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요즘 프로농구와 대학농구는 연습경기 시즌이다.
프로농구가 10월, 여자프로농구가 11월 개막한다. 남녀 16개 구단들은 몸 만들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술훈련과 조직력 끌어올리기에 돌입했다. 남자구단들의 경우 외국인선수도 대부분 합류했다. 대학들과 적극적으로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전력을 조율하고 있다. 일본, 대만 팀들과 연습경기를 갖거나, 프로팀들끼리 서로 연습경기를 갖는 여자와는 다소 다른 풍경이다.
KBL 가을 신인드래프트가 처음으로 도입됐던 지난 2012년. 대학감독들은 드래프트 결과에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프로팀이 선수를 많이 뽑지 않았고 대학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것. 당시 대학들은 모비스 SK 오리온스와 1년간 연습경기를 거부했다. 그렇게 날을 세웠던 프로와 대학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7~9월 집중적으로 연습경기를 치른다. 이 역시 이유가 있다. 한 마디로 상부상조다.
▲ 전력노출은 줄이고 연습효과는 높이고
일단 KBL 10개구단들은 프로야구 팀들처럼 비 시즌에 장기간 해외 전지훈련을 하지 못한다. 예산이 적기 때문이다. 해외 전지훈련보다 국내에서 담금질을 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전술을 점검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많은 연습경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국내는 해외보다 연습상대 선정에 제약이 있다.
10개구단은 비 시즌에는 가급적이면 연습경기를 갖지 않는다.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짧게나마 해외 전지훈련을 하는 건 마침맞은 스파링파트너가 많기 때문이다. 전력 노출 우려 없이 현지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많이 치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구미에 맞는 연습상대가 많지 않다. 그래서 대학들과 연습경기를 많이 갖는다.
물론 1부 대학들은 기본적 테크닉과 파워에서 프로팀들에 뒤진다. 하지만, 기본적 골격은 프로 2군급쯤 된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들은 엉성하긴 해도 나름대로 조직적인 수비를 펼친다. 장신자도 꽤 많다. 결국 프로가 대학을 상대로 조직력 점검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 적어도 대학을 상대로 주전경쟁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은 프로 팀들의 좋은 스파링파트너다.
▲ KBL 리허설, 엄청난 학습효과
사실 대학이 얻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기본적으로 수준 높은 조직력과 테크닉을 갖고 있다. 부딪히고 깨지면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7~9월이 아니면 프로팀과 붙어볼 기회도 없다. 프로가 연습경기를 제안하면 대학으로선 거부할 이유가 없다. 과거 일부 대학들은 대학리그 기간에도 프로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선수들에게 대학리그 이상으로 더 좋은 공부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 상위권 팀들은 6월 대학리그 정규시즌을 마쳤고 9월 플레이오프를 앞뒀다. 일부는 전국체전도 준비해야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정기전도 앞뒀다. 그들 역시 프로와 마찬가지로 질 좋은 스파링파트너가 절실하다. 외국인선수까지 뛰는 프로팀은 최상의 연습상대다. 엄청난 학습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하나. 신인드래프트가 9월로 당겨지면서 7~9월 연습경기가 대학 입장에선 일종의 KBL 리허설이 됐다. 4학년들은 프로팀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고, 장점을 최대한 어필해야 한다. 감독들은 물론이고, 구단 스카우트들도 대학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본다. 프로와 대학 서로 도움이 되는 부분. 프로팀들도 대학 선수들을 데이터뿐 아니라 경기력을 직접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리온스는 왜 U18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을까
오리온스는 지난 12일 고양체육관에서 김승환 감독이 이끄는 U18 남자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U18 남자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이다. 대회가 임박한 U18 대표팀으로선 최상의 연습상대를 만났다. 깨지면서 한 수 배웠다. 하지만, 오리온스엔 연습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오리온스는 왜 U18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을까. 당시 현장에서 만난 한 농구관계자는 “이래서 아직 농구판이 훈훈한 것”이라고 웃었다. 농구인들은 타 종목에 비해 유달리 단합이 잘 된다. 유착관계가 심해 문제가 일어난 적도 많지만, 서로 도움을 주는 부분도 많다. 오리온스로선 프로로서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동생들에게 기꺼이 서비스를 해준 것이었다. 추일승 감독도 “붙어줘야지”라고 웃었다.
그냥 연습경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보통 프로가 대학과 연습경기를 하면 식사와 교통편의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오리온스 이형진 부단장은 “우리는 구단 버스를 대학에 보내서 직접 데려오고, 또 끝나고 밥까지 먹여서 돌려보내준다”라고 웃었다. 비단 오리온스뿐 아니라 10개구단이 대부분 그렇게 한다. 또 그게 프로가 지녀야 할 당연한 서비스 마인드다.
[지난해 프로아마 최강전 장면(위, 가운데). 오리온스-U18대표팀 평가전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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