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출전시간 분배가 중요합니다.”
동부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풍파가 많았다. 감독들이 시즌을 온전히 마치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결국 코치로 오랫동안 일한 김영만 감독이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지휘봉을 잡았다. 동부 수뇌부는 김 감독이 전통의 강호 동부를 부활시킬 수 있는 리더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안팎으로 불안정했던 팀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전력 정비 작업에 착수한 것.
kt와의 트레이드로 김현중과 김종범을 영입했다. FA 시장에선 백업 센터 한정원을 영입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선 전체 2순위로 빅맨 데이비드 사이먼을 영입했다. 2라운드에선 지난 시즌 kt와 오리온스에서 뛴 앤서니 리처드슨을 뽑았다. 윤호영도 본격적인 복귀 첫 시즌. 제법 전력 구성이 좋다. 다수의 농구관계자가 동부를 우승 후보로 꼽는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평가가 매우 조심스럽다. 실제 변수와 과제가 많다. 김 감독은 “그동안 계속 훈련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잠이 오질 않는다”라고 했다.
▲ 동부산성? 출전시간 분배가 중요하다
6일 잠실체육관. 삼성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을 만났다. 신임 사령탑이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 팀 컬러. 김 감독이 구사할 색깔이 궁금했다. 동부는 과거 ‘동부산성’으로 유명했다. 김주성 윤호영에 외국인센터가 구축한 포스트가 너무나도 두꺼웠다. 동부가 농구명가로 통했던 원동력. 그러나 김 감독은 “동부산성? 쉽지 않다”라고 웃었다.
일단 김주성의 나이가 적지 않다. 윤호영은 발가락 부상 이후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해왔으나 100% 몸 상태는 아니다. 때문에 김 감독은 두 사람의 출전시간 분배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6일 연습경기서도 김주성은 26분간 출전했다. 윤호영이 34분 뛰었으나 두 사람 모두 그 이상으로 뛸 가능성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 그는 “대표팀에 다녀온 주성이는 체력도 떨어졌고 손발도 맞지 않는다. 숙제”라고 했다.
두 정상급 포워드들에게 의존할 수 없는 상황. 각자의 약점도 있다. 이런 부분을 사이먼이 메우게 된다. 사이먼은 삼성전서 19분간 13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출전시간 대비 알짜 활약. KGC시절처럼 안정적인 골밑 플레이가 돋보였다. 사이먼이 공수에서 제 몫을 해낼 경우 김주성과 윤호영의 골밑 수비, 리바운드 가담 부담이 줄어든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사이먼은 이날 포스트업을 선호하지 않는 리오 라이온스를 상대로 손쉽게 점수를 만들었다. KBL 정상급 외국인빅맨들을 상대로 어떤 경쟁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수비력도 중요한 부분. 이런 변수에 따라 동부산성 부활도 결정된다. 한편 김 감독은 아킬레스건 재활 중인 이승준은 일단 전력에서 제외했다.
▲ 높이-스피드 시스템 농구
김 감독은 단순히 높이에만 의존하는 농구를 하진 않을 계획이다. 앤서니 리처드슨 영입은 의미가 있다. 그는 kt와 오리온스에서 골밑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동부에선 그럴 이유가 없다. 김 감독은 “본인이 뛰기 편해질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리처드슨과 김주성, 윤호영이 함께 뛸 경우 높이에서도 밀리지 않고, 스피드도 잡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세 사람의 중첩되는 역할을 김 감독이 정리해줄 필요는 있다. 리처드슨은 스피드와 외곽슛을 갖췄다. 분명 동부 공격루트를 다양화할 자원.
가드 자원도 많다. 박지현 김현중 안재욱에 박병우 두경민 허웅. 베테랑 박지현이 오래 출전하지 못한다면 김현중과 안재욱이 뒤를 받친다. 다만 현재 김현중이 부상으로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2번 슈팅가드는 기본적으로 두경민에게 우선 기회가 돌아간다. 허웅이 뒤를 받치는 자원. 김 감독은 “웅이가 개인기가 있다. 1명 정도를 제칠 수 있다. 돌파력과 스피드가 있고 패싱센스도 괜찮다”라고 호평했다. 정기전을 마친 허웅이 본격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하면, 1라운드 중반 이후 출전시기를 조율하겠다는 게 김 감독 구상이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았던 지난 몇 년에 비해 백업 멤버들이 상당히 보강됐다. 슈터 이광재가 떠났지만, 백업 포워드 박지훈 김종범이 있다. 이 멤버들을 하나로 조화시키는 게 최종 과제. “출전 시간 분배가 중요하다”라는 코멘트는 여기에도 해당된다. 경기상황, 매치업에 따라 골밑과 외곽, 높이와 스피드라는 상반된 컨셉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게 올 시즌 동부의 최대 강점. 김 감독은 두 가지 강점을 분명히 갖고 간다. “높이와 스피드에 맞는 선수기용을 하겠다”라고 했다.
결국 분업화된 농구, 시스템 농구를 하겠다는 것. 관건은 뒤늦게 합류한 김주성의 적응과 출전시간 조절, 몇몇 부상자들의 컨디션 관리, 그에 따른 조직적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시스템 농구는 각 시스템에 맞는 확실한 조직력이 구축될 때 위력이 배가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동부로선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다. 김 감독 농구의 실체가 곧 드러난다.
[동부 선수들. 사진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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