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빈 "저도 이제 사랑 받으면 안될까요?"(인터뷰)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배우 오연서와 함께 출연해 걸그룹 러브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화려한 춤 솜씨를 뽐내 화제를 모았던 배우 전혜빈(31).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춤 실력은 이미 과거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사돈'(24시간돈다는 뜻)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정받은 터였다. 그러나 지금 전혜빈에게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고, 그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전혜빈이 정말 가수 출신이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 총잡이'를 통해 전혜빈은 다시 한 번 배우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극중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최혜원으로 열연한 전혜빈은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조선 총잡이'의 인기를 견인했다. 마지막에는 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는 비참한 최후를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3개월여간 진행된 촬영 내내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탓에 자칫 역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역시나 기우였다.

"죽는 순간 끝났어요.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왔죠.(웃음) 마지막 촬영일에 남동생이 응원하러 현장에 왔는데, 남동생이랑 우리 매니저랑 스타일리스트랑 거나하게 한 잔 하고 한 번 놀러가자고 해서 여행을 가게 됐어요. 동남아를 가기로 했는데, 하필 신혼여행 시즌이라 돈이 많이 들었죠. 그래도 전혀 아깝지는 않았어요. 어머니도 함께 갔었는데, 정말 행복해하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어요. 저는 틈나는대로 여행을 다니려고 해요. 보통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여행을 떠나요."

'조선 총잡이'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는 참 죽이 잘 맞았다. 이준기 남상미 한주완 등 모두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이었다. 전혜빈은 "원래는 그 전에도 드라마를 찍으면 으레 또래 배우들끼리 친해지곤 하는데, 이번에는 한 살 터울 밖에 나지 않아 더욱 각별했던 것 같다. 특히 워낙 다들 예민한 부분이 있는 배우들이 아니라 단합도 잘 되고 종종 술도 마셨다. 빼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이준기 오빠가 수다쟁이라 한 순간도 뻘쭘한 순간이 없었다. 마치 반친구들끼리 수련회를 온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중 전혜빈이 가장 긴 시간 연기 호흡을 맞춘 건 바로 배우 유오성이었다. 전혜빈의 아버지 최원신 역으로 열연한 유오성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인이었으나 딸에 대한 사랑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깊고 뜨거웠다. 전혜빈도 유오성과 함께 연기한데 대해 "정말 좋았다. 가까이서 보니 존경스럽더라. 유오성이라는 배우가 옆에서 연기하는 걸 지켜보니까 배우의 힘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도 생겼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전혜빈 하면 SBS '심장이 뛴다'라는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심장이 뛴다'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제작됐지만, 예능을 넘는 감동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전혜빈은 '심장이 뛴다'를 통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며 사랑을 받았다. 전혜빈은 '심장이 뛴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단순히 방송에 출연하고 예능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계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참 멋진 일이었어요. 그 프로그램 덕분에 소방관들의 숭고한 일들이라든가, 그 분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거든요. 실제로 방송 후에 모세의 기적이 많아졌다고 들었어요. 그 전에는 정말 비켜주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저도 자주 목격해요. 그래서 참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프로그램 하는 1년 동안 저 스스로 정말 잘 버틴 것 같아요. 끝나면 알아눕기 일쑤였죠. 사실 촬영할 당시에는 못 느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저에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두고두고 기억해서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드라마를 끝낸 전혜빈은 이제 곧 영국으로 단기 어학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료한 삶을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전혜빈은 이번 어학 연수를 위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아파트를 구하고 학교도 찾아봤다. 전혜빈은 "어쨌든 저는 배우를 평생할거라 언제나 진일보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 그러려면 환경도 바꿔줘야 하고, 새로운 경험도 해야되고, 또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도 살아봐야 한다"고 흥분하며 말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전혜빈이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 연기를 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라는 것이었다. 스스로도 "정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사랑 받는 역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드라마 '마녀의 유희' 출연할 때 순애보적인 짝사랑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를 좋아했었죠. 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왕과나'에서도 사랑이 없는 역할이었고. '인수대비'때도, '내 사랑 내 곁에'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앞으로 이러다 사랑 못 받는 역할만 계속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분명 그럴 수 있겠죠?"

[배우 전혜빈.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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