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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전 KBS 아나운서 이지애가 방송인이자 변호사인 강용석에게 화해를 요청했다.
이지애는 1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다 주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논란이 됐던 강용석의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이지애는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습니다. KBS에서 만 8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맡아왔지만 지난 4월 사직을 하였고,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입니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캐캐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습니다. 어느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한 여학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문제였지요. 처음 이 얘기를 들은 아나운서들의 반응은 황당함이었습니다. 대체 무얼 주어야 했느냐고 우리끼리 서로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는 곧 분노와 억울함으로 바뀌었습니다"라며 강용석의 성희롱 사건을 언급했다.
또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습니다. 9년 차 아나운서로서 나는 나의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라며 건강, 시간, 청춘을 내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지애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터에서 인정받고 시청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나의 열정을, 정성을 모두 내주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나눔 특집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장기기증 서약까지 했으니, 나는 아나운서를 하느라 내 오장육부를 다 내놓은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 외에 어떤 것도, 나는 성공을 위해 남에게 쉽게 허락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픕니다"라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특히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습니다"라고 꼬집으며 강용석에게 화해를 요청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모욕 등)로 기소된 강용석 전 의원의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10년 7월 열린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모 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뒤풀이 회식을 하면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아래는 이지애가 남긴 글 전문.
"나는 다 주었습니다."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습니다. KBS에서 만 8년을 근무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맡아왔지만 지난 4월 사직을 하였고, 이제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입니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캐캐묵은 이야기, 4년 전 한 정치인의 발언이 도화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얘기냐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습니다. 어느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한 여학생에게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문제였지요. 처음 이 얘기를 들은 아나운서들의 반응은 ‘황당함’이었습니다. 대체 무얼 주어야 했느냐고 우리끼리 서로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는 곧 ‘분노’와 ‘억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습니다. 9년 차 아나운서로서 나는 나의 많은 것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5년 차까지는 주7일 근무를 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나눠 하루에 세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었고 이어서 새벽 1시까지 주말근무를 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계속되는 스케줄에 몸에 무리가 와서 일주일 간 입원을 한 적도 있습니다. 팔팔했던 20대, 나의 ‘건강’을 내주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를 만날 여유도 없었고 어느 순간부턴가 친구들과 나눌 이야기도 줄어들어갔습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외로움에 처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나의 ‘청춘’을 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일터에서 인정받고 시청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나의 열정을, 정성을 모두 내주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나눔 특집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장기기증 서약까지 했으니, 나는 아나운서를 하느라 내 오장육부를 다 내놓은 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 외에 어떤 것도, 나는 성공을 위해 남에게 쉽게 허락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픕니다. 여전히 여자 아나운서의 기사 밑에는 알 수 없는 말줄임표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그 말 사실인 듯…’, ‘…얘도 줬을까?’ 등등.
그 분은 이 발언으로 인해 정치인의 옷을 벗었습니다. 그렇지만 독하고 강한 캐릭터가 필요한 이 시대는 그를 유명 MC로 만들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수입도 더 늘었을 것이고 인기도 높아져 팬도 생겨났을 것입니다. 고소의 아이콘에서 전화위복의 증인이 된 셈이지요. 저 역시 KBS에서 나왔으니 어느 채널에선가 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달, 그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에 대해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날 한 미디어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선고 결과에 대해 아쉽지 않느냐, 불만 없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직 아나운서도 아닐 뿐더러 더 이상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말 사실이냐’고 묻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만날 때면 참으로 허망함을 느낍니다.
아나운서는 말을 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말을 아껴야 하는 직업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 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말 값 1500만원. 그것은 결코 과한 액수가 아닙니다.
천사와 악마의 차이는 그 모습이 아니라, 그 말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시간 마음 고생했을 그 분과도, 아직도 오해하고 있을 일부 대중과도 이제는 화해하고 싶습니다.
[강용석, 이지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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