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리드만 잘해주면 된다.”
야구대표팀 포수 강민호는 올 시즌 팬들에게 질타를 많이 받는다. 천문학적 금액으로 소속팀 롯데와 FA 재계약했으나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호가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드높였던 걸 감안하면 타율 0.232 15홈런 39타점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건 사실. 강민호 타격부진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4경기 모두 선발출전했으나 7타수 무안타. 그나마 희생타로 타점 2개를 기록 중이다.
강민호를 향한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역시 ‘믿음과 배려’다. 류 감독은 소속팀 삼성도 믿음과 배려로 이끈다. 원칙 앞에선 철두철미하지만, 그 속에선 선수 편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고 기를 살려주는 스타일.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류 감독은 지난 26일 연습 당시 강민호는 투수리드만 잘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연하지”라고 했다.
▲ 김광현이 등판해도 선발포수는 강민호
강민호는 예선 3경기, 중국과의 준결승전 모두 8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전했다. 류 감독은 26일 연습 당시 “결승전서 김광현이 등판해도 선발포수는 강민호”라고 했다. 류 감독도 약간의 고민을 했다고 한다. 현재 대표팀에는 이재원이란 걸출한 포수가 있다. 올 시즌 공격력만큼은 강민호보다 훨씬 뛰어나다.
또 이재원은 SK서 김광현의 볼을 꾸준히 받아온 포수다. 볼배합과 투수리드에서 김광현이 이재원을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이재원이 투입되는 게 김광현 위력을 극대화하는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류 감독도 삼성에서 평소 투수가 원하는 포수를 투입하는 편이다. 전담 포수제를 선호하는 사령탑.
하지만, 류 감독은 강민호를 믿기로 했다. 이미 강민호가 태국전서 김광현의 볼을 잘 받아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난 수년간 대표팀 단골 배터리로 활약해왔다. 베이징올림픽과 WBC가 전례. 강민호도 이재원만큼 김광현을 잘 안다. 김광현 역시 강민호가 볼을 받아준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 또 류 감독은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경험을 중시한다. 대표팀 경력이 일천한 이재원보다 강민호가 안정감 측면에서 좋다고 봤다.
▲ 류중일의 믿음과 배려
류 감독은 26일 “강민호에게 홍콩전 도중 손가락 2개를 펼쳤더니 민호가 손가락 1개를 펼치더라”며 웃었다. 당시 2타수 무안타라 교체하겠다는 사인이었지만, 강민호가 한 타석만 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 것. 이재원 역시 경기감각을 쌓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결국 강민호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 타석을 더 소화하게 한 뒤 이재원으로 교체했다.
그럼에도 강민호는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다. 류 감독은 강민호에게 “너 빼고 선발전원안타라는 기사 나가겠다”라고 면박을 줬다. 그러자 강민호도 “김민성보다 타점은 많다”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고 한다. 실제 강민호는 홍콩전서 안타는 없어도 희생플라이로 타점 1개를 기록했다. 류 감독은 제자의 부탁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면서 기를 살려주고 싶었다.
제자를 향한 류 감독의 믿음과 배려 케이스는 많다. 이번 대표팀에선 강민호다. 실제 대표팀 타선에선 굳이 강민호가 많은 안타를 쳐주지 않아도 잘 돌아갈 수 있다. 국제대회서 강민호는 대표팀 투수들을 잘 이끌기만 해도 밥값을 하는 셈. 결승전서는 더욱 중요하다. 물론 강민호가 안타를 뻥뻥 때리면 대표팀에도 더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너스 옵션.
대표팀이 대만을 꺾고 우승한다면, 대만타자를 잡고 포효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표정은 영원히 한국야구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 순간 투수와 얼싸안는 포수는 누구일까. 류 감독이 주전포수를 마지막 경기까지 믿어준다면, 강민호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전제조건은 강민호가 9회까지 투수들을 잘 이끌어 한국을 우승으로 인도하는 것. 박빙승부 가능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강민호가 교체 없이 전 이닝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크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대표팀이 결승전서 패배하면 당연히 강민호도 역사의 한 페이지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때문에 강민호는 결승전서도 투수들을 잘 이끌기만 하면 우승 확정 순간을 장식하는 역사 한 페이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타격에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 류 감독이 강민호에게 보내는 믿음이자 배려다.
[강민호와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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