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이고, 의미없다.”
15일과 17일, 18일 화성, 진천, 인천을 오가며 세 차례 치른 남자농구대표팀과 외국인연합팀의 연습경기. 외국인연합팀은 과거 KBL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참가 경력이 있는 선수와, 대표팀 한기윤 전력분석원의 추천을 받은 선수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KBL은 이 선수들에게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외국인연합팀은 지난해에도 구성됐다. 아시아선수권에 대비한 대표팀 스파링파트너였다. 그러나 빅맨들로만 구성돼 실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선 대표팀 가드, 포워드들이 도와줘야 했다. 결국 연습경기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래서 이번엔 가드, 포워드 외국인선수도 불렀다. KBL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미 없었다. 언론이 수 차례 지적한 한국농구의 무능한 행정력을 또 다시 도마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 외인연합팀의 무성의한 자세
18일 인천에서 마지막 맞대결을 지켜봤다. 외국인연합팀은 한 마디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무성의했다. 일단 소속팀이 없는 선수가 있다 보니, 체계적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린 선수가 많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40분을 소화할 수 있는 게임체력이 갖춰지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후반 들어 걸어 다녔다. 또 수비에 임하는 자세가 매우 소극적이었다. 급조된 팀이니 조직력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공격은 단순한 1대1의 연속이었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몇 가지 테마를 갖고 있다. 일단 공격에선 동료에게 스크린을 건 뒤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슛 찬스를 잡는 연습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권 대회이니 빅맨들의 골밑 공격 비중을 높이는 전술도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옵션이 파생된다. 수비에서도 3-2 드롭존과 2-3 지역방어를 동시에 연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연합팀이 공격과 수비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표팀이 갖고 있는 테마를 시험하는 의미가 없었다. 아시안게임서 전력이 약한 팀도 분명히 만난다. 하지만, 외국인연합팀처럼 경기를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본적인 조직력 구축과 함께 상황에 따른 약속된 움직임을 갖고 나온다. 그게 국제대회를 임하는 국가의 기본자세다. 결국 외국인연합팀과의 연습경기는 실전감각 유지 그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없었다. 유재학 감독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 아쉬운 이기주의
KBL도 할 말은 있다. 애당초 KBL은 외국인선수 연합팀 전원 지난 7월 트라이아웃 참가자로 구성하려고 했다. 조직력 약세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기본적 수준을 갖춘 팀을 구성하기 위한 조치. 그 중에서 소속팀이 없는 선수의 경우 시즌 중 대체 외국인선수로 충분히 입단할 수 있다. 국내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트라이아웃. 하지만, 섭외가 용이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왜 반대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김선형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사실 조직력을 점검하기엔 부족한 상대였다. 차라리 프로팀과 맞붙는 게 낫다”라고 했다. 당연하다. 프로농구 개막이 정확히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팀이 조직력을 많이 끌어올린 단계. 비록 이번 외국인연합팀보다 신장과 파워는 밀린다고 해도, 대표팀 특유의 전술을 점검하기엔 차라리 프로팀이 더 좋다.
프로팀에 9월은 전통적으로 해외전지훈련 기간. 그런데 이젠 대부분 국내에 돌아오는 시기다. 현재 외국에 있는 팀은 3팀. KGC가 일본전지훈련을 마치고 20일 귀국한다. KCC는 필리핀, KT는 일본에 체류 중이다. 대부분 팀이 국내에 있다. KBL과 농구협회가 프로구단과 일정을 잘 조율할 경우 대표팀과 얼마든지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대표팀과 10개구단의 연습경기는 21일(LG전) 단 한 차례만 성사됐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프로팀들도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피할 이유가 없다. 부상 위험, 전력 노출 등을 핑계로 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막 전까지 연습경기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지난 몇 개월간 조직력을 쌓아온 대표팀은 프로팀들에도 좋은 스파링파트너다. 어쨌든 10개구단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모인 팀이다. 한 관계자는 “구단이기주의 아니겠나. 대표팀이 워낙 격렬하게 하니까 부상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그게 부담스러웠다면 KBL과 농구협회가 대표팀 스파링을 위해 10개구단 젊은 선수들, 몇명의 외국인선수를 섞어 대표팀 2군을 임시로 만들 수도 있었다.
결국 KBL의 총체적인 행정력 한계, 대한농구협회와의 관계 혼선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파링파트너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아시안게임은 원래 잡힌 일정이었다. 대표팀에 대한 이해와 대승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뤄졌다면 충분히 질 좋은 프로팀을 섭외하거나 더욱 질 좋은 외국인연합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최근 아시안게임을 위해 방한한 카타르가 연이어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했다. 대한농구협회가 정식으로 카타르협회에 공문이라도 넣어봤는지 궁금하다.
야구대표팀도 프로팀과 단 한차례 연습경기밖에 갖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LG는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위해 2군급 선수를 내는 것 외엔 모든 걸 맞춰줬다. 번트를 대달라고 하면 대줬고, 좌, 우, 사이드암 등 다양한 유형의 투수를 내보내 대표팀 타자들의 실전 감각 향상을 충분히 시켜줬다. 더구나 국내야구는 아직 시즌 중이다. LG 트윈스의 협조는 참 인상적이었다. 이게 프로야구와 프로농구의 차이다.
[남자농구대표팀 연습경기장면. 사진 = 인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