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는 추위도 변수다.”
국내야구 포스트시즌 일정이 발표됐다. 정규시즌이 17일에 끝난다.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가 단 하루만을 쉬고 19일에 곧바로 개막한다. 7전 4선승제의 플레이오프는 27일에 개막하고, 역시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11월 4일에 개막한다.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갈 경우 날짜는 11월 12일.
보통 한국시리즈는 10월 말 혹은 11월 초에 끝났다. 평소보다 일정이 약 열흘 가량 늦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전체적인 일정이 뒤로 밀린 탓이다. 이렇게 되면서 예년과는 달리 강력한 변수 하나가 추가됐다. 추위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올해는 추위도 변수가 되겠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강추위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
본래 가을야구는 추위와의 싸움이다. 통상적으로 준플레이오프 때는 견딜만 하다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거치면서 점점 냉기가 거세졌다. 그러나 올해는 일정이 밀린 탓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가 상당한 추위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10월 중순으로 접어든 최근 기온도 이미 예년보다 다소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KBO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시리즈 낮 경기는 매치업에 따라 1~2경기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데, 해까지 없는 야간에만 4~5경기를 치러야 한다.
구체적으로 추위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류 감독은 “투수는 손이 곱는다. 경기 초반에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했다. 추위 때문에 실밥을 움켜쥐는 손이 마찰하면서 고통스러울 수 있다. 본능적으로 그립이 느슨해질 경우 제구가 흔들리고, 투수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타자도 어려움이 있다. 류 감독은 “공에 방망이가 밀릴 때 손에 고스란히 울림이 전해진다”라고 했다. 이는 평상시에도 타자들이 흔히 느끼는 현상이다. 다만, 추울 때는 그 고통이 더 클 수 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파울이 양산될 때도 비슷해진다. 타자 자신도 모르게 소극적 타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투수와 타자 모두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이게 팀 전력으로 이어지고, 경기결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 개인 차가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 일정과 가장 유사했던 일정을 소화한 시즌이 2002년이었다. 당시 부산 아시안게임 관계로 정규시즌 막판 일정이 중단돼 포스트시즌 일정마저 다소 밀렸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6차전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우승했을 때 날짜가 11월 10일. KBO 발표에 따르면, 올해 한국시리즈는 12년전보다 이틀 더 늦게 끝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있고,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류 감독은 대뜸 “만자니오(당시 LG)가 반 팔(반소매)만 입고 잘 던지더라”며 놀라워했다. 실제 만자니오는 2002년 11월 4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서 반소매 차림으로 선발 등판했다. 추위를 타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반소매 차림으로 투구에 나섰다. 7이닝 8탈삼진 1피안타 호투를 펼쳤다. 굳이 만자니오 사례를 들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장원삼(삼성)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서 반 소매 차림으로 등판했다. 반대로 2002년 한국시리즈서 삼성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틸슨 브리또는 목도리를 코 밑까지 칭칭 감은 채 경기에 나섰다. 추위를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추우면 투수나 타자 모두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면서도 “오히려 더울 때 땀이 많이 나는 게 찝찝해서 경기력에 악영향을 받는 선수도 있다”라고 했다. 결국 개인 성향과 특성에 따라 알맞게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추위를 타지 않는 선수의 경우 확실히 포스트시즌서 유리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추위를 많이 타는 선수라도 충분히 보온을 하고 경기에 나서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추위를 많이 타든, 많이 타지 않든 포스트시즌 때는 추위로 인한 불의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는 상대적으로 몸이 늦게 풀린다. 충분히 웜업을 하고 경기에 나서야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국내 구단들이 추운 1~2월에 따뜻한 일본 혹은 미국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건 이유가 있다.
[한국시리즈 풍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