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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사춘기'가 5년 만에 돌아온다.
뮤지컬 '사춘기'는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가 1891년 쓴 희곡 '눈 뜨는 봄'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상황에 맞게 번안해 학력 위주의 입시지옥에 갇혀 사는 청소년들의 고통을 다룬 작품이다.
베데킨트의 '눈 뜨는 봄'은 엄숙한 종교적 가치관과 권위주의적인 19세기 독일 사회를 배경으로 청교도학교에서 성(性)에 눈뜨기 시작한 청소년과 이를 억압하려는 성인들의 대립을 다루고 있으며 자위행위, 동성애, 자살, 낙태 등 사회고발적인 내용 때문에 16년 동안 독일에서 상연이 금지되었을 뿐 아니라 1960년대까지도 몇몇 장면이 삭제된 후에야 공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2008년 국내 초연 공연 당시, 이희준 작가와 김운기 연출, 작곡가 박정아가 2년 넘게 작업한 끝에 대한민국을 사는 청소년들이 무슨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이 이들을 들끓게 만드는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켰다.
초연뿐만 아니라 2009년 명동 해치홀에서 이어진 재연 공연에서도 관객과 평단은 호평과 극찬을 보낸 바 있다.
2014년 새롭게 연출을 맡은 박소영은 "내가 생각하는 사춘기는 '시스템 속에 갇힌 인간들의 모습'이다. 사춘기라는 특수한 시절이 그 시스템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시절이 아닐까"라며 "누군가는 반항적으로, 또 누군가는 순응하며 살듯이 가장 눈부실 수 있는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재연이지만 연출가로서 이전 공연을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초연 공연을 만들듯이 작품에 접근하고 임하고 있다. 작가, 작곡가와 끊임없이 상의를 하며 작품의 본질은 흐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뮤지컬 '사춘기'는 청소년기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통쾌할 만큼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그에 대한 가식, 위선으로 무장한 기성세대를 향한 위트 넘치는 비판이 때론 가슴 저리게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다.
전학 오자마자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영민과 춤을 사랑하지만 공부를 못해 문제아 취급 받는 선규, 성경밖에 읽지 않는 모범생 수희가 반항적이고 본능적이며 때론 낭만적인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일탈, 임신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전개를 청소년만의 재미있는 언어, 강렬하고 유쾌한 음악과 움직임의 화합으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할 것이다.
5년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될 뮤지컬 '사춘기'는 자칫 심각할 수 있는 작품 내용을 박진감 있는 안무와 노래로 경쾌하게 표현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아리아로 관객들을 웃고 울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대학로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활발히 활동 중인 신성민, 윤나무, 조형균, 최성원, 김다흰, 강정우 등과 더불어 박정원, 임병택, 김성철, 고훈정, 박란주, 강윤정도 함께 캐스팅돼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니컬한 눈빛의 소유자이자 시험날 새로 전학 온 영민 역은 신성민과 윤나무가 맡았다. 전학생 영민으로부터 부정행위의 방법론이 가득한 블로그에 초대받는 선규 역은 최성원과 조형균이 연기한다.
전학 오자마자 1등을 꿰찬 영민을 못마땅해 하는 반장 역은 김다흰과 강정우가 맡았고, 카톨릭대 진학을 꿈꾸지만 공부에 소질이 없는 경찬 역에는 박정원과 임병택이 캐스팅됐다.
극 중 엉터리 시험지를 서로 베끼며 콤비로 활약하는 용만 역과 용철 역은 김성철과 고훈정이 연기하고, 성경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청순가련 모범생 수희 역은 박란주, 지루한 학교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퇴한 뒤 클럽에서 춤추는 것을 즐기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화경 역은 강윤정이 맡았다.
한편 뮤지컬 '사춘기'는 오는 11월 21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배우 김성철, 최성원, 신성민, 강정우, 강윤정, 조형균, 윤나무, 임병택, 박란주, 고훈정, 김다흰, 박정원(왼쪽부터). 사진 = 연우무대, is ENT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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