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박해일에게 임순례 감독은 의미가 남다르다. 단순히 '스크린 데뷔작을 연출한 감독'으로 칭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에게 영화에 대한 첫인상을 심어준 사람, 그 첫인상으로 지금의 '영화배우 박해일'을 있게 한 인물이 바로 임순례 감독이다. 때문에 박해일은 시나리오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임순례 감독의 전화 한 통에 흔쾌히 영화 '제보자' 출연을 결정지었다. '제보자'의 메가폰을 잡은 인물이 임순례 감독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가 영화에 출연할 이유는 충분했다.
임순례 감독과 박해일의 인연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봉했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박해일의 스크린 데뷔작이었고,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 시절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13년 후 영화 '제보자'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박해일은 "임순례 감독님의 '해일 씨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에 출연하게 됐다. 데뷔작의 감독님이신 이유가 컸다. 데뷔작을 찍었을 때를 비유하자면 첫사랑 같은 느낌이다. 그 기분이 오랫동안 영화라는 것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감독님은 영화라는 매체에 내가 적응하는 데 있어서 첫 인상을 심어준 분이다. 말로 설명하기가 좀 어렵지만 그런 면면들에 대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그런 시점에서 만나 작업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 또한 박해일을 자극했다. 이에 첫 촬영 역시 설렘으로 다가왔다. 임순례 감독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자신, 그런 모습들을 카메라 뒤에서 바라보는 임순례 감독에 대한 느낌이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것.
이렇게 배우와 감독 그 이상의 돈독함을 자랑하는 두 사람의 영화 '제보자'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여기에 실제 모델들도 있는 만큼 박해일이 맡은 윤민철PD가 연기하기 녹록한 인물은 아니었을 터였다.
박해일은 "과거의 이슈가 포함돼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부담을 가지고 예민해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작품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작품의 틀로서 보게 된다"며 "관객 분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참여한 윤민철과 그 캐릭터가 이 작품에 녹아난 느낌이 어떤가에 대해 기다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작품은 좀 남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언론을 통해 과거의 이슈들을 접했던 분들이 많다 보니 나 또한 충분히 인식하고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촬영을 준비할 때 자료들을 되짚어 가는 과정을 거쳤고, 촬영에 들어가기 보름 전쯤에는 작품 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 왔던 것들을) 덮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준비 기간 동안 윤민철을 만들어 나갔고, 촬영에 돌입한 후부터 자신에게 체득된 윤민철로서 연기한 박해일은 그 때문인지 무산될 뻔한 방송이 전파를 타는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도는 모습을 선보인다. 이 모습은 시나리오 상에도 없는 것이라고. 박해일은 "예상되지 못한 감정인데, 그렇게 됐다"며 쑥스러워했지만 이는 윤민철 역에 푹 빠져있던 당시 그의 모습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해일은 "상황에 대한 동의가 컸나 보다. 감정이 올라오더라. 고생해서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만들어 온 그런 과정을 겪은 인물이 조정실에 앉아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내보내는 회환 같은 것들이 느껴지더라. 좀 후반부에 찍어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박해일은 '제보자'가 관객들의 취향,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지점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임순례 감독의 전작들처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온기를 남겨주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박해일은 "다양한 톤으로 느껴볼 수 있게끔 나왔다고 생각된다. 소통이 된다면야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느낄 것 같다"며 "'용기를 내세요'라는 부분도 있지만 제보자의 심정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또 공익 제보자의 삶이 쉽지 않은데, 모르시는 분들이 느껴볼 수 있는 지점이 될 것 같다. 언론인의 지점에서도, 이장환 박사의 지점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취향, 연령에 따라 떠올릴 수 있는 부분들이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박해일이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의 진실을 쫓는 시사 프로그램 PD 윤민철로 분한 '제보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류현경, 박원상, 권해효, 송하윤 등이 출연했다. 내달 2일 개봉.
[배우 박해일.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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