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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상에 도전하겠습니다.”
오리온스는 이승현을 진정으로 원했다. 최진수가 군입대를 결정하면서, 4번 파워포워드 보강이 필요했다. 추일승 감독은 장재석 백업으로 임승필을 준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약한 느낌이 있었다. 이승현이 합류하면서 오리온스 스쿼드가 꽉 짜인 느낌. 추 감독은 드래프트 직후 “정상에 도전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오리온스가 이승현 합류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오리온스는 정말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 갖춰졌을까. 많은 변수와 과제가 있다. 이승현의 KBL 적응, 그리고 오리온스 나머지 선수들과의 조화, 추 감독의 지도력, 다른 팀들의 경쟁력 등에 따라서 판도 변화의 폭이 결정될 것이다.
▲ 이승현 효과를 위한 전제조건
오리온스는 외국인선수로 찰스 가르시아(204cm), 트로이 질렌워터(199cm)를 선발했다. 일단 두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가르시아는 바레인, 스페인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보여주진 못했다. 테크닉이 다소 투박하고 외곽으로 나오는 걸 선호한다. 질렌워터도 외곽공격을 선호하는 타입. 결국 둘 다 정통 빅맨이 아니다. 여기에 토종 4번 장재석도 있다.
추일승 감독은 두 외국인선수에게 5번 역할을 주문했다. 리바운드와 로 포스트 득점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이승현과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다. 197cm 신장의 이승현은 109kg을 바탕으로 한 파워가 좋지만, 외국인빅맨 숲에선 경쟁력이 높지 않다. 결국 외곽으로 나와서 3~4번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표팀 유재학 감독이 수 차례 지적한 것처럼 스피드와 외곽슛, 외곽수비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오리온스는 장신 3~4번 자원이 많다.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오리온스는 이승현의 적응을 기다려줄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이승현 외에도 김동욱, 장재석 등 3~4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 이승현으로선 오히려 부담을 느끼지 않고, 조금씩 성인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 추일승 감독 역시 전술전략의 변화에 민감하고 신인들을 잘 키워내는 지도자. 이승현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해 혼란을 최소화시킬 역량을 갖고 있다. 추 감독은 “요즘은 1번 외에는 포지션 구분이 의미가 없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옳은 말이다. 대신 그만큼 세부적인 역할 분담과 섬세한 조직력 구축작업이 필요하다.
▲ 업그레이드 고민과 과제
변수가 있다. 이승현의 팀 합류 시기 자체가 늦다. 이승현은 10월 11일 삼성과의 개막전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 고려대 소속으로 연세대와의 정기전을 치러야 하고, 서울시 대표로 전국체전에도 나가야 한다. 오리온스 정식 합류는 11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리온스는 그때까지 이승현과 제대로 호흡도 맞춰보지 못한다. 이승현은 시즌 도중 프로에 합류해 KBL 환경적응과 팀 조직력 융화작업에 동시에 나서야 한다.
이는 지난해 경희대 빅3이 겪었던 부분. 쉽지 않았다. 해당 팀들의 전력 향상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더구나 오리온스의 객관적인 공수 조직력은 썩 매끄러운 편이 아니다. 베테랑 임재현이 보강됐지만, 이현민, 박찬성 등의 가드진이 여전히 아킬레스건. 과밀화된 3~4번 포워드들을 하나로 묶는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이는 이승현의 성장과 적응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승현은 패싱센스가 괜찮다. 정통빅맨과 함께 뛸 때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고려대에서 이종현과의 하이-로 게임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이젠 무대 수준이 달라졌다. 이승현도 이젠 다른 포지션 선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유기적 조합을 이뤄내야 한다. 자신이 팀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포워드 자원이 풍부한 오리온스가 이승현의 적응을 기다려줄 수 있는 팀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이승현으로선 3~4번 포지션에 따른 개인적 딜레마, 동료들과의 역할 분담 등 과제가 많다. 혼돈에 빠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추 감독과 김병철, 조상현 코치의 방향설정이 중요해졌다.
종합적으로 볼 때 오리온스가 이승현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좋아질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때문에 오리온스가 당장 우승전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모비스 LG SK 등 기존 3강은 굳건하다. KCC 동부 KGC인삼공사 등 부활을 노리는 팀들의 전력 구성도 만만찮다. 오리온스로선 신인 최대어 이승현 가세에 대한 기대효과만큼 과제도 많다.
[이승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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