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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가 12일 52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막장 드라마'란 비판 속에서도 시청률 30%를 훌쩍 넘기며 전국을 '장보리 열풍'에 빠지게 했다. 뜨거운 인기 비결로 두 여주인공 오연서(27)와 이유리(34)를 빼놓을 수 없다. 극 초반은 오연서가 비단(김지영)을 향한 보리의 애절한 모성애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쏙 빼놓았고, 후반은 이유리가 끝 모를 악행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원성까지 자아냈다. 오연서, 이유리 두 배우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빠졌다면 지금의 인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 오연서, 전라도 사투리로 능청 연기한 경상도 출신 여배우
연예인으로서 출발은 초라했지만 지난 고생 덕분에 비로소 지금 빛을 보는 셈이다. 2002년 걸그룹 LUV로 데뷔했으나 큰 인기 못 끌고 해체의 운명을 맞고 이후 연기자로 전향했다. 2003년 드라마 '성장드라마 반올림#1'에서 이예림 역을 맡았는데, 같은 '반올림' 출신 고아라, 유아인, 김정민 등이 일찍이 인지도를 얻었던 것과 달리 별다른 주목 받지 못한 채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왕세종', '돌아온 뚝배기', '거상 김만덕', '동이' 등 묵묵히 쌓아온 연기력은 결국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얌체 시누이 방말숙을 맡아 발휘, 새침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었다.
'왔다! 장보리'로 주말극 주연을 맡아 기대와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나 예상보다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로 우려를 불식했다. 더구나 사실 경상도 출신이란 점이 알려져 능청스러운 전라도 사투리 연기에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뽀글머리'로 파격 변신하며 여배우로 예쁘게 보이려는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 던진 것도 성공비결 중 하나였다. 특히 자신의 친딸도 아닌 비단이를 향해 보리가 쏟은 모성애와 오연서가 보리로 분해 보여준 눈물 연기는 시청자들을 TV 앞에서 보리, 비단 모녀와 함께 눈물 쏟게 했다. 오연서에겐 첫 타이틀롤이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만큼 향후 여배우로서 더욱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
▲ 연기만 바라본 이유리, 이유리만 할 수 있는 연민정
데뷔부터 강렬했다. 2001년 드라마 '학교4'의 박서원 역이었는데 단발의 삐죽삐죽한 머리스타일에 반항기 가득한 남자 아이 같은 성격의 여학생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2002년 드라마 '러빙유'에서 조수경으로 분했을 때 이미 지금의 연민정 못지 않은 악역 연기를 보여주며 자신의 연기력을 만천하에 과감히 떨친 바 있다.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복수초' 등의 다양한 작품에서 지고지순한 캐릭터부터 야욕 강한 악역까지 쉴 새 없이 다양한 인물을 오가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또래 여배우들이 순간의 인기에 연연해 하나의 이미지에 머물고 드라마, 영화보다는 CF 활동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착실하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던 이유리다.
이번에 연기한 연민정은 이유리가 지금껏 갈고 닦은 연기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캐릭터. 오직 자신밖에 모르는 극악무도한 여인으로 친모와 친딸을 버리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주변의 고통 따윈 아랑곳 않고 이용하는 잔인한 여인이었다. 죄책감 없이 악행을 일삼는 연민정의 뻔뻔한 얼굴은 이유리의 뛰어난 연기력을 덧입고 완벽하게 묘사됐다. 특히 연민정이 이재희(오창석)의 아이를 유산한 장면에서 마치 실성한 듯한 연민정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섬뜩함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모든 걸 쏟아붓는 배우 이유리로 그동안 매 작품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였던 터라 지금의 찬사는 이유리의 노력이 빚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벌써부터 MBC가 연말 연기대상 때 이유리에게 트로피 하나 반드시 챙겨주지 않겠냐는 말이 방송가 곳곳에서 나올 정도로 '왔다! 장보리'에 세운 공이 혁혁했다.
[배우 오연서(왼쪽), 이유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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