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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송윤아는 얼마나 울었고, 안방은 또 얼마나 울었던가.
6년 공백기는 송윤아의 연기 앞에서 무색한 숫자일 뿐이었다. 19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마마'는 송윤아를 위한 작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윤아는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것을 넘어 한 배우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얼마나 떨리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마마'는 한승희(송윤아)가 시한부란 사실, 아들 한그루(윤찬영)가 문태주(정준호)의 아이란 사실, 이 두 가지 비밀을 주변 인물들이 한 명씩 알아채며 순서대로 갈등이 일어난 평이한 전개였다. 다른 갈등으로는 문태주(정준호)의 어머니 박남순(정재순)과 태주 회사의 김 이사(최종환)가 있었으나 최근에 쏟아진 일명 '막장드라마'와 비교한다면 '마마'는 꽤 완곡한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한 굴곡은 오롯이 송윤아의 연기에서 비롯됐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애써 초연한 승희의 담담한 목소리와 홀로 남겨질 아들 그루만 떠올리면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터뜨린 눈물 역시 모두 송윤아였다.
그루를 끌어안고 "엄마가 이렇게 못난 엄마라서 그것도 미안해. 엄마가 이런 말밖에 못해서 엄마가 진짜 미안해. 나한테 사랑만 준 내 아들, 행복만 준 내 아들, 우리 그루" 하며 울부짖는 승희에 시청자들이라고 눈물 참을 방도가 있었을 리 없다. 감정의 완급은 완벽했다. 빈틈이 전혀 없어 '완벽하다'란 말 외에는 도무지 표현할 방법도 없다. 눈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또렷이 들리는 송윤아의 목소리는 배우에게 발성이란 선택의 문제가 아니란 걸 고스란히 가르쳐줬다.
마치 묵직한 추를 달아놓은 것 같았다. 드라마의 한 가운데에 서서 무게중심을 잡은 듯했다. 승희의 상대역 구지섭을 연기한 모델 겸 배우 홍종현이 초반에 들뜬 목소리로 극에 녹아 들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송윤아는 홍종현의 연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부여잡고 꾹꾹 눌렀다. 홍종현의 연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감을 찾아간 건 함께 연기한 배우가 송윤아였단 사실로 충분히 설명된다. 아들 그루로 분한 윤찬영이 요즘 아역배우 특유의 어른 흉내 내는 연기로 빠지지 않게 한 것도 송윤아였다. 승희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단 걸 알고 승희 앞에서 쏟아내던 그루의 눈물은 어린 아이의 진심이었다.
송윤아가 6년 동안 연기 활동을 중단하면서 세월은 그의 연기력 위에 의구심이 쌓이게 했다. 송윤아도 제작발표회 때 "복귀작이 정해지니까 겁이 났다. 무방비로 지내다가 당장 내 외적인 모습부터 어떻게 변했을까, 어떻게 보일까 걱정됐다. 감을 잃은 것도 같았다. '다시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었다"고 고백했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송윤아는 묵묵히 연기로 보여줬다. 실제로 엄마가 된 후 처음 연기한 엄마 역이라면서 송윤아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게 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연기를 이렇게 해서 되나' 싶어 고민스럽고 불안한 나날이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 받는 건 결혼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니까 연기가 기교적으로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마음만은 진정성 있게 진심으로 표현되겠구나 싶다. 그게 위안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결국 송윤아의 연기에 대한 의구심은 송윤아의 진정성이 녹인 셈이다.
첫 방송 전 제작발표회 때 송윤아가 유난히 "고맙다", "감사하다"란 말을 많이 한 게 기억난다. '마마'가 모든 이야기를 마친 지금은 시청자들이 송윤아에게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줘 "고맙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배우 송윤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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