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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음악극 '두결한장', 탄탄한 기본 콘텐츠가 있으니 어떤 장르로든 그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된다.
음악극 '두결한장'(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은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레즈비언 커플과 게이 커플이 동성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퀴어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다.
지난 2012년 영화에 이어 만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두결한장'은 이번 음악극으로 재탄생 되면서 원작의 감독인 김조광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뮤지컬 '빨래', 연극 '클로저', 연극 '나쁜자석'의 극작/연출가 추민주가 각색과 극작을 맡았고,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모범생들' 등 연출가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이어 만화, 음악극으로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기본 콘텐츠가 있어 가능했다. 실제로 커밍아웃을 한 뒤 공개 결혼식까지 한 김조광수 감독이 중심에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진솔했다. 또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관객들에게 더 가볍게 다가왔다.
'두결한장'은 영화의 색채와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왔다. 인물과 이야기에는 다소 변화가 있지만 영화 속 주요 장면이 눈 앞에서 파닥인다.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감성 역시 달라지지 않다.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살기까지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겼다.
영상이 아닌 무대에서 펼쳐지는 만큼 인물과 이야기에는 조금씩 변화를 줬다. 영화에서 민수와 커플이었던 석이 캐릭터는 각각 영화에서 민수를 짝사랑하던 시골 총각 티나, 민수와 위장 결혼한 효진의 애인 서영에게 더해지며 삭제 됐다. 이에 민수와 티나, 효진과 서영의 구도가 완성됐다. 석이 캐릭터는 삭제 되긴 했지만 극중 주요 장면이 티나, 서영에게 더해지면서 영화 속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된다.
G-voice 멤버들의 유쾌함도 그대로다. 자신을 드러내고 사는 게이들의 솔직 과감한 이야기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진짜 자신을 드러내고 사는 것에 대한 행복을 전한다. 커밍아웃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 주위의 시선 등을 이겨내고 함께 진정한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로 다가온다.
'두결한장'이 갖는 힘은 여기 있다. 동성애와 관련해 다양한 상황과 시선을 가진 인물들이 오롯이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한다. 이해를 강요하지도, 자신들의 감정을 공감해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극중 인물들은 그들 자체로, 또 다른 우리의 모습으로 존재할 뿐이다.
음악극의 특색도 충분히 살렸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무대, 조명은 물론 각 배우들이 들려주는 노래와 댄스는 보고 듣는 재미를 더하며 관객들의 흥을 돋군다. 극 자체가 갖는 밝은 이미지가 음악극을 만나 더욱 배가된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난 프레스콜에서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 이 영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로 만나는 관객이 있지만 영화 외적으로도 만날 수 있는 관객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박희정 작가가 만화로 만들어줬을 때 기뻤는데 다시 또 공연으로 만들어 주셔서 여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한국의 동성애자들의 삶에 대해 공감했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대사에 나온 것처럼 불쌍한 사람들 아니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데 단지 이성애자들 사이에서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연출은 "게이 혹은 레즈비언 사랑 이야기가 이성애자 이야기와 다를바 없이 보이길 바랐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본질은 무엇인가, 연인과 가족, 친구 간의 사랑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전하고 싶었다"며 "나만 그렇게 사는게 아니구나, 저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사는구나를 전하고 싶었다.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민수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름답게 그려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김조광수 감독, 김태형 연출의 기획 의도처럼 '두결한장'은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다 똑같은 사람들의 사는 모습,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다. 누가 더 우위에 있고 불쌍하다고 할 수 없음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다.
이는 김조광수가 자신했던 기본 콘텐츠 자체의 힘이 있어 가능하다. 각 장르에 맞게 변형되고 재탄생 되지만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변하지 않고 진솔하게 전해지는 이유, 탄탄한 기본 콘텐츠에 있다.
한편 음악극 '두결한장'에는 민수 역 정동화 박성훈, 티나 역 오의식 강정우, 효진 역 차수연 손지윤, 서영 역 이안나를 비롯 김효숙 김대종 이갑선 우상욱 이이림 이정수 구도균 등이 출연한다.
음악극 '두결한장'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음악극 '두결한장' 공연 이미지. 사진 = ]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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