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단 좋은 흐름을 탔다.
올 시즌 두산의 부진은 장기화됐다. 시즌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행보. 사실 리그 최강수준의 타선, 검증되진 않았으나 활용 방향에 따라 괜찮은 수준의 마운드까지. 지금 두산은 LG와 4위 다툼 중이지만, 시즌 전엔 삼성의 4연패를 저지할 유력후보로 꼽혔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된 채 올 시즌을 시작했다. 벤치가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그 이상, 혹은 그 이하 행보가 가능하다는 평가였다.
우여곡절,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중위권으로 처졌다. 그리고 아주 어렵게 반등하고 있다. 두산의 여름은 악전고투였다. 선발진이 조금씩 활기를 찾고, 불펜진이 힘을 내자 치고 올라가는 모양새. 삼성과 함께 리그 최고 수준의 양질을 갖춘 야수진의 힘은 두산의 숨은 저력. 결국 최근 4연승. LG를 1경기까지 쫓는 데 성공했다. 4일 잠실 LG전은 5시간 대혈투 끝에 3-3 무승부로 끝났지만, 0-3으로 뒤진 게임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역전 직전까지 몰아친 것으로 두산의 저력이 확인된 한 판이었다.
▲ 극심한 엇박자 탈피
시즌 내내 시행착오와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두산 마운드는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다. 유희관과 노경은의 부진이 장기화됐다. 크리스 볼스테드 역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5선발 없이 출발한 선발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홀로 버텼다. 결국 추락했다. 그러나 유희관이 8월 극적으로 반등했고 대체 외국인투수 유네스키 마야가 힘을 내고 있다. 니퍼트는 등 근육 부상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노경은이 여전히 부진하고 5선발 카드가 불안하지만, 두산 선발진은 리그 중간 수준의 위력으로 상향 조정됐다.
선발진이 살아날 무렵, 불펜이 흔들렸다. 시즌 중반까지 두산 불펜진은 들쭉날쭉한 선발진을 비호하느라 지쳤다. 과부하가 걸렸다. 송일수 감독 역시 “불펜 투수들이 무리한 경향이 있었다”라고 했다. 정재훈과 윤명준의 구위가 떨어진 이유. 사실 필승조, 추격조의 명확한 구분 없는 운영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들어 조금씩 윤곽이 잡힌다. 정재훈 윤명준을 축으로 이현승 함덕주 오현택이 좌우 사이드암 구색을 갖췄다. 마무리 이용찬도 불안하지만, 여전히 괜찮은 카드.
4일 잠실 LG전은 최근 안정된 두산 마운드의 집약체였다. 두산 불펜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선발 니퍼트에 이어 이현승-오현택-이용찬-윤명준-함덕주로 이어진 완벽한 계투. 이용찬이 나오기 전에 윤명준과 정재훈이 등장하지 않은 건 분명 뒤진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현승과 오현택으로 최대한 버텨보자는 송 감독의 의도가 투영됐다. 이해되는 게임 운영 플랜. 이런 흐름이 좀 더 단단하게 이어진다면, 두산 마운드도 안정될 수 있다.
4연승 과정을 돌아보면, 선발진의 안정된 피칭과 타선의 조화가 이상적이었다. 불펜이 흔들렸지만, 타선이 메워내는 구조. 그러나 이날처럼 불펜이 안정된다면 투타 밸런스가 극대화될 수 있다. 타선이 좀 부진해도 마운드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가장 이상적 그림이다. 타선은 언제 터지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다. 사이클 폭이 큰 게 타선의 또 다른 얼굴이다.
▲ 여전히 중요한 LG와의 잔여 3경기
두산은 올 시즌 LG와 6승6패1무로 팽팽하게 맞섰다. 5일 맞대결과 함께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2경기가 편성된다. 그 3경기가 사실상 두산의 올 시즌 농사 결과를 가를 수 있다. 롯데와의 잔여 2경기, SK와의 잔여 5경기도 물론 중요하다. LG에 2.5경기, 3.5경기 뒤처진 롯데와 SK보단 결국 LG와 두산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이 최근 4연승 과정에서의 투타 밸런스만 꾸준히 유지한다면 그렇다.
LG, 롯데, SK와의 10경기가 두산의 올 시즌 명운을 가른다. 송일수 감독은 이번 LG와의 2연전에 니퍼트와 마야를 일찌감치 선발로 내정했다. 필승 의지가 드러났다. SK와의 주말 2연전엔 유희관과 노경은 혹은 정대현이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사흘 휴식기. 그리고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준비된다. 일정은 나쁘지 않다. 마운드 총력전이 가능한 상황.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도 중요하다. 결국 4위싸움의 결말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10월 가을야구서 갈린다. 두산은 경찰청, kt, 자체 정백전을 각각 2경기씩 총 6경기 갖는다. 송 감독은 “아시안게임 휴식기엔 연습경기와 함께 수비 포메이션 점검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연습경기로 최근 좋았던 투타 밸런스를 최대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비조직력 강화는 장기레이스, 단기전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
두산은 여전히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젠 4위탈환을 진지하게 노릴만한 흐름을 탔다. LG와의 맞대결을 비롯한 경쟁자들과의 빅매치, 아시안게임 휴식기 재정비 등으로 최근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4위 탈환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시즌 전 예상된 전력 기대치에 따르면, 두산은 당연히 이 정도 이상의 성적이 기대되는 팀이었다. 두산이 악전고투와 우여곡절 끝에 희망을 되찾아가고 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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