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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남상미(30)라는 배우에게는 묘한 이미지가 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차분하다.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듯 한 눈빛을 가졌고, 지나치게 예의가 바르다. 또 당차고 당당하다. 발랄함과는 조금 다른 당찬 느낌이 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속 수미(남상미)를 보면 기존의 남상미가 떠오르지 않는다. 신호가 바뀐 횡단보도에서 노래를 부르고, 동네 골목길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사채업자가 쫓아다닐 만큼 현실은 힘들지만,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하다. 현실과 이상 중간쯤에서 살고 있는 듯 한 사람이다.
▲ 수미, 네가 와서 봄이 시작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남상미는 그간의 이미지 보다는 '슬로우 비디오' 속 수미와 닮아 있었다. 웃음이 터질 때는 살짝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을 줄 알았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자연스러웠고 예뻤다. 남상미가 아닌 수미를 만나는 듯 했다.
"'슬로우 비디오' 속 밝은 수미가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현장에서 연기를 하고 가니?'라고 물을 정도로 연기를 하는 건지 놀다만 가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 정도로 편안하게 촬영을 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도 '나 여배우에요'라고 할 필요가 없었고 그냥 수미로 살았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대중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 속 송지혜와는 사뭇 달랐다.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송지혜와 발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슬로우 비디오'의 대본을 받았을 당시는 '결혼의 여신'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었다.
"'슬로우 비디오'를 대본을 받았던 당시 정말 힘들었다. '결혼의 여신'에서 이혼을 하니 마니, 수면제를 먹고 병원에 실려 가고 그런 촬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작품이 끝나면 그 캐릭터에서 나와야 했는데 '송지예에게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고민을 하던 중 수미를 만났다. 수미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면 되겠구나 싶더라. 수미는 나에게 빛이었다."
남상미는 인터뷰 내내 "참 편한 현장이었다"고 했다. 인간적이고 착한 사람들 사이에서 편안하게 촬영을 했다면서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당시를 회상할 때면 반달눈 미소도 잊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편안하고 행복했다는 게 남상미의 표현이었다.
그렇게 남상미를 행복하게 했던 '슬로우 비디오'의 미덕이 궁금했다. 물론 빠른 세상에 조금은 느리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였고, 김영탁 감독의 시선으로 충분히 따뜻한 영화인 것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직접 작품에 함께한 배우의 입장에선 어떨지 궁금했다. '슬로우 비디오' 언론시사회 당시 남상미에게서 진심으로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기에 더더욱 그랬다.
"우리 영화 보고 좋았던 게 완벽한 인간체가 아니라 부족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일상 같은 모습이다. 그런 느낌이 정말 좋았다. 완벽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 더 지루하고 그럴 것이다. 오달수 오빠가 30대 공익, 장부는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있고, 수미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밤낮으로 알바를 하면서 현실적이지 않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고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있는 게 따뜻했다."
▲ 남상미의 이미지와 30대
앞서도 언급했듯이 남상미에게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남상미는 '규정'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틀 안에 갇혀서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남상미는 자신에게 있는 이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남상미에게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지만, 남상미는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내비쳤다.
"틀 안에 갇혀 사는 건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위법을 하는 건 아니다. 내 이미지에 대해 생각해보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그런 것 같다.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한다. 나이보다 성숙해 보인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게 공부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고2때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러다가 연예계에 데뷔하지 않았나. 하하."
'불신지옥'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신들린 소녀의 언니 희진 역으로 출연한 남상미는 희진의 강한 캐릭터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하지만 남상미가 출연을 결정하자 희진의 캐릭터가 순화됐다. 남상미에게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바라는 연기가 있는 것 같다. '남상미는 이렇게 해서 사람들을 설득시켰으면 좋겠어'라는것.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이미지를 깨고 반전을 하는 생각하는 감독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효과가 훨씬 크다. 그런 감독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연기력으로 신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력을 쌓아가며 언젠가는 올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1984년생인 남상미는 어느덧 30대가 됐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중압감이 있다. 20대의 남상미와 30대의 남상미는 연기자로서도 인간 남상미로서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10대니까 용서되는 게 있고 20대니까 용서되는 게 있었다. 하지만 30대라서 용서되는 건 없다. 책임감과 중압감이 진해지는 시기다. 인간 남상미에게도 있고, 연기자 남상미에게도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그냥 즐기고 그 안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됐지'로 끝났다면, 지금은 그건 기본이고 책임감과 부담감, 여러 가지 숙제들이 생겼다."
[배우 남상미.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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