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성우호가 여전히 의미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여자농구대표팀은 8월 말 체코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성과가 많았다. 터키, 세르비아, 캐나다 등 세계랭킹 상위권 국가들과 맞붙으면서 세계농구 흐름을 체득했다. 구체적으로는 몸 싸움 요령 숙지, 공수패턴 점검 및 수정 보완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서 위성우 감독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과 지도력이 잘 스며들었다.
9월에도 강공드라이브.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서 곧바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추석연휴 이후엔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주엔 다시 진천에 들어가는 스케줄. 가장 눈에 띄는 건 남자 고등학교 정상권 팀들과 연이어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 남고 연습경기 의미
국제대회 준비 과정에서 질 좋은 스파링파트너의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남자대표팀이 스페인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여자대표팀 역시 체코 전지훈련 이후 실전감각 저하 및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 아시안게임 8강전은 28일에 진행된다. 정확히 2주 남았다. 그 사이 부지런히 질 높은 스파링파트너와 맞붙으며 전력을 다듬어야 한다.
국내에 마땅한 스파링파트너가 없는 남자대표팀과는 달리, 여자대표팀의 경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준급 남자고등학교들은 매력적인 스파링파트너다. 기본적으로 남고는 여자 성인팀들에 비해 전술적으로는 다소 투박하다. 하지만, 스피드, 순발력 등 운동능력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 여자 성인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 때문에 대표팀으로선 극한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서 만날 상대들보다 운동능력이 더 좋은 상대를 꾸준히 상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중국을 극복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그동안 수없이 남고와 맞붙었다. 아시안게임서 일본과 중국의 높이와 파워가 오히려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 대부분 여자 프로팀이 비 시즌 남고와 맞붙으면서 정규시즌을 준비한다. 기대효과는 대표팀과 비슷하다.
▲ 스파링파트너, 남고와 유럽의 차이
유럽과 남자고등학교 모두 여자대표팀엔 좋은 스파링파트너. 두 스파링파트너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세밀하게 다르다. 베테랑 이미선은 “장, 단점이 있다. 서로 조금씩 다르다. 남고는 속공을 시도하면 우리가 따라갈 수조차 없다. 대신 유럽팀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유럽팀들을 상대로 끝까지 따라붙으면서 훈련이 잘 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남고와는 스피드와 파워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보니 경기를 치르면서 포기하거나 대충할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유럽팀은 그럴 이유가 없다. 전술전략 변화에도 민감하고 세밀하게 대응한다.
그럼에도 대표팀에 남고가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 한 농구관계자는 “일단 연습상대로 섭외하는 게 쉽다. 계속 유럽팀과 맞붙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극강의 운동능력을 지난 상대와 맞붙으며 개개인과 팀의 한계를 경험하고 극복하는 훈련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대표팀이 지난 12일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맞붙은 광신정보산업고는 대통령기 고교대회서 우승한 수준급 고교. 우리은행 박성배 코치의 동생 박성훈 코치가 이끄는 광신정보산업고는 대표팀의 단골 스파링파트너다. 광신정보산업고는 3학년 주전부터 1학년까지 고루 기용하며 대표팀을 상대했다. 당시 연습경기는 10분 5쿼터로 진행됐다. 대표팀은 체력, 파워 극한의 한계를 경험했다.
▲ 위성우 감독 강공드라이브
위성우 감독은 12일 연습경기 이후 이례적으로 선수단 미팅을 오래 진행했다. 평소 선수들을 향한 위 감독의 메시지는 짧고 굵은 편.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많이 배려하면서도 코트 안팎에서 적용되는 원칙에는 매우 엄격한 스타일. 하지만, 당시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정신무장을 새롭게 요구하는 내용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 당시 대표팀의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스코어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적극성과 끈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위 감독은 그런 부분이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않은 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대표팀은 지난 4개월간 위 감독 특유의 강력한 훈련을 쉬지 않고 소화해왔다. 체코를 다녀온 이후에도 강도가 여전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귀띔.
이미선도 “나는 몸이 썩 좋지 않아 감독님에게 배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 전체적으로 컨디션 사이클은 떨어질 때도 됐다”라고 했다. 특히 체코에서 질 좋은 팀들과 연이어 맞붙은 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시차 극복과 동시에 강한 훈련과 강력한 연습 파트너를 상대했다. 쉽게 말해서 지금 대표팀 선수들의 몸 상태는 최악이라고 보면 된다. 위 감독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농구 원로는 “오히려 지금 사이클이 떨어지면 아시안게임서 올라가게 된다. 좋은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위 감독의 강공드라이브가 철저한 계산과 전략이라는 의미.
대표팀은 15일과 18일 화성과 인천을 오가며 김영주 감독이 이끄는 세계선수권대표팀과 맞붙는다. 체코 전지훈련, 남자 고등학교와의 스파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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