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L 수뇌부는 이대로 침묵할 것인가.
KBL은 2015-2016시즌부터 현행 외국인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에서 2명 보유 2명 출전(2쿼터, 4쿼터)으로 바꾸고, 2명 중 1명의 신장을 193cm로 제한하겠다는 이사회 결과를 지난 6일 발표했다. 제8대 김영기 총재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김 총재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3대 총재를 역임했다. 당시 외국인선수 제도가 2명 보유 2명 출전이었고, 신장제한도 있었다. 김 총재로선 그때 한국농구가 재미있었으니 그 시절 외국인선수제도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현장의 우려와 언론의 지탄이 쏟아졌다. 신장제한이 있는 외국인선수 제도는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역행한다. 키를 속이고 신장 측정에 임했던 외국인선수들 때문에 신장 제한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감독들은 우승을 위해 테크니션이 아니라 애매한 사이즈의 빅맨만 뽑았다. 큰 빅맨, 작은 빅맨이 동시에 뛰면서 국내 4~5번 자원들이 들러리로 전락했다. 포지션 변경에 실패해 빛을 보지 못한 자원들이 속출했다. 외국인선수 보조자에 그친 토종선수들의 성장은 그대로 멈췄다. 그렇게 한국농구는 세계와 멀어졌다. 한국이 16년만에 나섰던 월드컵서 전패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 폐지 이유를 생각해봤을까
당시 그 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KBL은 이후 순차적으로 외국인선수 비중을 줄였다. 2쿼터, 2~3쿼터 출전 제한에 이어 2011-2012시즌엔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외국인선수 비중이 낮아졌다. 이후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조정돼 올 시즌까지 시행 예정이다. 신장제한도 한 선수의 제한, 두 선수의 합계 제한 등 다양하게 시행됐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지자 2008-2009시즌부터 완전히 폐지됐다.
과거에 시행했던 외국인선수 제도가 리그 재미를 보장했고, 또 리그 경쟁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2명 보유 2명 출전을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바꿀 이유가 있었을까. 왜 신장제한은 철폐 됐을까. 제도가 바뀐 건 이유가 있다. KBL 수뇌부는 지금 외국인선수제도에 매우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과거의 제도가 왜 바뀌었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짚어보지 않고 무작정 과거 향수만 떠올려 즉흥적으로 규정을 되돌린 것으로 보인다.
▲ 제도변경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어떤 제도를 바꾸고 정착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김 총재도 첫 시즌을 맞이해 의욕적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 앞서면 아무것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지금 KBL 새 수뇌부의 행보는 성급하다. 외국인선수 제도는 KBL의 품질과 이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콘텐츠. 제도를 시행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또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는 KBL만의 전통이 생기지 않는다. 애당초 연속성과 전통을 감안했다면 외국인선수제도 문제는 불과 2~3달 생각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한 농구관계자는 “현행 2명 보유 1명 출전을 고수한다고 해서 국제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재미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리그의 재미와 국제경쟁력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게 많다. 2~3달 내에 결정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장제한을 하든 하지 않든, 2명 보유 2명 출전이 성립되면 결국 아마농구 씨가 마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KBL이 농구인들에게 귀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봤는지 궁금하다.
▲ 한 발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외국인선수제도 신장 제한 부활과 2명 보유 2명 출전은 10개구단 이사회(실제 단장들이 대행)서 확정 및 발표됐다. 다시 뒤집어질 수 없는 공식적 결정. 하지만, KBL 수뇌부가 결단을 내린다면 이 결정을 다시 뒤집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시 임시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일이다. 2015-2016시즌은 물론, 아직 2014-2015시즌 개막도 하지 않았다. 심사숙고를 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이사회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건 훗날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뻔히 문제가 보이는 제도를 밀어붙여 모든 농구관계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
결국 김 총재의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난 6일 미디어데이서 이 문제가 거론됐을 때 김 총재는 현장에서 급히 퇴장했다. 김 총재가 오히려 감독들과 팬들에게 설득할 수도 있는 자리였으나 소통을 거부했다. 한국농구 발전과 흥행 앞에서 개개인의 자존심과 명분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이사회 결과를 백지화하고 농구계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게 KBL이 진정한 자존심을 세우는 방법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KBL 새 수뇌부가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에 우려를 표하는 수 많은 농구관계자들의 입장을 검토할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KBL 로고(위), 미디어데이 장면(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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