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그들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도 가려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있다. 2014년 LG의 레이스는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LG의 올 시즌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시즌 개막부터 최악의 레이스를 펼친 것이 문제였다. 시즌 11번째 경기였던 4월 13일 NC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4-5로 패한 LG는 9위로 주저 앉고 말았다.
이윽고 선수들은 삭발을 하고 나타났고 감독은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독을 대신한 수석코치에겐 감독대행이란 말조차 붙이지 못했고 물러난 감독은 엔트리에 그대로 있는 어정쩡한 나날들이 계속됐다.
양상문이란 새로운 감독이 나타났을 때 LG는 고작 10승 23패 1무를 거둔 최하위팀이었다.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됐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새로운 슬로건이 덕아웃을 장식했고 새 감독은 '독한 야구'를 하겠다며 5할 승률을 달성하기 전까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월 13일 잠실 SK전. LG는 7회초까지 2-6으로 지고 있었으나 7회말 이진영이 3연타석째 홈런을 마크하는 등 5점을 뽑는 '빅 이닝'을 보냈고 9회초 3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9회말 2점을 얻어 9-9 동점을 이룬 뒤 10회말 오지환의 끝내기 안타로 10-9 승리를 이뤘다. 그리고 LG가 해낸 것은 바로 꼴찌 탈출이었다.
6월 29일 문학 SK전부터 시작된 LG의 6연승 행진은 그들의 순위를 7위로 끌어 올렸고 우천 순연된 경기 때문에 4주 연속 월요일 경기를 치르는 악조건과 7월 29일부터는 삼성, 넥센, NC를 차례로 만나는 최악의 일정 속에서도 5승 3패로 선전하면서 그들의 순위는 어느덧 5위까지 껑충 뛰어 오르게 됐다.
8월 22일 잠실 KIA전에서 3-2로 승리한 LG는 47승 55패 1무로 5할 승률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마침내 4위에 올랐고 이후 지금까지 LG의 순위는 줄곧 4위를 유지했다.
LG의 순위 상승엔 양상문 감독이 기획한 '시스템 야구'에서 기인할 수 있다. 투수 출신인 양상문 감독은 선발-중간-마무리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구축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시즌 초반 2군에 내려가기도 했던 리오단을 업그레이드시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나게 한 것은 물론 우규민, 류제국의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무엇보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접전 상황에 나설 중간계투진이 확충된 것은 LG가 경기 후반 '빅 이닝'을 연출해 뒤집기쇼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양상문 감독은 LG가 '빅 이닝의 팀'으로 거듭난 것에 "타자들이 집중력 있게 잘 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수들이 실점하지 않아 선수들에게 뒤집을 수 있는 자신감과 희망을 준 것이 먼저였다. 쫓아갈 수 있게 버텨줘 빅 이닝이 가능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마침내 5할 승률에 도달한 9일 잠실 KIA전에서도 0-6으로 뒤지다 8회말 4점을 뽑는 '빅 이닝'과 함께 하면서 6-6 동점을 이뤘고 연장 10회말 이진영의 끝내기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물론 투수진이 버텨준 것이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발투수 리오단이 5점을 줬지만 임정우가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신재웅, 유원상, 봉중근, 이동현이 차례로 나와 KIA에 1점도 주지 않았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 홈런 타자가 없는 LG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마운드라는 것은 자명한 일. 어느덧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4.54로 전체 2위다. 팀 타율(.280)이 최하위여도 LG가 4강에 가까워진 이유다.
한때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은 LG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초반에는 상승세를 타다가 어느덧 제 순위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이를 줄여 'DTD(Down Team is Down)'란 콩글리쉬로 조롱을 받기도 했다. 지난 해 기나긴 암흑기를 탈출한 LG는 이제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는 말이 어울리는 팀이 됐다. 올해 LG가 보여주는 'UTU 스토리'는 차원이 다르다. 갖은 풍파와 역경의 나날은 고작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계단을 밟는다는 생각으로 올라가겠다"라는 양상문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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