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인천 강산 기자] 황금뱀 2마리의 힘이었을까. 여고생 이다영(선명여고, 현대건설 입단 예정)이 금빛 토스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하 한국)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에 한국 여자 배구에서 나온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다영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다영은 2일 인천 송림체육관서 열린 중국과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결승전에 출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의 세트스코어 3-0(25-20 25-13 25-21) 완승을 이끌었다.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한 메이저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 배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이력 하나를 추가했다.
이날 이다영은 주전 세터 이효희(도로공사)와 번갈아 코트를 밟았다. 1980년생인 이효희는 올해 한국 나이 35세,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1996년생인 이다영과 무려 16살 차이다. 이효희와 견줘 경험이 일천한 이다영이였지만 단순히 체력 안배용이 아닌, 분위기 전환을 위한 카드였다. 이선구 대표팀 감독의 투입 시기도 적절했다.
이다영의 활약이 빛난 건 3세트. 이효희 대신 코트에 들어서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은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초반 1-7까지 끌려가며 어려움을 겪었다. 어찌 보면 부담은 덜했다. 이 감독도 "4세트도 준비하면서 (이)다영이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다영이 일을 냈다. 김연경과 박정아, 김희진의 연속 득점을 이끌어내며 펄펄 날았다. 특히 13-13 동점 상황에서는 기막힌 블로킹으로 역전을 이끌어냈다. 중국 에이스 장창닝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이날 유일한 득점이 '위닝샷'이 됐다. 한국이 3세트서 처음으로 앞선 순간.
막내의 득점에 더욱 힘을 얻은 한국은 김연경의 연속 공격득점을 앞세워 17-13까지 달아나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부상으로 뛰지 못한 쌍둥이 동생 이재영(선명여고, 흥국생명 입단 예정)도 언니의 활약에 웃을 수 있었다.
이다영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황금머리 뱀 2마리를 언급했다. "좋은 꿈을 꿨다"며 웃어 보인 그는 "머리만 황금으로 된 뱀 2마리가 나타나는 꿈을 꿨다. 느낌이 좋았다"며 "선배들께서 미리 말하면 꿈이 날아간다고 하길래 끝까지 말 안 했다. 뱀이 나오는 꿈이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어찌됐든 '금'이 나오는 꿈을 꾸고 금메달을 땄으니 기분 좋은 예지몽이었던 셈이다.
"블로킹 잡아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는 이다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고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실력 키워서 계속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프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다른 팀에서 뛰게 된 동생과 멋지게 붙어보자고 했다. 고생하신 어머니도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이끈 '위닝샷'을 만들어낸 이다영의 당찬 모습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이다영(오른쪽)과 쌍둥이 동생 이재영. 사진 = 대한배구협회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