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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 2TV 수목 특별기획 드라마 '조선 총잡이'(극본 이정우 한희정 연출 김정민 차영훈)는 혼란이 거듭되던 조선 후기 불꽃처럼 사랑한 두 남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퓨전 사극이다. 그럼에도 각종 역사적 사건들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했고,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이준기가 펼쳐낸 액션과 복수, 그리고 숱한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면서 '조선 총잡이'는 다소 무거운 드라마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남상미의 눈물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이동휘 안지현 등 코믹 감초 역할을 한 배우들 덕분에 '조선 총잡이'는 그 무게감을 덜 수 있었다.
이동휘는 극중 박윤강(이준기)의 친구이자 좌포청 포교 한정훈 역을 맡았다. 한정훈은 수사관으로서의 능력이 출중함에도 스스로 한량을 자처하는 인물. 무엇보다 그 어떤 심각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유머감각을 잊지 않는 뚝심 있는 캐릭터다. 극 초반 유일한 관심이라고는 오직 여자와 술뿐 이었으나, 윤강이 위기에 처하면서 깊은 우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그는 뚝심 있는 인물. 정훈은 윤강을 지키려 대신 감옥에 간 위기의 상황에서도 술과 여자를 옥사 안으로 들이는 과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훈은 5회에서 문일도(최철호)가 비밀리에 총잡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천연덕스럽게 상관의 말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15회에서는 문일도에게 윤강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진지한 상황 속에서 "눈을 가리고 따라오라"고 말했으나, 문일도의 호통에 "아닙니다. 그럼 그냥 가시지요. 두 눈 다 뜨시고요. 눈은 뜨라고 있는 건데"라며 능청스러운 애드리브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진지와 코믹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사람의 등장은 드라마 방영 내내 웃음보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조선 총잡이'에서 정훈과 함께 웃음의 한 축을 담당했던 캐릭터가 또 있다. 바로 안지현이 연기한 잔이. 잔이는 정수인(남상미)의 몸종이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여타 사극 속 몸종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잔이는 마치 수인보고 들으라는 듯 쉴 새 없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 넋두리,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치 수인을 놀리는 듯한 말투다. 그래서 극 초반 수인은 잔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미간을 찌푸리며 화를 내기 일쑤였다.
2회에서 수인은 권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약점 잡아 윤강이 자신을 놀리자 분노했다. 이에 잔이는 멍한 눈빛으로 모든 걸 체념한 듯 "어디 그게 보통 약점이예요? 구르라면 구르고 뛰라면 깡총깡총 뛰세요"라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에 화가 난 수인이 입술을 앙 다물고 "가서 자~"라고 말했지만, 잔이는 "그러게 제가 천장에다 숨기자고 했잖아요"라고 타박했고, 수인은 다시 "가서 자라고!"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밖에도 잔이는 수시로 수인을 나무라거나 마치 수인을 놀리는 게 재밌다는 듯한 말투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동휘와 안지현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조연임에도 탁월한 연기력을 기본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감초 같은 역할을 도맡아 완벽하게 소화한 이들의 활약은 '조선 총잡이'가 적절한 재미와 함께 동시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배우 이동휘와 안지현. 사진 = KBS 2TV ‘조선 총잡이’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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