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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9, 19, 29, 39세로 이뤄진 네 남자들은 '아홉수'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 소년'(극본 박유미 연출 유학찬)은 아홉수들을 중심으로 불안한 네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굳이 아홉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가는 우리네 이야기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아홉수 소년'의 연출자 유학찬 PD는 "편집 중에 나왔다"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미 촬영은 마무리됐지만 마지막까지 조금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유학찬 PD는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여주인공의 남편찾기가 키워드였다면, '아홉수 소년'은 소년들의 로맨스 속 "단 한 커플만 온전히 이뤄진다"라는 전제 속에 시작된 터라 이뤄지는 한 커플찾기에 시청자들은 열을 올리고 있다. 각자 응원하는 커플이 해피엔딩을 보였으면 하는 마음인 터라, 유학찬 PD 또한 시청자들의 과열된 반응들을 회가 거듭될수록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 "김영광은 가장 의외의 인물…경수진과 사귀는 것 같다"
'아홉수 소년'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많은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커플은 단연 강진구(김영광)와 마세영(경수진)이다. 두 사람은 초반 티격태격하는 남매처럼 등장해 전혀 이뤄질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툴툴거리면서도 세영을 받아주는 진구와 그런 진구의 옆에서 점차 여자로 변해가는 세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유학찬 PD는 "두 사람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촬영장에서 친하긴 했다. 나이도 1살 차이가 나고, 같은 인천 출신이라고 해서 더 친한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처음 주연급으로 하는 드라마여서 욕심이 많았다. 이상하게 둘이 잘 어울렸다. 키 차이도 많이 나고 스킨십하는 장면도 많았는데 NG를 많이 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유 PD는 "(김)영광이가 끼부리는 걸 어디서 배웠는지, 보통은 보기 싫은데 영광이가 하면 괜찮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영광에 대해 선입견 없이 만났던 유학찬 PD는 오히려 그를 강진구 캐릭터로 이해했다. 유 PD는 "자연스러운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내가 예능 PD 출신이라, 마치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듯이 두 사람을 그냥 지켜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광과 경수진 두 사람 모두 작품에 대한 초반 부담감이 컸다. 유학찬 PD는 "두 사람이 연기 대본 연습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자연스럽게 놀 듯이 펼쳐지는 모습들이 좋아서, 시청자분들도 그런 자연스러움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유학찬 PD는 "개인적으로 많은 배우들에게 다 고맙지만 김영광과 경수진에게 참 고마웠다. 김영광은 특히 여성스러운 성격이었고 피드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더라. 정말 모델 출신이라서 보여지는 면도 정말 좋았지만 성격도 좋았다. 경수진은 통상적으로 여배우들이 촬영장의 비타민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정말 그랬다. 새벽 촬영에도 웃으면서 임했고 앞으로 배우로서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 "육성재·박초롱 키스신 원성? 나도 에이핑크 팬인데"
극 중 비타민처럼 통통 튀는 커플인 19세 강민구(육성재)와 한수아(박초롱)는 방송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더욱 알콩달콩한 케미스트리를 보였다. 각각 그룹 비투비와 에이핑크의 멤버로서, 이미 가요계에서 친분이 있었던 두 사람은 작품 속에서 연인으로 연기를 펼쳤다.
유학찬 PD는 육성재에 대해 "분량에 비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캐스팅 하기 전에 '응답하라 1994'에서 쑥쑥이로 나왔을 때를 생각 안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정말 어려워하고 긴장을 많이 한 모습이이었다.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과장된 허세 캐릭터를 잘 표현하더라. 만족스러운 연기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육성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박초롱과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유 PD는 "두 사람이 워낙 친해서 연습을 잘 했다. 키스신은 둘 다 처음이었는데, 현장이 정말 어색했다"라며 "에이핑크 팬으로서 나도 키스신을 안 넣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여자들의 이야기 아쉬워"…'아홉수 소녀' 만들어질까?
영화 '500일의 썸머'나 '건축학개론'은 로맨스 작품임에도 남성 관객들의 호응도가 더 좋았던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여자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내 신선함을 안겼다.
유학찬 PD 또한 그런 점에서 드라마 속 '건축학개론'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유학찬 PD는 "여자의 시선이 중심이 된 로맨스는 사실 많고 특히나 tvN은 '로맨스가 필요해', '마녀의 연애' 등 여성 중심의 로맨스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 고민을 담아내는 남성 중심의 로맨스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 PD는 "그래서 원제는 '아홉수 브라더스'였다. 뭔가 예능 PD이다보니까 코믹한 이미지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다가 욕심이 생겨서 감성적으로 가다보니까 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유 PD의 말처럼, 극 중 39세의 구광수(오정세)는 나이는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주다인(유다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를 불문하고 소년의 마음이었다.
유학찬 PD는 '아홉수'라는 중심 소재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내 입장에서만 봐도, 29세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정말 부담됐고 실제로 내년에 39세가 되는데 더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굳이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아홉수가 실제로 작용한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세대가 넘어가면서 각자 안고 있는 고민들을 '아홉수 소년'이라는 틀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입봉작인 '아홉수 소년'에 이어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묻자, 유학찬 PD는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아홉수 소녀'"라고 말했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마녀의 연애'가 39세의 연애를 그리지 않았나. 그런 것처럼 아홉수 여자들의 이야기가 더 풀어낼 내용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유미 작가에게 미안한 것은, 남자의 입장으로 글을 쓰다보니 여자 작가인데 어려웠던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작가들도 '아홉수 소녀'를 한다면 더 신나게 집필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좋아하는 인디음악들도 여성적인 것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남성 시점에서 바라보는 로맨스를 아홉수라는 소재로 재치있게 녹여낸 '아홉수 소년'은 14부작이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방송 막바지가 되면서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점차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유학찬 PD의 바람대로 '아홉수 소년'을 잇는 '아홉수 소녀'가 나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한편 '아홉수 소년' 후속으로는 임시완, 이성민, 강소라, 강하늘 주연의 새 금토드라마 '미생'이 오는 17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배우 경수진 김영광(맨위 왼쪽부터), 김영광 경수진·박초롱 육성재·유다인 오정세(위부터), 유학찬 PD.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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