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끝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남녀농구대표팀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사상 첫 경사. 농구계는 지금 축제분위기다. 높아진 대중 관심도가 한국농구 발전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프로농구 2014-2015시즌 개막(남자-10월11일, 여자-11월1일)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흥행몰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남녀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준비는 인상적이었다. 예년에 비해 대표팀 관리 및 운영 시스템이 체계적이었다. 유재학 감독과 위성우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과 지도력, 선수들의 헌신이 절묘하게 어울렸다. 남녀대표팀의 동반 금메달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자대표팀은 스페인 월드컵 참패 이후 철저한 반성 속에서 일궈낸 쾌거다. 여자대표팀은 단 3경기만에 우승했지만, 단 1경기만 져도 끝이라는 절박함과 철저한 맞춤형 준비가 뒷받침됐다. 남녀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동반우승은 한국농구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반짝 관심을 막으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김주성은 “병역혜택을 받은 후배들에게 ‘혜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소속팀에서 더 열심히 해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줘야 한다’고 말해줬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라고 했다. 당연하다. 아시안게임 동반우승으로 국내남녀농구가 적어도 잠시 동안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종종 나왔던 질 낮은 플레이, 이해되지 않는 판정, 팬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지도자들의 고성 항의 등이 반복된다면 팬들은 금방 농구를 외면할 것이다. 선수들의 노력은 기본이고, 지도자들과 농구계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남녀프로농구가 고품질, 고품격을 팬들에게 선사해야 팬들의 성원도 이어지고, 훗날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진다. 아시안게임에서 남녀대표팀이 동반 우승했다고 해서 무조건 농구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너무나도 막연하다.
▲ ‘만수’의 뼈 있는 조언
유재학 감독이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지난 2년간 대표팀을 지휘했다. 느낀 게 많았다. 유 감독은 “대표팀 전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성인대표팀이 아니라, 청소년대표팀, 대학선발대표팀 레벨에서 전임 감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한국농구의 근간은 성인농구가 아니라 유소년 농구다. 유소년 레벨에서 체계적인 대표팀 관리 시스템이 정립되면 성인농구 성장은 저절로 이뤄진다는 게 유 감독 생각.
유 감독은 “지금 한국에선 1대1로 수비수를 제칠 수 있는 선수가 단 1명도 없다. 유소년부터 개인기술을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 조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일갈했다. 농구월드컵에서 뼈 저리게 느꼈던 부분. 세계적 강호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기본기술에 파워, 유연성, 스피드가 결합된 완성형 선수들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세밀한 조직력을 입혀 강호로 태어난다.
한국농구는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 기본기 없이 진학과 성적에만 급급한 채 알맹이의 중요성을 잊었다. 세계와 교류 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치렀다. 행정적 발전과 정보수집에는 귀를 닫고 살았다. 농구계에는 과거 영광에 안주한 사람들,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에 젖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누구 하나 쓴소리 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2년간 유 감독이 느낀 소회와 조언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 막연한 기대보다는 철저한 준비를
한국농구는 기본 알맹이 없이 조직력만으로 승부하다 세계적 조류에서 밀려났다는 게 월드컵서 입증됐다. 아시안게임서 우승했다고 해서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된 게 아니다. 오히려 우승의 기쁨에 도취돼 이런 문제점들이 묻힌다면 더 곤란하다. 아시안게임 남녀동반우승을 계기로 한국농구에 깊숙하게 자리한 문제점들이 더 부각돼야 한다.
당연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농구계에 대한 많은 관심이 곧바로 발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의 지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전임제와 귀화선수 영입 문제를 비롯한 대표팀 시스템 재정립, 유소년, 유소녀 농구발전을 위한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당장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1장)이 걸린 내년 아시아선수권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농구가 최근 1~2년간 침체됐지만,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남녀 아시아선수권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타깃으로 삼고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국제대회 1~2차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장기적으로 여자농구를 육성해 한국을 추월했다. 남자도 동메달을 차지하며 점점 성장하고 있다. 남자대표팀 이상범 코치는 “이젠 카자흐스탄, 대만, 일본 등 아시아에도 만만한 국가가 없다. 이대로가면 큰일난다”라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남녀대표팀 동반우승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국농구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된 건 절대 아니다. 농구계가 축제 분위기에 취해 막연히 나아질 것이란 기대만 한다면, 아시안게임 남녀동반우승은 언젠가 독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남자농구대표팀(위, 가운데), 여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