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계속 지역방어 연습을 하고 있다.”
남자농구대표팀은 스페인월드컵서 많은 걸 깨달았다. 근본적인 테크닉과 파워 약세가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현재 대표팀은 월드컵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아시안게임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아시안게임은 잘 치러야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결과를 내야 하는 대회다. 한국의 목표는 12년만의 금메달.
승부수가 필요했다. 유재학 감독은 지역방어를 꺼내들었다. 기본적인 2-3 지역방어와 3-2 드롭존. 15일, 17일, 18일 외국인선수 연합팀과의 3경기서 지속적으로 연마했다. 이 두 가지 전술을 아시안게임서 상대팀과 경기 흐름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아시안게임용이다. 지금 단순히 지역방어 조직력을 완벽하게 연마한다고 해도 세계 속에서 한국농구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건 절대 아니다.
▲ 1-3-1은 포기했다
본래 대표팀은 1-3-1 지역방어를 연마해왔다. 그러나 월드컵서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의미가 없었다. 테크닉과 파워가 월등한 국가들이 한국 수비를 철저하게 깨부쉈다. 1-3-1에서 원활하게 활용 가능한 트랩 디펜스의 기본이 되는 기습적인 풀코트프레스, 하프코트 프레스조차 통하지 않았다. 피지컬이 월등한 공격수를 따라다니다 보니, 후반 들어 체력이 뚝 떨어졌다. 3쿼터만 되면 무너졌던 이유. 결국 월드컵서 1-3-1 지역방어의 효율성은 실험조차 해보지 못했다.
굳이 이런 현실이 아니더라도, 유 감독은 아시안게임서 1-3-1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잠깐 사용하는 것조차 위험하다고 봤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경기 흐름을 내줄 수 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어려워한다”라고 했다. 이 전술은 매우 복잡하다. 가드 1명이 꼭지점에, 4~5번 파워포워드와 빅맨이 하이 포스트와 로 포스트에 선다. 양쪽 45도 지점에 가드 혹은 포워드 자원이 선다. 이 전술의 강점은 1-3-1의 가운데 3명이 로 포스트의 1명을 효율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1-3-1의 최대약점이 양 코너 외곽슛에 대한 압박이다. 가운데 3명이 상황에 따라서 로 포스트까지 내려가서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수한 트랩 디펜스를 시도해 상대에 혼란을 안길 수는 있다.
유 감독은 빅맨이 아닌 가드를 3의 하이포스트에 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상대적으로 발 빠른 가드에게 코너 도움수비를 지시했다. 앞선이 다소 헐거워지더라도, 골밑과 양 코너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 그러나 이런 움직임 자체가 매우 복잡하다. 완성도가 좋지 않을 경우 자칫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무차별 실점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개인기와 파워 모두 향상되고 있는 필리핀과 이란을 상대로 어설픈 수비조직력을 드러낼 경우 결과는 필패다.
▲ 3-2 드롭존의 강점
유 감독이 1-3-1 대안으로 내세운 게 3-2 드롭존이다. 꼭지점과 45도 지점에 3명, 골밑에 2명이 서는 대형. 이 과정에서 꼭지점에 선 1명이 끊임없이 골밑으로 드롭돼 순간적으로 도움수비를 가한다. 꼭지점에 서는 1명은 내, 외곽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체력과 센스를 갖춰야 한다. 생소한 전술은 아니다. 과거 동부를 시작으로 최근 2년간 SK가 꾸준히 사용했다. 심지어 여자프로농구서도 KB가 변형 3-2 드롭존을 사용해 재미를 봤다.
대표팀은 오세근, 이종현, 김주성, 김종규가 번갈아 드롭을 하는 톱에 섰다. 기존 골밑에 위치한 2명 중 1명이 코너 수비를 가할 때 드롭하며 골밑 수비 약점을 메웠다. 또, 순간적으로 골밑에 3명이 겹수비를 가해 상대 골밑 공격을 막았다. 이 전술의 최대약점은 드롭하는 빅맨의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것인데, 대표팀의 경우 많은 빅맨이 서로 체력안배를 하면서 교체될 수 있다. 대신 누가 들어가더라도 조직력이 약화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2 드롭존을 사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본적 2-3 지역방어를 계속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가드, 포워드들은 드리블과 돌파력은 좋아도 패싱센스가 아직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빠른 패스워크에 이은 외곽슛 찬스를 내주지 않는다면 3-2 드롭존이든, 2-3 지역방어든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2-3 지역방어의 경우 앞선 수비가 다소 헐거워지기 때문에 약간의 부담이 있다. 특히 이란과 필리핀의 테크닉 좋은 가드를 상대로 2-3 지역방어를 사용하는 건 위험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3-2 드롭존과 함께 사용해 혼돈과 부담을 주려고 한다.
▲ 실제 효과와 향후 전망
18일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3-2 드롭존 효율성을 확인하긴 매우 어려웠다. 외국인연합팀은 경기체력, 조직력 모두 엉망이었다. 경기에 임하는 의지도 떨어졌고, 일부 선수들은 걸어 다녔다. 3-2 드롭존이 아니라 기본적인 2-3 지역방어와 맨투맨 디펜스도 극복하지 못했다. 유 감독은 “그래도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게 어디냐”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21일 LG와의 마지막 평가전서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요즘 프로팀들은 프로농구 개막 3주를 앞두고 조직력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근본적으로는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극복해나가야 한다. 아시아 국제대회의 경우 과거에는 결승전 혹은 준결승전 직전에는 부담스러운 상대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실전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국제대회선 부담스러운 상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게 함정. 결국 아시안게임 직전 완벽한 스파링파트너와 맞붙어야 했다.
또 다시 한국농구 행정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만수’의 킬러 콘텐츠도 조직력, 외부환경 이란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24일 12강리그 첫 경기까지 나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농구대표팀 연습경기. 사진 = 인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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