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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니, 아니. 이쪽으로 와요. 이쪽이 더 카메라발 잘 받는다니까요. 얼른요!"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친 이유리가 기념 사진을 요청하자 잽싸게 옆으로 달려와 사진발 잘 받는 조명 아래로 이끌고선 "하나, 둘, 셋!" 하고 앙증맞은 표정을 짓는다. 굳이 셀카로 찍어야 한다며, 자고로 셀카란 게 기본 두 장은 찍어야 건질 게 있단 것도 잘 아는지 한 장 더 '찰칵' 한다. 이번에는 연민정의 유행어 "후" 포즈다.
인터뷰 내내 "헤헤헤" 하고 천진하게 꼬마아이처럼 소리 내 웃던 이 여배우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패륜과 악행을 일삼던 그 악녀 연민정이다.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끝났어도 이유리는 오히려 더 바빠졌다. 광고, 화보, 인터뷰에 방송 녹화까지 눈코 뜰 새 없다. 정작 이유리의 얼굴은 피곤은커녕 싱글벙글. "재미있어요" 늘 밝은 여배우다. 원래부터 그런 성격은 아니었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 끝에 지금처럼 해맑은 얼굴이 됐다.
3년 전 MBC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유리는 "불평하는 사람은 지나가는 돌만 봐도 불평한대요. '왜 재수 없게 이게 여기 있어!' 하면서 화를 낸대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돌을 보면서 '너무 예쁘다' 하고 집어가는 경우도 있대요"란 순수한 말을 했었다.
연민정으로 숱한 명장면을 만든 천진한 여배우 이유리는 연기할 때도 많은 계산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자신도 가끔 TV를 보다가 깜짝 놀란다. "방송을 보고 있는데 제 동공이 흔들리는 거예요. '와, 진짜 신기하다!' 했죠" 오로지 연민정에만 푹 빠져있으니 연기가 절로 나온 셈이다.
드라마를 마무리한 지금은 의외로 연민정에서 쉽게 빠져나왔는데, 김순옥 작가 덕분이다. 마지막회 때 시청자들 여럿 놀라게 한 민소희 장면이 "사실 기뻤어요"라는 이유리는 "그 장면 때문에 연민정에서 빨리 벗어난 것 같아요. 끝까지 우울하게 갔더라면 감정이 계속 갔을 텐데, 밝게 끝나니까 제 삶도 밝게 이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했다.
연민정으로 악녀 이미지가 한동안 굳혀지더라도 "전 좋죠" 했다. "제 이름보다 연민정을 더 많이 아시더라고요. 그런 게 신기해요. '악녀 이미지 벗어났어요', '악녀 이미지 힘들어요' 이런 것보다는 연민정의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게 기뻐요."
한번쯤 연기 호흡 맞추고 싶은 배우가 고현정과 최민식. "고현정 선배는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그런 모습들이 있어요. 카리스마 있는 모습들이 멋있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최민식 선배 나오는 영화에 작은 역할이라도, 단역이라도 해보고 싶어요. 가까이에서 어떻게 연기하시는지 보고 싶거든요."
2001년 KBS 2TV 드라마 '학교4' 데뷔 후 줄곧 연기에만 빠져 산 이유리에게 2014년은 인기에도 푹 빠져봤던 한 해로 남을 듯하다. "얼마 전 시장에서 '게릴라데이트' 촬영을 했는데, 경호원들이 주변에 있으니까 한 할아버지께서 '이제 연민정 잡혀가는 거냐?' 하시더라고요. 기자들도 예전에는 인터뷰하러 만나도 '네, 오셨어요?' 하는 반응이었는데 요즘은 꼭 '같이 기념사진 찍자'고, '셀카 찍자'고들 하세요. '아, 민정이를 많이 보셨구나' 싶었죠. 헤헤헤."
그럼에도 바람은 소박하다. "차근차근 밟아서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어요." 그래서 물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냐?"고.
"아뇨. 전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제 연기를 보면 '저기서 감정이 부족했네. 저건 오버였나?' 싶어요. 이런 말 맞는지 모르겠는데, 연기에 중독된 것 같아요. 연기 중독. 연기하는 게 정말 너무 좋아요. 쉬지 않고 계속 연기만 하고 싶어요."
[배우 이유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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