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다.”
두산은 삼성과 함께 선수층이 두꺼운 대표적인 팀. 전통적으로 야수 팜이 풍부했다.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이종욱 손시헌 임재철 최준석 등이 팀을 떠났지만, 정수빈 김재호 민병헌 등이 그 틈을 완벽하게 메웠다. 올해 두산이 부진해도, 야수들 위력만큼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다. 빼어난 유망주가 많은 서울을 연고지로 삼는 게 근본적 원동력이다. 하지만, 야수 선발만큼은 스카우트팀의 안목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두산표 ‘화수분야구’의 핵심.
올 시즌 분위기는 좀 다르다. 지난해 팀을 떠난 야수들의 빈 자리는 잘 메웠다. 하지만, 그들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할 카드들이 확실하게 떠오르진 않는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마운드가 정체됐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다. 현재 1군에 몸 담은 젊은 투수들 역시 완전체라고 보긴 어렵다. 윤명준 오현택 변진수 등은 가능성이 풍부하지만, 꾸준함은 증명되지 않은 카드들. 화수분야구를 재점검할 시점이다.
▲ 투수, 철저히 미래 바라본 지명
두산은 25일 신인 2차지명회의서 투수 4명을 선발했다. 1차지명서 서울고 투수 남경호를 지명했다. 2차지명서도 1라운드서 광주제일고 채지선을 뽑았다. 4라운드서 광주동성고 방건우, 6라운드서 연세대 박성민, 최종 10라운드서 군산상고 이윤후를 선발했다. 두산의 투수 지명 컨셉은 즉시전력감 아닌 미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발전 가능성을 봤다”라고 했다. 두산 마운드 현실, 내년에 배출되는 신인들의 수준 등을 감안하면 마침맞은 선택.
더구나 2차지명서 뽑은 투수 4명이 두산 입맛에 100% 맞는 투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 1라운드 8순위로 첫 지명권을 행사했다. 1라운드 앞 순번 7팀이 좋은 투수를 데려가는 걸 지켜봤다. 이 팀장은 “앞에서 좋은 투수들을 상당수 데려갈 것으로 봤다. 특히 2라운드부터는 그렇게 될 확률이 50%가 넘어간다고 봤다. 차선책을 택했다”라고 했다.
1차지명서 선발한 남경호보다 2차 1순위로 뽑은 채지선이 즉시전력감에 좀 더 가깝다. 이 팀장은 “남경호는 발전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오히려 채지선이 직구구속도 147km까지 나오고 변화구도 130km 중반까지 나온다”라고 했다. 채지선은 제구력을 보완하는 게 과제다. 좌완 박성민도 좋은 자원. 키는 크지 않지만, 타점이 높은 게 인상적이다. 이 팀장은 “키가 작아도 높은 타점으로 커버 가능하다”라고 했다. 전통적으로 왼손투수가 귀한 두산. 박성민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 정수빈 공백 미리 대비
올 시즌을 끝으로 정수빈이 군 입대할 가능성이 있다. 정수빈은 올 시즌 부동의 주전 중견수. 발이 빠르다. 작전수행능력도 좋다. 수비력까지 좋다. 정수빈 공백은 분명히 크다. 박건우 정도를 제외 하고는 즉시 대체자원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 상대적으로 두꺼운 내야진에 비해 외야진은 헐거운 면이 있다. 지난해를 끝으로 팀을 떠난 이종욱과 임재철 공백이 분명히 있다.
이 팀장은 3라운드서 선발한 고려대 사공엽을 주목했다.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돋보이는 자원. 이 팀장은 “기본적으로 송구능력이 좋다. 타격은 부족하지만, 수비는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라고 확신했다. 중견수가 가능한 사공엽이 당장 내년에 주전이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 차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년에 비해 야수 유망주가 부족한 상황. 완성형 특급 야수는 없다. 대부분 스카우트들은 특정 파트에서 한 가지라도 도드라지는 면이 있는 유망주를 선호했다. 장점을 위주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면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전략. 두산의 경우 사공엽 외에도 또 다른 외야수 고봉찬, 동성고 내야수 김민혁, 건국대 내야수 정진철 역시 마찬가지다. 어쨌든 내년에 정수빈이 군 입대할 경우 단기적 성과도 내야 한다.
▲ 베어스파크가 중요하다
이 팀장은 전체적으로는 100% 원하던 카드들을 손에 쥐진 못해도, 미래 대비 차원에선 나쁘지 않은 드래프트라고 봤다. 이 팀장은 “두산은 전통적으로 즉시전력감보다는 미래를 보고 선수들을 키워왔다”라고 했다. 두산 특유의 화수분야구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 스카우트팀이 좋은 원석을 발굴했으니, 이젠 선수 본인과 지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화수분야구는 자꾸 좋은 선수가 배출돼 1군 주전들을 위협할 수준이 될 때 결실을 맺는다.
두산은 지난 7월 이천에 베어스파크를 새롭게 열었다. 기존 2군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국내 최고수준의 2군 홈 구장, 연습 및 재활 시설을 갖췄다. 이 팀장은 “좋은 자원들이 있으니까 베어스파크에서 잘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25일 선발된 10명의 선수 모두 베어스파크서 미래를 설계한다. 실질적인 베어스파크 첫 수혜자. 두산으로선 베어스파크를 통해 화수분야구의 생기가 유지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두산 그룹의 모토는 ‘사람이 미래다’. 그만큼 인재등용을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화수분야구는 두산이 영원히 계승하고 가꿔야 할 숙제다. 베어스파크 새단장에 이어 이번 신인 2차지명이 두산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산 내년 신인 채지선(위), 남경호(가운데), 베어스파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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