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야구대표팀이 준결승전까지 순항한 이유. 막강타선의 미친 존재감이다. 기본적으로 태국, 대만, 홍콩 투수들은 한국 타자들의 파워와 테크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흐름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 타자들의 컨디션이 여전히 좋고, 대표팀 타선을 침묵시킬만한 투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대표팀 타선이 저절로 터진 건 아니었다. 류중일 감독의 두 가지 변화가 주효했다. 약간의 불안감이 해소된 결정적 원동력. 그런데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확실한 금메달을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26일 대표팀이 연습을 치른 인천 송도 LNG파크에서 만난 류중일 감독은 낙관적이었다. 이유가 있다.
▲ 대표팀 막강타선 두 가지 반전포인트
류중일 감독은 아시안게임 훈련을 시작할 때 선발라인업을 시원하게 밝혔다. 핵심은 황재균을 톱타자로 놓는 것과, 박병호-강정호 쌍포를 감싸는 3번타순과 6번타순을 나성범과 김현수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LG와의 평가전 이후 류 감독의 생각은 바뀌었다. 류 감독은 태국과의 첫 경기에 톱타자 민병헌을 중용했다. 그리고 나성범과 김현수의 타순을 맞바꿨다.
대성공이었다. 현재 대표팀 타선 최적조합은 민병헌(우익수)-손아섭(지명타자)-김현수(좌익수)-박병호(1루수)-강정호(유격수)-나성범(중견수)-김민성(3루수)-강민호(포수)-오재원(2루수). 류 감독은 태국전과 대만전서 이 라인업을 선발로 가동했다. 홍콩전서는 손아섭을 우익수로, 민병헌을 좌익수로, 김현수를 지명타자로 돌렸다. 약간의 변화.
류 감독은 왜 황재균 대신 민병헌 톱타자 카드를 내밀었을까. 류 감독의 테마는 경험이었다. 황재균은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뒤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톱타자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다. 때문에 두산에서 톱타자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민병헌을 선택했고, 통했다. 류 감독은 “민병헌이 군대에 다녀오기 전엔 대수비, 대주자였다. 군대를 다녀온 뒤 타격이 굉장히 좋아졌다”라고 호평했다. 민병헌이 톱타자로서 공격 물꼬를 터주면서 타선 전체가 원활해졌다. 4번타자 박병호는 “1번부터 치고 나가니까 중심타선의 부담이 줄어든다”라고 했다.
나성범과 김현수의 변화도 경험이 핵심. 류 감독은 “나성범이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아서 3번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 했다. 나성범은 NC에선 3번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적다. 나성범의 대표팀 3번은 확실한 카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대표팀 간판타자로 활약해왔다. 두산은 물론이고 태극마크를 달고 수없이 3번타자로 뛰어왔다. 오히려 김현수는 6번타순 경험이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나성범은 6번으로 내려가면서 부담을 덜었고, 김현수는 3번으로 올라오면서 국제대회서 쌓은 경험을 제대로 발휘했다.
▲ 홈런잔치 기대감
아직 끝이 아니다. 류 감독은 대표팀 최적타순을 완성했으나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준결승전, 결승전) 더 잘해줘야 한다”라면서 “홈런이 많이 터질 수 있다”라고 했다. 대표팀은 3경기를 치르면서 25이닝동안 무려 37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홈런은 단 4개만 터졌다. 홈런으로 만들어진 점수는 고작 7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투수 기량이 떨어지는 태국전과 홍콩전서는 12이닝동안 단 1개의 홈런만 터졌다. 그러나 투수들의 기량이 태국과 홍콩보다 좋은 대만전서는 8이닝동안 무려 3개의 홈런이 터졌다. 물론 천관위의 역투에 말려 경기 중반 타선이 꽉 막힌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태국과 홍콩 대부분 투수가 평균적으로 80~100km 정도의 공을 구사했다. 130km을 넘기는 투수가 거의 없었다. 쉽게 말해서 유희관(두산) 최저구속과 비슷한 공을 평균적으로 던지는 투수가 많았다. 그런데 구속은 유희관과 비슷하면서도 컨트롤과 경기운영능력은 유희관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박병호는 “공이 느리면 오히려 홈런을 치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류 감독 역시 같은 반응. 국내 타자들은 국내 투수들의 140~150km의 공에 익숙하다. 그에 맞게 세밀한 타격 타이밍을 설정한다. 하지만, 오히려 공이 느리니 타격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홈런은 공을 방망이 중심에 정확하게 맞춰야 나올 확률이 높다.
반면 대만 투수들은 130km대 구속이 대부분. 오히려 대표팀 타자들은 대만 투수들에게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게 더 익숙했다. 류 감독은 “130km대라도 제구가 좋으면 덜 맞을 수 있다. 싱글A에 있다는 건 장래성이 있지만, 부족한 게 있다는 뜻”라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130km 구속이 나와도 경기운영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 실제 대만 투수들 대부분 그랬다. 이런 상황서 류 감독은 “중국전과 결승전서는 더 많은 홈런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중국 투수들이 태국과 홍콩보다는 볼이 빠를 것”이라고 했다.
결승전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대만과 일본 투수들 역시 130km 정도의 스피드를 구사한다. 대표팀 타자들에게 익숙한 구속. 더구나 대만의 경우 이미 대표팀 타자들이 특성을 파악했다. 중국과 일본 투수들 역시 전력분석을 마친 상황. 류 감독은 “중국과 일본에 위력적인 볼을 뿌리는 투수가 없다. 대부분 130km대 구속”이라고 했다. 결국 준결승전 상대 중국, 결승전 상대 일본 혹은 대만 투수들을 상대로 더 많은 홈런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2연패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야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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