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는 시즌 스타트가 매우 좋지 않다.
개막전 승리 직후 4연패. 가까스로 연패를 끊었으나 26일 SK와의 원정경기 패배로 2승5패, 8위. 최악의 시즌 스타트. LG는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2013-2014 정규시즌 우승 주요 멤버들을 고스란히 지켰기 때문. 하지만, 시즌 초반 예상하지 못한 하락세다. 지난 시즌 3강을 형성했던 모비스와 SK가 상위권에 버티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SK전은 접전이었으나 졸전에 가까웠다. 19개나 쏟아진 턴오버, 17개나 내준 공격리바운드가 증명한다.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다. 김진 감독은 SK전 패배 직후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LG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원투펀치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의 뚝 떨어진 경기력이다. 이들은 승부처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제퍼슨-문태종 향한 정반대 처방
지난 시즌 두 사람의 궁합은 좋았다.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제퍼슨을 이타적인 문태종이 효율적으로 뒷받침했다. 두 사람이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해내면서 LG도 승수를 많이 쌓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그렇지 않다. 두 사람 모두 경기력이 지난 시즌만 못하다. 때문에 LG의 승부처 위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제퍼슨은 비 시즌에 제대로 몸을 만들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엔 죽을 쒔다. 김 감독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심하다”라고 진단했다. “게으른 편인가”라고 묻자 김 감독은 “부지런한 편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답했다. 제퍼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한 스텝과 유연성, 골 결정력으로 KBL 최고 외국인선수에 등극했다. 그러나 부지런하지 못한 성향상 경기를 많이 뛰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제퍼슨은 경기에 필요한 체력이 부족한 상태. SK전서 26점 13리바운드로 좋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은 아니었다. 상대 집중 마크를 극복하는 힘이 아직은 약하다.
김 감독은 문태종에겐 제퍼슨과는 정반대 처방을 내렸다. 그는 23일 KGC전부터 SK전까지 2경기 연속 결장했다. 김 감독은 문태종에게 최소 1라운드까지는 휴식을 줄 예정이다. 불혹의 문태종은 지쳤다. 지난 4월 중순 챔피언결정전까지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까지 핵심멤버로 뛰었다. 대표팀서 30분 이상 뛰면서 체력이 고갈됐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체력회복 속도가 느리다. 당연히 몸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철완 문태종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정신력으로 버티다 한계가 왔다. 시즌 초반 5경기서 별 다른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 감독은 눈 앞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문태종 보호에 나섰다. 그게 시즌 막판엔 약이 될 것이란 계산. 시즌 막판까지 긴 호흡으로 내다본 김 감독의 노련한 대처다.
▲김영환-유병훈 활용도 극대화
김 감독은 문태종, 제퍼슨 위력 감소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김영환과 유병훈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본래 외곽슛이 정확한 김영환은 7경기 평균 13.4점으로 쏠쏠한 활약. SK전서는 39분간 3점슛 2개 포함 17점을 퍼부었다. 그는 문태종이 입단하면서 출전시간이 뚝 떨어졌다. 하지만, 어지간한 팀에선 주전 3~4번 포워드로 뛸 수 있다. 김 감독은 문태종을 전력에서 제외하자 김영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김영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LG는 지난 시즌보다는 벤치멤버가 살짝 약해졌다. 기승호가 발목부상으로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조상열과 박래훈은 군입대했다. 신인 최승욱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때문에 문태종과 제퍼슨이 정상 경기력을 찾은 이후에도 김영환의 활용도는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술적인 이점도 있다. 김 감독은 “영환이가 4번까지 활용 가능하다. 문태종도 4번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럴 경우 김종규의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외곽 폭발력을 기대할 때 김영환과 문태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고, 골밑 제공권을 강화할 때 김종규를 활용하면 된다. 김 감독은 “김영환이 요즘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문태종 복귀 이후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한 포지션에 2~3명 정도 똘똘한 선수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김영환의 시즌 초반 활약은 LG로선 매우 희망적이다.
김 감독은 유병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중앙대 시절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한 재능이 잠재돼있다. 그러나 부상으로 고생하며 어렵게 프로에 연착륙했다. 유병훈은 경기운영에서 김시래 이상의 안정감이 있다. 김 감독은 “코트비전은 좋은데 발이 좀 느리다. 그래도 평소에 연구를 많이 하는 선수다. 믿음이 있다”라고 했다. 유병훈은 SK전 직전까지 허리부상으로 2경기 연속 결장한 김시래 대신 포인트가드로 괜찮은 활약을 했다. 김 감독은 김시래와 유병훈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합할 계획이다.
LG는 악재가 많다. 문태종과 제퍼슨의 경기력 회복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최대 불안요소. 선두 오리온스는 LG에 5경기차로 달아난 상황. 그래도 김 감독은 차분하게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시즌 중반 이후에 포커스를 맞췄다. 때문에 LG는 당분간 저공비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멤버 구성은 여전히 좋다. 시즌 중반 이후 상위권 판도를 뒤흔들 잠룡인 건 확실하다.
[제퍼슨과 문태종(위), 김영환(가운데), 유병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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