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데 더 열심히 해야죠."
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경언은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혹자는 '경언신(神)'이라 칭하기도 한다. 올 시즌 높아진 김경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경언은 올 시즌 66경기에서 타율 3할 2푼 9리 5홈런 42타점, 출루율 4할 1푼 3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진 규정타석이든 아니든 3할 타율로 마친 시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9년 타율 5할은 2타수 1안타였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6월까지 38경기에서는 타율 3할 6푼 6리 1홈런 19타점 맹타를 휘둘렀고, 지난달부터 28경기에서도 타율 2할 9푼 1리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중반 부상으로 잠시 2군에 내려가면서 페이스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월간 타율 2할 8푼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주자 있는 상황에서 4할 3리(119타수 48안타) 3홈런 40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3할 5푼 3리나 된다.
지난 29일 넥센 히어로즈전은 최근 부진을 완전히 털어낸 한판이었다. 이전 3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 부진에 빠져 우려를 낳았다. 모두가 '슬럼프가 찾아온 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동점 3점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맹타로 팀의 10-9 끝내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6-9로 뒤진 8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스리런 홈런 한 방으로 대전구장에 모인 팬들을 열광케 했다. 올해 유독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 너무나 중요한 상황에서 나왔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경언을 핵심 전력으로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FA로 영입한 이용규의 수비 복귀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와 최진행에 주장 고동진, 정현석, 이양기와 경쟁해야 했다. 주전 한 자리를 보장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김경언은 "어느 때보다 경쟁심을 갖고 더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경언은 의연했다. 올 시즌 좋아진 비결을 묻는 질문에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며 "야구를 오래 하면서 노림수가 생겼다.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지 생각하고 임한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 오래 걸렸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데뷔 후 무려 14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시즌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는 맹활약이다. 2번 타자로 타율 4할 1푼 2리(17타수 7안타), 하위 타순(7~9번)에서도 3할 7푼 5리(72타수 27안타)로 잘 쳤다. 3번 타자로 고정된 이후에도 타율 2할 9푼 3리(133타수 39안타) 5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5홈런 모두 3번 타순에서 뽑아냈다.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람은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는 김응룡 감독의 말을 몸소 실천에 옮긴 것. 김 감독도 "김경언이 3번에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한다.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경언은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나도 했다. 누구에게나 꼭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덤덤한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프로 14년 차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경언의 활약.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한화 이글스 김경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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