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예상은 했다. 하지만, 더 강력했다.
필리핀 남자농구의 위력이 대단했다.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과 필리핀의 남자농구 8강리그 H조 2차전. 한국은 기본적으로 외곽포가 잘 터졌다. 문태종의 분전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필리핀은 1~2명에 의존하는 한국과 차원이 달랐다. 스코어상으로는 한국의 승리. 하지만 경기내용 상으로는 필리핀이 더 세련된 부분이 있었다.
테로니오 알프레드, 짐 알라팍, 찬 제프리엘 알렌 등 가드들이 업템포 농구를 구사했다. 굳이 공격제한시간 24초가 필요 없었다. 공을 잡고 치고 들어온 뒤 약간의 빈틈만 보이면 곧바로 외곽슛을 시도했다. 또, 빅맨들을 활용한 빠르고 정교한 패스플레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가드들과 포워드들의 기민함이 단연 돋보였다. 한국은 1쿼터 중반 3-2 드롭존을 꺼내들었지만, 완벽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필리핀의 빠른 패스워크 1~2번에 곧바로 깨졌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필리핀 농구에 한국은 너무나도 당황했다.
그렇다고 맨투맨 수비를 붙여 공간을 내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위에 열거한 필리핀 가드들은 테크닉이 탁월했다. 낮고 빠른 드리블에 오세근, 김종규 등이 그대로 뚫렸다. 패스가 원활하지 않을 땐 전원 플로터 성 슛을 구사했다. 한국 가드들에겐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부분들. 신장은 170cm대 단신이었지만, 실질적으로 필리핀 업 템포 농구를 이끄는 핵심 자원들이었다. 필리핀은 전반전에만 3점슛 19개를 시도해 11개를 넣었다. 결과적으로 30개를 던져 16개 성공.
필리핀은 파자도 준 마 등 빅맨들의 파워와 테크닉도 한국을 압도했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힘에서 밀려났다. 제대로 공을 잡지 못했고, 자리를 잡지 못했다. 속수무책으로 리바운드를 내줬고, 손쉬운 골밑 득점을 내줬다. 그나마 오세근이 파워에서 많이 밀리지 않았다. 완벽한 공수 밸런스 조화와 조직력이 한국을 압도했다.
그래도 한국은 경기 후반까지 잘 따라갔다. 여기엔 필리핀 업 템포 농구의 약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정돈이 덜 된 농구를 하다보니 슛이 터지지 않거나 실책 등이 나오면 경기 흐름이 꼬일 수 있다. 이날 한국이 2쿼터 중반, 3쿼터 막판 필리핀을 추격한 이유는 전면강압수비 덕분이었다. 파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스페인월드컵에서 적극적 몸싸움과 마크의 중요성을 체득했기 때문. 수비가 몇 차례 성공한 뒤 문태종, 조성민 등의 외곽포가 터졌다. 결정적으로 문태종의 원맨쇼가 너무나도 돋보였다. 한국 귀화 이후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필리핀 짐 알라팍의 테크닉과 조직력에 의한 3점포, 특유의 업템포 농구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승리했지만, 문태종의 폭발적인 1대1, 몇 차례 성공한 전면강압수비가 아니었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기술적으로 밀리는 부분이 많았다. 또 필리핀 특유의 업 템포 농구 자체가 흐름을 타지 못하거나 확률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런 점들이 맞물려 스코어상으로는 한국이 간신히 이겼다. 그럼에도 필리핀은 매우 세련된 농구를 펼쳤다. 2연패로 탈락 가능성이 커졌지만, 단연 인상적이었다.
[짐 알라팍. 사진 = 인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