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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하늬에게서 외모, 서울대 출신, 엄친딸, 국민딸 등의 수식어를 먼저 떠올렸던 사람이라면 영화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타짜-신의 손' 속 이하늬는 매력적이지만, 그보다도 '배우 이하늬'의 모습이 먼저 보인다.
'타짜-신의 손'에서 이하늬는 100억대의 유산을 물려받은 젊은 과부이자 화려한 외모와 순수한 매력으로 하우스에 모여든 남자들을 홀리는 우사장 역을 맡았다. 이런 캐릭터인 만큼 영화 속 그는 팜므파탈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그렇다고 팜프파탈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다.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배우로서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다.
이하늬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많았고, 강형철 감독님도 연출을 잘 하시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었다. 여기에 잘 묻어만 가자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잘 묻어가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며 자신을 향한 연기 호평에 겸손한 말을 건넸다.
특히 그는 곽도원과의 첫 신을 인상 깊게 기억했다. 곽도원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자신에게 좋은 에너지를 줬다는 것. 우사장 만의 전투복인 섹시한 의상을 입고 장동식과 마주앉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신에서 '연기호흡이 이런 것이구나'를 새삼 느끼게 됐다고. 인터뷰 중간중간 곽도원을 극 중 이름인 장동식 선배라고 부르는 이하늬의 모습에서 당시 느꼈던 만족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왜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좋은 배우일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다. 장동식 선배는 열려 있다. 공간 안에서 캐릭터를 입었을 때 특별히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에 맞는 말을 편안하게 할 뿐이다. 그럼 나에게 에너지가 쑥 들어온다. 내가 받아 장동식 선배에게 주면 다시 에너지가 되돌아 왔다. 주고받는 게 굉장히 기분 좋았다. 그런 게 연기 호흡인가보다. 호흡을 주고받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타짜-신의 손'을 촬영하며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입체적인 우사장 캐릭터는 연기하기에 까다로운 인물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사장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동료 배우들, 강형철 감독, 스태프들이 큰 힘이 돼 줬다.
이하늬는 "덕분에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감독님에게 '이걸 어떡하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감독님이 자신을 믿으라고 했다. '나를 믿고 따라와도 괜찮게 내가 다 해줄게요. 내가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줄게요' 이런 느낌이었다. 감독님과의 절대적 신뢰 구도가 쌓인 것 같다. 스태프들도 어떻게든 해줄 것 같았다. 내가 못나도 조명이든 카메라든 이용해 어떻게든 말이다"라며 '타짜-신의 손' 팀과 돈독한 믿음을 과시했다. 특히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연기했던 디테일들을 모두 파악하고 쫓아와줬다며 스태프들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믿음은 우사장의 첫 등장신에서 빛을 발한다. 우사장을 연기하며 예쁘게 보이는데 신경을 쓰지 않은 이하늬였지만 우사장의 첫 등장신은 대길(최승현)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하늬 스스로도 "호화스러운 첫 등장"이라고 평했을 정도.
이하늬는 "우사장을 굉장한 판타지 안에 넣어주셔서 내가 정말 황송했다"며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외모 같은 걸 내려 놓은 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신경을 쓰기도 전에 이미 메이크업, 헤어 팀이 와서 완벽하게 끝내줬기 때문에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사장은 완벽한 외모와 달리 내면의 상처들을 가득 안은 인물.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고, 화투가 자신의 애인이라 거리낌 없이 말하며,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자신 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기까지 그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는 따로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하늬는 "우사장이 팔색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하지만 좋게 말해서 팔색조지 다중적 면들이 있다. 피해자인척 하면서 가해를 하지만 피해자가 되는 연속적 고리를 끊지 못하는 여자다. 그 여자 자체에 집중을 많이 했다. 얼마나 굴곡 있는 삶을 살았을까, 얼마나 남자들에게 꺾여서 만들어진 굳은살일까, 어떤 가면을 써도 스스로가 괜찮은 여자가 되기까지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을 정말 많이 했다. 거기서 파생되는 우사장의 맹함, 남자를 홀리는 기운들이 있다. 그런 것들도 밑까지 들어가 봤을 때 암컷으로서 이 여자가 터득한 세상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됐다.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보려고 집중했고, 그 밖에 있는 것들은 현장에 가서 그 때 그 때 알맞게 만들어 나갔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우사장 캐릭터는 '타짜' 시리즈 또 다른 팜므파탈의 등장을 알렸다. 전편인 '타짜'의 정마담과 비교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하늬 만의 팜므파탈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을 것. 그럼에도 이하늬는 김혜수와의 비교에 "감히 어떻게"라며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쑥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이하늬는 "정마담과 우사장은 정말 다르다. 영화를 보게 되면 비교를 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영화를 다 찍을 때까지는 비교될 것이라 인식하지 못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홍보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편의 카리스마 있는 정마담을 떠올린다면 우사장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좀 더 코믹적일 수도 있고 맹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귀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 악의적인 부분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관객들이 우사장을 보며 그동안 그가 참 힘들었겠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사장 역으로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자리를 탄탄히 다진 이하늬는 아직까지도 배우로서는 반쯤 걸어온 것 같다고 전했다. 앞으로 깊이 있게, 멀리 가야할 길들이 남아있다는 것. 또 배우로서 100%가 됐을 그 때를 상상하며 기대하는 모습도 살짝 내비쳤다.
이하늬는 "내가 뭘 잘하고 어떻게 꺼내서 써야 한다는 걸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이만큼을 7~8년 안에 찾았다니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찾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얻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계속 작품을 하고, 매일 연기를 하고, 고군분투를 하고. 정말 자아를, 뼈를 몇 번씩 깎아내면서 찾는 것들인 것 같다. 객관적으로 다쳐보기도 하고, 나를 투영해 어떠한 캐릭터에 넣어 보기도 하고 그 캐릭터가 나에게 오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가 안에 박히며 생기는 것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타짜' 시리즈이지만 전작인 '타짜'와 다르면서도 또 이어져 있는 '타짜-신의 손'을 볼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하늬는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고 봤으면 좋겠다. 뭔가 확연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명품 시리즈가 될 것 같다. 타짜 시리즈가 3, 4편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주 소중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2편인 '타짜-신의 손'을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타짜가 나왔다는 기대감으로 보면 재미있고 유쾌하고 경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타짜-신의 손'은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 '타짜' 시리즈의 2부 '타짜-신의 손'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과속 스캔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목숨줄이 오가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배우 이하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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