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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해 장장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KBS 2TV 아침드라마 'TV소설 순금의 땅'. 배우 강예솔은 이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숨가쁜 열연을 펼쳤다. 한 드라마의 타이틀롤을 맡는 것 자체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긴 하지만, 특히 '순금의 땅'은 당초 150부작으로 제작이 예고됐다가 무려 163회까지 연장이 결정되면서 강예솔의 양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강예솔 본인에게는 부담보다도 큰 숙제를 마치고 난 뒤의 개운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순금의 땅'은 1950년대와 1970년대 경기도 연천 일대를 배경으로 분단이라는 비극 속에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요즘 상황에서 '순금의 땅'은 얼마 남지 않은 청정지대를 오롯이 지키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강예솔은 극중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지만 그가 남긴 인삼 씨앗으로 거친 땅을 인삼밭으로 일구는 여장부 정순금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예솔의 얼굴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이미 드라마 종영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인 종방연도 무려 세 번이나 마친 터였다. 세트 촬영과 야외 촬영 스케줄 등이 엇갈려 어쩔 수 없었다. 강예솔은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의 주연은 처음이라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163회라는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며 뿌듯해했다.
"처음에는 순금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착할 수 있을까 생각이 됐어요. 그래서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배려심과 이해심이 넘쳐 흘렀어요. 그리고 어린 순금이 역의 박하영 양이 캐릭터를 너무 멋지게 소화해줘서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죠. 성인이 되고 나서 제가 바통터치 하는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더라고요. 이후에 캐릭터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촬영 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스태프들과 감독님이 해주시는 말, 배우와 매니저 심지어 스타일리스트가 해주는 말들까지 모두 다 받아 적었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였을까. 이후 강예솔이 연기한 순금이 호평을 얻었고, 주인공의 호연 덕에 드라마 '순금의 땅' 역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여기에 강예솔 뿐 아니라 대부분 신인급으로 구성된 배우들의 범상치 않은 연기력 역시 '순금의 땅'의 주요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래서 경쟁심으로 들끓을 것 같은 촬영현장은 오히려 서로를 다독이는 가족같은 분위기였다고.
"신인이라면 사실 누구나 자신이 더 돋보이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걱정을 하긴 했었는데, 기우였어요.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최고였어요. 서로 부족한 거 채워주고 보듬어주고, 잘하면 응원해주고. 그래서 마지막 촬영을 잊지 못해요. 세트 녹화 마치고 쫑파티를 하는데, 전날 많은 분량을 찍었거든요. 그렇게 지쳐있을텐데도 마지막 촬영까지 다 기다려줬어요. 마지막 엔딩 신도 뭉클했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어요. 어느 누구에게서라도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순금의 땅'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린 강예솔이었지만, 사실 앞서 대한민국에 돌풍을 일으킨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먼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극중 정도전(조재현)이 유배지에서 만난 양지 역이었다. 양지는 정도전을 흠모하는 여인으로 등장했지만,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 정도전에 조선을 건국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정도전' 팬이라면 양지라는 캐릭터는 쉽사리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강예솔은 "'정도전' 역시 '순금의 땅'만큼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정도전'은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연기의 신들 사이에서 즐겁게 뛰어논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니 자신감이 넘쳤죠. 그땐 제가 잘했던 게 아니라 잘하시는 분들 속에 있었던거죠. 그런데 반대로 '순금의 땅'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한 작품이었어요. 철부지에서 벗어나게 해준 작품이죠. 이 두 작품에서 배운 것들은 아마 평생 갈 것 같아요."
얼굴만큼 예쁜 강예솔이란 이름은 사실 그녀가 직접 만든 예명이다. 본명은 임일규. 언뜻 남자 이름같은 강예솔의 본명은 작명 후기 역시 범상치 않았다. 그녀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 꿈에 나타났던 산신령이 지어줬다는 것. 이름 덕분이었을까. 강예솔은 무려 4번의 대형사고에서도 멀쩡히 살아남을 수 있었단다. 강예솔은 "어릴 때 이름 바꾸고 싶어 울고불고 떼를 썼었는데, 결국 바꿀 수 없었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예솔은 미스 춘향 출신이다. 이후 오디션에 참여해 MBC 드라마 '마이프린세스'를 계기로 본격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연기 경력은 짧지 않았지만,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순금의 땅'과 '정도전' 두 작품으로 강예솔은 다시 한 번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아직 해본 역할보다 안 해본 역할이 많은 강예솔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작품 속 인물로 기억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제 이름은 몰라도 저를 그냥 순금이로만 기억해주신다면 그걸로 대만족입니다. 그게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거든요. 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순금이에게는 참 미안함보다 고마움이 커요. 조금 더 일찍 만나지 못하고 더 사랑해 주지 못한 느낌이에요. 앞으로는 이런 마음들이 들지 않게 새로 만날 캐릭터는 더 많이 사랑해주려고요. 또 기회가 된다면 연기 내공을 쌓은 다음에 악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준비가 됐을 때."
[배우 강예솔.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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