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얼굴에 점을 찍고 돌아온 것도 아니었고, 연민정(이유리)으로 인해 인생엔 바람 잘 날 하루 없었지만 의심의 여지없이 문지상(성혁)은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흥행을 이끈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였다.
12일 52회를 끝으로 종영하는 '왔다 장보리'에서 문지상 캐릭터는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인물이었다. 극초반 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집안이 어려워지며 연인 연민정에게 버림받는 불쌍한 남성 캐릭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민정의 수많은 피해자 중 하나로 사라지는 듯 했던 문지상은 각성 후 극 중후반 내내 연민정을 궁지로 몰아넣고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유일한 인물로 부상했다. 장보리(오연서)와 비단(김지영)을 노리는 연민정의 음모를 수차례 분쇄했고, 이재희(오창석)에게 자신과 그녀의 과거 관계를 폭로해 신혼여행과 부부관계를 망쳐놓기도 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서도 살아 돌아와 연민정의 독주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단순한 복수귀로 볼 순 없었다. 딸이지만 딸이라 부를 수 없는 비단 앞에서는 바보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지상을 연기한 배우 성혁 또한 종영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문지상을) 예민한 모습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복수를 하는 캐릭터이지만 날카로운 모습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냥 복수귀가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였다. 이유를 가지고 있고, 아빠이기도 하고…. 복수만 하면 나쁜 놈이지 않나?"며 캐릭터의 특성을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문지상은 점을 찍고 민소희로 변신해 복수극을 펼치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 속 구은재(장서희)와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전혀 다른 얼굴로 다시 나타난 '천사의 유혹' 속 안재성(배수빈) 등 김순옥 작가의 작품 속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아온 인물들의 맥을 잇는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가엽고 안타까운 존재였지만 그의 복수극은 방송 내내 '인간 사이다'라 불릴 만큼 시청자를 통쾌하게 만들었다. 속 터지는 전개로 '암유발 드라마'라 불렸던 '왔다 장보리'에서 항암제의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문지상이라는 인물이었다.
[배우 성혁, 이유리, 김지영, 오창석(위부터). 사진 =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