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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시즌 초반 돌풍의 근원지 오리온스. 외국인선수 트로이 길렌워터(199cm)가 핵심이다. 5경기서 평균 24.4점 9.4리바운드. 시즌 초반 10개구단 외국인선수 중 가장 좋은 모습. 반전이 숨어있다. 그는 2라운더다. 오리온스는 1라운드서 찰스 가르시아(203cm)를 선발했다. 본래 삼성에서 1순위로 뽑은 리오 라이온스를 선발하려다 실패한 상황. 높이 보강을 위해 급히 가르시아를 선발했으나 오리온스는 처음부터 길렌워터를 뽑을 생각이 있었다. 결국 2라운드서 뜻을 이뤘다. 추일승 감독은 길렌워터를 메인 외국인선수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199cm는 애매한 사이즈다. 2m 넘는 외국인선수가 즐비한 KBL. 길렌워터의 성공은 확신할 수 없었다. 실제 지난 8월에 확인한 길렌워터는 다소 뚱뚱한 느낌이었다. 당시 오리온스 관계자는 “살을 빼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11일 삼성과의 개막전서 확인했던 길렌워터의 살은 많이 빠졌다.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었다. 28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라이온스와의 매치업 완승. 돌풍의 시작이었다.
▲ 2m 아니더라도 경쟁력 있다
길렌워터가 지금까지 상대한 외국인선수는 라이온스에 이어 데이비드 사이먼, 애런 헤인즈, 데이본 제퍼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사이먼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2순위다. 헤인즈와 제퍼슨은 KBL 최정상급 테크니션. 라틀리프는 KBL 최강 외국인센터. 결코 만만찮은 상대들과의 매치업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일단 웨이트가 탄탄하다. 힘도 좋다. 자신보다 큰 빅맨을 상대로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올 시즌 바뀐 룰에도 마침맞은 유형. 확실히 올 시즌 몸싸움을 바라보는 심판들의 파울 콜은 많이 관대해졌다. 실린더 원칙을 예나 지금이나 지킨다고 하지만, 기준이 관대해진 느낌은 분명히 있다는 게 대다수 농구관계자의 의견. 수비수와의 강력한 충돌에도 밸런스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득점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힘만 좋다고 KBL 골밑을 장악하는 건 아니다. 한 농구관계자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센스도 있다”라고 했다. 골밑 돌파에 필요한 지그재그 스텝(유로스텝)을 비롯해 좋은 스텝 기술을 갖고 있다. 일단 빈 공간을 순간적인 센스와 파워로 점령한 뒤 스텝으로 상대를 따돌려 점수를 만들어낸다. 겉으로는 투박해 보여도 경쟁력이 있다. 터키, 러시아 등 유럽리그 경험도 KBL 적응에 도움이 되고 있다.
▲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리온스의 5연승 제물이 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막지 못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더 이상의 코멘트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를 바라보는 눈이 날카로운 유 감독 시각에 길렌워터는 난공불락이 아닌 듯하다. 중요한 포인트다. 나머지 9개구단이 길렌워터 봉쇄법을 들고 나올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모든 팀과 첫번째 맞대결. 상대 감독과 선수들 입장에선 길렌워터란 선수가 있다는 걸 확인만 했지, 직접 보고 느낀 게 없기 때문에 막연한 경향이 있다. 여전히 감독들 기억 속엔 트라이아웃 당시 둔했던 몸이 전부다.
길렌워터는 볼을 적절한 타이밍에 외곽에 빼준다는 느낌은 없다. 어시스트 숫자 자체가 많지 않은 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KBL서 메인 외국인선수의 킥 아웃 패스 능력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길렌워터는 주로 로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본인이 끝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집중력은 좋다. 그러나 길렌워터의 성향을 파악한 팀들이 2라운드 이후 트랩디펜스 혹은 약속된 움직임으로 봉쇄에 나설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지금까지 매치업했던 제퍼슨 등 일부 외국인선수의 몸 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닌 것도 감안해야 한다.
길렌워터가 다양한 공격루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봉쇄당할 확률은 낮다. 다른 위치에서 다른 방식으로 볼을 처리하면 되기 때문. 그러나 개막 5경기서 공격루트가 다양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현재 오리온스 시스템에선 길렌워터가 막힐 경우 전체적인 외곽 움직임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추일승 감독이 길렌워터 의존도를 낮추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승현이 좋은 모습이지만, 지금까지 오리온스 중심은 길렌워터다.
2라운더인걸 감안하면 확실히 물건은 물건. 5경기 중 4경기서 25점 이상 뽑아낸 건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체 6라운드 중 이제 1라운드다. 맞대결 횟수가 쌓일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국내엔 전술변화와 상대분석에 민감한 감독이 많다. 그들이 길렌워터 봉쇄법을 어떻게 들고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오리온스의 올 시즌 운명과도 연관된 부분이다.
[길렌워터(위), 길렌워터의 비 시즌 모습(아래 오른쪽). 사진 = KBL 제공,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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