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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배우 정우성이 영화 '마담 뺑덕'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아는 고전 '심청전'을 현재로 옮겨와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 그리고 그의 딸 사이를 집요하게 휘감는 사랑과 욕망, 집착의 치정 멜로로 재탄생 시킨 '마담 뺑덕'에서 정우성은 심학규 역을 맡았다.
창작에 대한 욕망과 집착, 기본적으로 '집착'이 강한 심학규는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극단의 자기애를 보이는 심학규와 연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정우성은 어느 지점에서는 닮아있다.
'마담 뺑덕'에 출연한 정우성에게 사람들은 '파격 변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하지만 정작 정우성에게는 파격 변신은 아니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인물을 만들어가는 정우성을 '파격'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두기엔 부족해 보였다. 정우성의 필모에서 '마담 뺑덕'은 굳이 파격 변신이라고 말할 이유가 없었다.
정우성은 '마담 뺑덕'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정우성을 만났다. 이미 정우성의 손을 떠났다. 출연 배우로 연기를 했고, 이제는 관객과 '마담 뺑덕'이 만날 차례다. "어떤 케미가 일어날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불안과 초조의 느낌 보다는 어떤 감정적 화학 작용이 일어나고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궁금하다. '감시자들'이나 '신의 한 수'에서는 보여지는 형태적인 모습이 강한 캐릭터였는데 이번엔 다르다. 내포하고 있는 성향도 다양하고, 독특하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다. 심학규는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캐릭터들은 감정적으로 느껴야 하는 캐릭터보다는 표현하기가 수월하다. 심학규는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연기적으로 표현할 부분이 다양했고, 그만큼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본 후 "심학규는 안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심학규가 됐다.
"심학규는 찌질한 요소들이 많다. '왜 저러나' 싶을 정도다. 특히 여관방에 덕이를 두고 나오면서 떡볶이와 만두, 순대를 놓고 온다. 하지만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었다. '심청전'을 잘 비틀어 놓은 작품이다 보니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었다.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가 날 잡아 끌었다. 학규가 펼치는 자기 합리화 같은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내가 하면 내 스스로가 새로움을 발견해서 맛보고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의 본질적인 즐거움.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정우성을 끌었지만, 그중 큰 부분은 바로 '배우로서의 본질적인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이 본질적 즐거움은 바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관객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고 케미가 발산하면 어떻게 터질지 미지수였다. 상업적인 코드가 눈에 보이는 작품과는 달랐다.
정우성은 이런 심학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다양한 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에고가 강한 사람이고 자신의 욕구에 충실했다. 거기에 자기 합리화를 펼친다. 정우성이 심학규를 만들면서 집중한 것은 자기애였다.
어찌됐건 '마담 뺑덕'은 사랑 이야기다. 어떻게 변질되든, 어떻게 표현되던 본질은 사랑이다. 심학규가 덕이를 만났을 때의 감정이 사랑과 호기심, 욕정 등을 보이는 것도 모두 사랑이었다.
"학규가 덕이에게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인 것 같다. 풋풋한 여자 아이가 다가오는데 귀엽기도 하고, 멀리하고 싶은데 다가오니까 호기심도 생겼다. 욕심도 발동하고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대학에 복직되면서 서울로 돌아간다. 덕이를 사랑했지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긴 것이다. 덕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큰 상처를 줬고, 죄책감으로 인해 덕이에 대한 감정을 외면했을 수도 있다."
학규의 행동에 정우성은 "우리의 행동이 단순한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충돌하고 있고, 그런 행동 속에서 어떤 사람은 본능에 충실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이성을 따라가기 위해서 자극적인 마음을 멀리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린 아이와 서울에서 온 대학 교수의 사랑. 마치 순박한 섬 처녀와 도시 남자의 사랑처럼 학규는 덕이라는 어린 아이를 품기 쉬웠을 것이다. 대학 교수라는 위치도 있었을 것이고,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순박한 처녀 덕이의 마음은 이미 학규의 것이었다. 정우성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겁 없이 다가온 소녀 덕이는 굉장히 도발적이라는 것.
"학규의 눈이 덕이를 향했을 때, 덕이는 이미 학규에게 와 있었다. 누가 누구를 유혹했냐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덕이가 순수하다 보니 겁 없이 다가온 것이다. 학규 입장에서는 굉장히 도발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덕이는 자신의 마음에 충실할 수 있는 나이지만 학규는 그럴 수 없다. 입장의 차이인 것이다."
'마담 뺑덕'에서 '파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베드신이다. 노출과 베드신이 있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한결같이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부담이었다면 작품 안에 들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에만 집중이 되는 것은 부담일수도 있다. 부담이란 스스로 느끼는 부담도 있지만, 타인에 의해 생기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것(베드신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개입 시키면 안 된다. 그런 생각들이 개입되다 보니 샷의 구성이 한정이 되고 어떤 부분은 대역을 쓰고 그렇다. 타협을 하게 된다. 그렇게 개입시키고 싶지 않았다. 온전히 자연스러운 두 남자의 관계 속에서 그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느끼게 하고 싶었다. 더 치열하게 했고 더 대담하게 했다. 관객들이 화면 안으로 들어와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정우성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년차 배우지만 스스로 '신인배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번 변화 역시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늘 어릴 때부터 캐릭터들을 고를 때 과감했다고 생각하고 이미지에 고착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과거에는 캐릭터를 완성해 나갈 때 있어서 실력이나 경험이 캐릭터를 통해 전달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력을 통해서 습득한 노하우나 그런 게 학규를 통해 온전히 표현이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마담 뺑덕'이었기에 정우성이 생각하는 사랑이 궁금했다.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정우성은 이상형에 맞추려 하지 않고, 상대를 온전히 받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배우 정우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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