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사람들은 사진만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연기로 대중들을 웃고 울리는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배역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출연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살기도 하고, 때로는 망가지도 한다.
이런 배우들의 이미지는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차태현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활용해야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사용했다. 일명 '차태현 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슬로우 비디오'(감독 김영탁 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는 동체시력의 소유자 여장부가 대한민국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가 돼, 화면 속 주인공들을 향해 펼치는 수상한 미션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를 연출한 김영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차태현과 다시 만나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여기서 차태현은 동체시력을 소유한 여장부로 등장한다. 언제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세상 밖으로 나와 CCTV 관제센터에서 일을 하며 사람을 지켜본다. 대중들에게 호감인 차태현은 다소 독특하고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여장부를 좀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바로 차태현의 힘이다.
이런 차태현의 힘은 김영탁 감독이 여장부 역으로 차태현을 캐스팅하는데 한몫했다. 동체시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태현이 가진 친화력으로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또 CCTV의 차가움은 그 너머에 있는 차태현이라는 배우로 인해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지켜보고 있다'가 아니라 '지켜주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김영탁 감독은 '슬로우 비디오' 언론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유니크하고 독특한 소재를 다룰 때 차태현의 대중적인 친화력이 강하게 어필한다. 또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진하고 순수한 부분이 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가 벗었을 때 오는 임팩트를 고민했을 때 그런 순수한 이미지가 필요했다"고 차태현의 친화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슬로우 비디오'는 차태현을 아주 잘 활용한 좋은 예다. 앞서도 언급 했듯이 차태현의 친화력과 대중적 호감은 독특한 소재를 좀 더 가깝게 만들었고, 독특한 여장부의 행동을 낯설지 않게 만들었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차태현이 아니었다면 이질감이 느껴지고 많이 낯설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차태현을 잘 사용한 곳은 또 있다. 바로 배우들 간에 생기는 화학작용, 케미다. 평범한 외모를 지닌 차태현은 남상미, 오달수를 비롯한 측근 고창석, 진경, 김강현, 정윤석과도 잘 어울렸다. 양손을 눈에 대고 어딘가를 지켜보는 '슬로우 비디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딘가(포스터를 바라보는 사람을 보는 듯한)를 주시하고 있는 5명의 사람들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누군가는 차태현이 변신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다. '슬로우 비디오'에서 차태현은 종일 선글라스를 끼고 연기를 했다. 눈빛과 표정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연기자에게 눈을 가린다는 것은 큰 핸디캡이다. 이것 또한 차태현의 변신인 것이다.
차태현이 변신을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처럼 편안한 차태현의 이미지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또 차태현의 사용법을 잘 알고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그 활용이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은 아닐까. 이것이 '슬로우 비디오'의 미덕이자 차태현이라는 배우의 미덕이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포스터(위), 스틸컷.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