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고동현 기자] 등판 그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SK 와이번스는 31일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신윤호(39)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신윤호는 2004년 10월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10년여만에 선발투수로 1군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 6년만의 선수 복귀,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프로 초기, 신윤호는 공은 빠르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95년 2경기를 시작으로 2000년까지 54경기에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단 2승 뿐이었다. 그리고 2001년,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고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70경기에 나서 15승 6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을 기록했다. 다승왕, 승률왕, 구원왕, 골든글러브 모두 몫이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후 7시즌동안 11승 12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6.05에 그쳤고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2008년 은퇴했다.
2014년, 신윤호가 돌아왔다. 2013년말 SK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며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개인사업과 야구코치 등을 하던 신윤호는 39살의 나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야구가 그리워' 돌아왔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마운드가 예전에 비해 헐거워진 SK지만 그가 1군 무대를 밟기는 쉽지 않았다. 1군 엔트리에는 한 차례도 등록되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2경기에 나서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5.31이 그의 성적. 그래도 그는 끝까지 기다렸고 드디어 신윤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 3619일만의 선발 등판
SK는 4, 5선발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다. 여러명의 투수를 테스트했지만 대부분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신윤호가 23일 LG와의 퓨처스리그에서 5⅓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사구 2실점으로 호투했고 SK 코칭스태프는 신윤호를 31일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이로써 신윤호는 2008년 9월 27일 목동 넥센전 이후 2164일만에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이게 됐다. 선발로만 범위를 좁힌다면 2004년 10월 3일 2004년 10월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3619일만이다. 사실상 10년 만이다.
신윤호가 "5이닝만 잘 막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낸 가운데 이만수 감독은 "이닝을 생각하지 않고 한 타자, 한 타자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신윤호가 등판하는 것 자체가 스토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전체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윤호는 복귀 당시 "내게 야구란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고향 같은 것이다. 사람은 변해도 고향은 못 버리지 않는가"라며 "내가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했어도 야구는 늘 가슴 속에 있었다. 아팠던 팔이 안 아프니 야구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 있는 상태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다. 열망이 점차 커지더라"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로 딸이 두 명있고 막내가 아들인데 야구 선수다. 아빠가 다시 프로 유니폼을 입으니 딸들도 좋아하지만 특히 막내 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버지가 맹활약하던 시절을 보지 못했던 2001년생 아들은 이제 39살이 된 아버지의 선발 등판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물론 4강 진출을 포기하지 않은 SK에게 이날 경기는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프로팀에게는 승리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10년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신윤호의 등판은 그 자체로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을 준다.
[SK 신윤호.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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