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을판 엘넥라시코다.
LG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다. 지난해엔 직행이었지만, 올해는 준플레이오프를 거쳤다. 상대팀도 다르다. 지난해엔 잠실 라이벌 두산이었지만, 올해는 신흥라이벌 넥센이다. LG와 넥센은 몇 년 전부터 ‘엘넥라시코’라는 별칭이 붙었다. 스페인 프로축구 최대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에서 파생된 별칭. 두 팀은 만나기만 하면 물고 뜯는 혈투를 벌였다.
두 팀이 포스트시즌서 만난 건 처음이다. 2002년 넥센의 전신 격인 현대와 LG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적은 있었다. 당시 LG의 2연승. LG는 12년 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올해 LG는 12년 전의 영광을 누리고 싶어한다. 반대로 넥센은 12년전 현대시절의 악몽을 털어내고 새 역사를 창조하고 싶어한다.
▲ 진정한 라이벌로의 진화
두 팀은 자세히 살펴보면 라이벌이라기보다 천적관계에 가깝다. 넥센이 지난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시절부터 올해까지 7시즌동안 2010년(9승10패)을 제외하고 모두 LG에 상대전적 우위를 점했다. 2008년 11승7패, 2009년 11승8패, 2011년 12승7패, 2012년 13승6패, 2013년 11승5패, 2014년 9승7패. 올해 박빙이었으나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압도적 우위.
그럼에도 두 팀의 맞대결이 혈투로 기억되는 이유가 있다. LG가 결과적으로는 밀려도 내용상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방적 승부가 드물었고,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혈투로 팬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또한, 2000년대 후반 두 팀이 나란히 암흑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만나기만 하면 유달리 끈끈한 승부가 잦았다.
이번 플레이오프 맞대결은 두 팀이 진정한 라이벌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누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든, 흥미진진한 승부를 벌인다면 역대 최고의 엘넥라시코 더비로 기억될 수 있다. 더구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화제성이 높다. 파급력도 오래간다. 숱한 스토리텔링이 생산된다면 국내야구 전통과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을 수 있다.
▲ 가을야구 강호 DNA 인증
두 팀은 2000년대 후반 암흑기를 보냈다. 넥센은 2008년 창단 이후 2012년까지 중, 하위권을 전전했다. LG 역시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012년까지 10년간 가을잔치 들러리였다. 두 팀은 지난해 오랜만에 가을잔치를 경험했다. 올 시즌과는 정반대로 LG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넥센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창단 최초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두산의 돌풍에 무너진 아픔을 맛봤다.
LG 양상문 감독은 NC와의 준플레이오프서 승자가 된 직후 “확실히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 역시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뒤 “지난해 큰 경험을 한 게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그만큼 야구는 경험이 중요하다. LG와 넥센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LG가 이미 준플레이오프서 그 힘을 증명했고, 넥센도 플레이오프서 그 힘을 증명할 기회를 잡았다. 이번 플레이오프 승자는 확실한 가을야구 강호로 인정받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 새로운 스타탄생
단기전은 깜짝 스타가 지배한다. 장기레이스가 아니니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객관적인 애버리지를 뛰어넘는 역량을 단 1경기에 쏟아낼 수 있다.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깜짝 스타는 단연 최경철이었다. 만년 무명이었던데다 수비형 포수로 분류됐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결정적 스리런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 15타수 8안타 타율 0.583. 양상문 감독의 승부수 4번 이병규(7번) 카드 역시 통했다. 미친 선수가 있는 팀은 확실히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하다. LG의 준플레이오프 통과 원동력 중 하나는 깜짝스타, 혹은 미친 선수였다.
준플레이오프의 흐름과 분위기는 4차전으로 끝났다. 플레이오프는 또 다른 단기전 시리즈. 새로운 깜짝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 넥센에서도, LG에서도 나올 수 있다.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정성훈 박용택 이진영이 아닌 선수들의 결정적 한 방. 상대 팀으로선 심리적 데미지가 2배 이상이다. 그리고 팬들에겐 엄청난 흥미를 끄는 요소다.
[양상문 감독과 염경엽 감독(위), 넥센 선수들(가운데), LG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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