약 1달간 휴식만 취했다. 그런 최형우가 류 감독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1군에 올려주십시오.” 삼성은 최형우 없이도 잘 나갔다. 이승엽 박석민 채태인이 돌아가면서 클러치 능력을 선보였다. 최형우로선 그런 팀을 바라보면서 책임감과 미안함이 있었던 모양이다. 류 감독은 “원래 SK전에 복귀시키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삼성은 11일 목동 넥센전 이후 이틀간 경기가 없다. 류 감독은 이런 스케줄을 틈타 4번타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주고 싶었다. 류 감독은 최형우에게 몇 차례 “NO”를 외쳤다. 하지만, 제자의 간곡한 부탁을 결국 들어줬다.
최형우가 복귀하면서, 박석민이 9일 경기서 빠졌다. “타격할 때 옆구리가 조금 걸린다”라는 게 박석민의 설명. 최형우가 복귀하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박석민에게 휴식을 줘도 전력 공백이 크지 않았다. 류 감독의 치밀한 선수운영의 묘가 드러나는 대목. 삼성은 10일 목동 넥센전을 비로 치르지 않았다. 박석민은 결과적으로 연이틀 휴식을 취하면서 충분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 임창용 향한 무한신뢰
현실적으로 삼성의 유일한 고민거리는 마무리. 임창용이 불안한 건 부인할 수 없다. 9일 목동 넥센전서도 세이브는 따냈지만, 1이닝 2실점하며 살얼음판을 걸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그런 임창용에게 단 한번도 부담을 준 적이 없다. 시대를 풍미했던 대스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저 철저히 원칙대로 기용한다.
류 감독은 “본인이 먼저 말하면 고려할 수 있어도, 내가 먼저 고려하진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류 감독이 먼저 임창용의 마무리 보직을 뒤흔들 계획이 없다는 의미. 류 감독은 “물론 블론세이브 8개가 많긴 많다. 그래도 임창용이 9회엔 가장 안정감이 있다. 세이브 숫자만 보면 다른 선수와 별로 차이가 없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시즌 전부터 “임창용이 옛날 전성기 임창용이 아니다”라며 기대치를 낮췄다. 임창용이 시즌 중반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높아진 타자들 수준으로 고전할 수도 있다는 걸 미리 간파했다.
류 감독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불펜 강화 계획을 세웠다. 류 감독은 “권혁 구위는 시즌 초반보다 많이 올라왔다”라고 했다. 지난 6일 청주 한화전서 정근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지만, 평소보다 많은 공을 던졌고 정근우가 잘 친 것으로 해석했다. 류 감독은 “안지만 차우찬 앞에 권혁과 심창민이 나선다. 권혁과 심창민은 안지만 차우찬을 돕는 역할”이라고 했다. 결국 권혁이 더 좋아질 경우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
또 하나. 류 감독은 “김현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해보려 한다”라고 했다. 우완 정통파 김현우는 현재 삼성 추격조다. 류 감독은 장기적으로 김현우가 필승 셋업맨으로 커줘야 한다고 본다. 2년 전 심창민에게 조금씩 기회를 주며 필승조로 끌어올렸던 것처럼, 김현우에게도 서서히 타이트한 상황서 경험을 쌓게 할 요량이다. 잠깐이었지만, 김현우는 9일 경기서도 리드 시점서 등판했다. 이런 식으로 임창용 앞에 나오는 투수들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임창용의 부담을 줄이려는 게 류 감독의 속 뜻이다.
▲ 3안타 친 이지영 대신 이흥련을 쓴 이유
류 감독은 9일 경기서 이흥련을 주전포수로 출전시켰다. 시즌 초반 가능성을 보였던 이흥련은 현재 백업으로 굳어진 상태.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한 뒤 돌아온 이지영이 공수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성장했다. 최근에도 이지영의 타격감은 괜찮았다. 8일 대구 롯데전서도 3안타를 날렸다. 그런데 류 감독은 이흥련을 배영수의 배터리 짝으로 붙였다.
류 감독은 “야구는 일단 점수를 안 줘야 유리한 게임”이라고 했다. 이지영이 아무리 타격감이 좋아도 선발 배영수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포수는 이흥련이다. 올 시즌 류 감독은 배영수가 선발등판할 때 이흥련을 자주 출전시켰다. 이흥련은 배영수 전담포수라고 보면 된다. 류 감독은 “난 포수를 쓸 때 투수 의사를 물어본다”라고 했다.
결국 포수의 공격력과 최근 컨디션보다, 선발투수의 의사를 존중한 것. 류 감독이 선수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면, 전날 좋은 감각을 선보인 이지영이 나섰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류 감독의 속뜻은 달랐다. 마찬가지 의미로, 선발투수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는 것도, 되도록 승수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팀도 팀이지만, 투수 개인은 승수가 곧 연봉이고 동기부여의 원동력이다.
선수 개개인이 잘 돼야, 팀도 잘 된다는 게 류 감독의 지론. 그 출발점이 선수들을 향한 배려와 믿음이다. 류 감독은 그 힘을 지난 3년간 증명했다. 올해도 변함없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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