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시청자들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MBC '무한도전'이 400회를 맞았다.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기록은 9년간 우여곡절 속에 이어와 18일에 대망의 400회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연출한 지난 시간을 "축복이다"고 했고,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박수 칠 때 끝내고 싶다"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인 장수 프로그램으로 그간 가요제, 봅슬레이, 레슬링, 조정, 레이싱, 선거 특집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해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으로 발돋움했다. 젊은 세대에겐 TV 프로그램 이상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에서 열린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PD는 "400회를 올 수 있던 가장 큰 공은 시청자다. 2005년, 2006년을 초라한 성적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시청률은 저조해도 가능성이 있다고 응원해준 시청자들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때도 있었으나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선보여왔는데 유재석은 "댄스 스포츠 특집을 잊을 수 없다. 첫 장기프로젝트였고, 그때 오갔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하하는 자신이 참석하지 않았던 봅슬레이 특집을 꼽으며 "공익근무요원 시절 멤버들이 봅슬레이 특집을 하는 걸 보니 울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정준하는 방영 당시 호평이 쏟아졌던 '무한상사'를 언급하며 "정과장은 정말 몰입하면서 연기했다.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순수한 모습이 많은 캐릭터라 애정이 많이 갔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낸 점도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매력 중 하나이지만, 김 PD는 "처음엔 어떤 옷을 입혀도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던 환경이라 쉽게 떠오르는 아이템으로도 방송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대가 커지고 가끔은 '왜 '무한도전'한테만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래서 김 PD는 '무한도전'의 본질을 늘 되묻는다며 "시청자들의 귀중한 토요일 저녁 1시간 반이 아깝지 않게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너무 고민거리를 안고 가는 게 우리 깜냥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게 아니란 생각도 든다. 각각의 특집이 보이는 만큼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고 했다. 다만 "지나친 해석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것도 저희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후에 나오는 반응들을 즐겁게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간이 길었던 탓에 인기만큼 논란도 많았는데 제작진과 멤버들은 '무한도전'만의 위기대처법을 터득한 모양새다.
김 PD는 "사람인지라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더 숨기고 가릴수록 시간은 더 늦어지고 진실에서 멀어지는 답을 찾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을수록 시청자들에게 빨리 오픈해서 답을 같이 찾는 게 현명하단 답을 얻었다.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고 싶은 게 출연자 모두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이 논란에 휩싸이는 순간이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도 "단 한번도 '무한도전'을 시작하고, 물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그만두고 싶었던 적 없다. 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젠가 다가오게 될 '무한도전'의 마지막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유재석은 "이제는 우리의 의지로 건방지게 '무한도전'을 '언제까지 하겠다', '말겠다' 이런 차원은 지난 게 아닌가 싶다. 허락하는 그날까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 주 한 주 최선을 다해서 많은 분들이 '그래도 재미있다. 너네 좀 더 해라' 하면 할 것이고, '그만하면 좋겠다' 싶을 때가 온다면 그게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결국 '무한도전'의 주인은 시청자들이란 말이었다.
김태호 PD도 '무한도전'의 마지막은 "가장 힘든 고민이다. 그 고민은 안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한 회라도 먼저 하차하고 싶단 생각도 한다"고 반농담조로 고백했다.
나름 구상하고 있는 마지막 순간에 대해선 "신파적으로 끝내는 건 '무한도전' 같지 않을 것 같다. 축제 같은 분위기로 끝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느 예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박수 치던 분들이 손가락질 하면 운명을 다한 것이다. 국민들과 회사에서 마지막을 결정한다면 박수치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끝내고 싶다. 다들 손가락질 하는데 끝낸다면 슬플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400회 특집에선 멤버들이 두 명씩 짝을 이뤄 24시간을 함께 보냈다. 유재석이 정형돈, 박명수는 정준하, 하하는 노홍철과 하루를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고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형돈은 유재석과 보낸 시간을 "정말 힘들었다"고 했고, 노홍철은 "많은 걸 배웠다. 역시 하동훈이더라!"고 했다. 시청자들에게도 400회 특집은 9년간 지켜본 '무한도전'의 좀 더 깊은 곳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김태호 PD는 "시청자 연령층을 뛰어넘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게 뭔가 생각하면 결국 웃음이다"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웃음을 추구하는 '무한도전'을 만들겠단 각오였다. 박명수는 이날 아이템 선정과 관련 "김태호 PD가 내 아이디어를 수용 안 한다. 그게 불만이다"고 투덜거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들이 시청자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주는한 '무한도전'은 마지막 없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가 '무한도전'의 대주주"란 게 김태호 PD의 말이었다.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