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엔트리 정효근·허웅, 잠재력과 발전방향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얼리 엔트리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KBL은 얼리엔트리 제도가 있다. 대학 4학년 졸업반이 아닌 재학생들이 신인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허웅(연세대), 최승욱(연세대), 정효근(한양대) 등 3학년 최상급 자원 3명이 17일 열린 2014 신인드래프트에 얼리엔트리를 신청했다. 세 사람의 전략은 통했다. 정효근이 전체 3순위로 전자랜드, 허웅이 전체 5순위로 동부, 최승욱이 전체 9순위로 LG에 지목됐다. 전원 1라운드 지명성공.

얼리엔트리들이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건 올해 대학 졸업반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방증. 이들도 그걸 알고 전략적으로 얼리엔트리를 신청했다. 그러나 정효근과 허웅의 경우 내년에 졸업생 신분으로 신인드래프트에 나가더라도 상위권 지명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만큼 잠재력이 풍부하다. 전자랜드와 동부는 두 사람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 정효근, 스트레치 4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정효근은 2m 신장을 자랑한다. 그의 최대장점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 대경정산고 시절까지 포인트가드를 봤다. 볼 핸들링과 경기운영능력이 수준급이었다. 한양대에선 3~4번 스몰, 파워포워드를 소화했다. 내, 외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공격했다. 운동능력도 좋고 수비력과 근성까지 괜찮다는 평가.

그동안 이런 유형의 신인은 없었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이렇게 다재다능한 신인을 본 적이 없다. 조금씩 다듬으면 대성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전자랜드와 잘 맞는 부분이 있다. 전자랜드는 국내선수 스쿼드가 약하다. 거의 전 포지션이 그렇다. 정효근이 어느 포지션으로 뛰든 적지 않은 출전 시간을 잡으면서 프로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팀이 전자랜드다. 또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팀 전력이 강하면 아무리 다재다능한 신인이라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런 팀은 오히려 한 가지라도 잘 하는 선수가 기회를 잡기 마련”이라고 했다. 여러모로 정효근과 전자랜드의 궁합은 좋다.

정효근의 약점도 분명하다. 외곽에서 활동하면서도 날카로운 3점포를 보여주지 못했다. 슈팅능력이 좋진 않다. 그런데 골밑에서 활약하기엔 파워가 인상적이지 않다. 실제 정효근의 몸은 호리호리한 편이다. 이는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모두 경쟁력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뜻. 슈팅능력과 파워향상이 과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트레치4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NBA 덕 노비츠키가 대표적 유형. 그는 211cm에도 폭발적인 외곽슛을 갖고 있다. 3점포가 아니더라도 3점 라인 근처에서 정확하고 타점 높은 슛을 구사한다. 이는 상대 수비 범위를 넓히면서 동료의 컷인 공격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전술상의 이점도 있다. 정효근도 외곽슛과 파워를 향상해 이런 선수가 돼야 한다는 것. 그동안 KBL엔 완성형 스트레치4라고 할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정효근이 프로에서 많이 깨지면서 익혀나가는 수밖에 없다. 신인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유도훈 감독의 책임감도 커졌다.

▲ 허웅, 결국 아버지가 지향점이다

허웅(185cm)은 대학 최고의 슈팅가드다. 용산고 시절부터 날카로운 돌파가 일품이었다. 대학에선 클러치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연세대 에이스로 도약한 이유. 그의 외곽슛에 대해선 흥미로운 평가가 있다. 한 프로구단 감독은 “원래 외곽슛도 좋았다. 아버지(KCC 허재 감독)를 닮아서 잠재력이 풍부하다”라고 했고, 또 다른 프로 스카우트는 “애버리지는 낮은데 클러치능력이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좀 더 정확하게 평가했다.

허웅의 외곽슛 확률 자체는 높지는 않지만, 승부처만 되면 확률이 높아진다. 클러치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강심장 기질이 있어야 한다. 보통 반대의 선수를 더 자주 접한다. 그러나 허웅은 아버지 허 감독 현역시절처럼 승부사 기질이 충만하다. 객관적 테크닉과 파워 약세를 극복하는 센스가 있다. 허 감독이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폭발적 클러치능력을 뽐낸 김민구를 두고 “그런 건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야 한다”라고 말한 건 클러치능력의 가치가 남다르다는 의미.

결론적으로 허웅도 프로에서 클러치능력을 유지한다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니다. 고교, 대학 시절 클러치 슛을 담당했던 유망주가 프로에서 작아지는 케이스가 많았다. 대학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른 세밀한 수비전술, 급이 다른 운동능력과 상대분석 등 멘탈을 위축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허웅의 경우 ‘농구대통령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영원히 달고 살아야 한다. 프로에선 더 자주 불릴 것이다. 허 감독이 1라운드 4순위서 아들을 뽑을 수 있었음에도 뽑지 않은 건 아들에 대한 배려도 섞여있었다. 결국 허웅이 극복해야 할 부분. 그는 “아버지 그늘을 벗겠다”라고 했다.

허웅 역시 가드치고 어시스트와 경기운영능력이 썩 좋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동부에는 박지현 안재욱 김현중 등 좋은 가드가 많다. 또한, 3~4번으로 뛰면서도 경기조율이 뛰어난 김주성과 윤호영도 있다. 허웅이 성장하기에 딱 좋은 환경. 상대적으로 외곽에서 한 방을 꽂아줄 해결사가 없었다는 걸 감안하면 동부와 허웅의 궁합도 좋은 편이다. 허웅이 클러치능력을 유지하면서 경기조율까지 향상시킨다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지향점은 아버지 허 감독이다.

[정효근(위), 허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